-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
저자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책 <짚 한오라기의 혁명>은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존재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되었다. 저자는 식물검사과에 다니다가 마치 깨달음을 얻은 사람처럼 갑작스럽게 사직을 하고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다. 1930년대의 일이다. 시대를 불문하고 안정된 일자리를 박차고 자신의 철학을 실천하는 길로 나서기는 쉽지 않다. 대단한 용기다.
우리에게 자신과 주변을 살피며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는가 돌아본다. 내가 바라는 세상은 어떤 곳이며 이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행동을 옮기고 있는가.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저자의 방황 이야기였다.
대개 저것도 하고 이것도 하는 것이 좋다며 온갖 기술을 모아놓은 농법을 바로 근대 농법, 최고의 농법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그렇게 하면 쉴 틈 없이 바빠지기만 할 뿐이지요. 저는 그 반대입니다. 일반 농가에서 하고 있는 농업기술을 하나하나 부정해왔습니다. 하나씩 버리며, 정말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은 무엇이냐는 방향으로 생각해왔습니다. 농부도 즐길 수 있는 즐거운 농사를 목표로 삼아왔습니다. (23~24)
아궁이 재조차도 이만큼의 파괴를 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점에서 말씀드리자면, 농약을 뿌리는 일은 단순히 벼의 해충인 벼 병충을 죽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천적인 거미를 죽이고, 자연 속에서 행해지고 있는 드라마 일체를 파괴하는 행위입니다. (40)
- 농업에도 적당한 게으름이 필요하다.
농업이라고 하면 부지런한 농부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논밭에서 일하는 장면이 연상된다. 일부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고령화가 심해지는 농촌에서 현실은 좀 다르다.
농기계로 토지를 갈고, 구입한 씨앗을 심고, 농자재로 식물을 생육을 조절하고, 비료를 주며, 병충해를 위해 농약을 뿌린다. 쑥쑥 자라는 풀을 제거하기 위해 제초제를 사용한다.
사람과 토지, 그리고 농작물이 전부여야 할 농업에서 그 외의 것들이 많이 필요해졌다. 농약, 비료, 제초제, 농기계 등은 필수가 됐다. 모두가 비용이 들고, 반환경적이다.
저자는 자연농법의 4원칙을 주장하고 실천했다. 무농약, 무비료, 무경운, 무제초다. 자연을 보호하며 노력도 줄이고 돈도 들지 않는 농법이다. 적당한 게으름이 필요하다. 이런 농법이 홍보되고 확산돼야 하지만 우리 농촌의 현실은 안타까울 정도로 돈에 의지하고 있다.
자연농법의 4대 원칙(49~50)
1) 땅을 갈지 않는 것입니다. (무경운)
2) 비료를 쓰지 않는 것입니다. (무비료)
3) 농약을 쓰지 않는 것입니다. (무농약)
4) 제초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무제초)
논을 갈지 않으면 그 점은 안전합니다만 새나 쥐, 땅강아지, 민달팽이가 벼의 새싹을 먹어버리는 일이 있습니다. 그러면 곤란하므로 이때 점토 단자 뿌리기가 하나의 해결방법이 되었던 것입니다. (55)
벼의 3대 병해라고 할 수 있는 도열병, 균핵병, 백엽병은 약한 품종을 쓰지 않고 질소 과잉을 피하고 물대기 양을 줄여 뿌리를 튼튼히 만들면, 이 방법들만으로도 농약을 폐지할 수 있습니다. (59)
- 농협이 자연농법에 적극 나서야
농협과 같이 농업 관련 사업으로 수익을 챙기는 기관들, 그리고 관련 연구소나 공공기관들의 태도가 중요하다. 이대로 가면 어떤 조직도 탐욕으로 향한다. 그래서 국가적으로 친환경적이고 저비용 농업으로 나아가도록 정책 방향을 정해야 한다. 조직의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자연농법 4원칙을 확산하는데 농협이 나서야 한다.
수 십 년의 시행착오를 겪은 저자의 경험이 책으로 공유될 수 있으니 정말 값진 내용이다. 자연농법은 이미 소수의 농업인들이 실천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이 책의 번역자인 최성현 씨도 그중 한명일 것이다.
무농약, 무비료 그리고 농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무공해 식품을 문드라고 하면 현재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제일 먼저 곤란해지는 것이 농협입니다. 그래서 농협이 제일 먼저 눈을 감아버립니다. 농협은 농약과 비료와 농기구를 팔아서 번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95) 겨울 농사를 할 수 없는 추운 곳에서는 가을에 클로버 씨앗을 뿌려두고 봄이 되면 20~30센티미터 정도 길이로 자랍니다. 이 클로버 속에 볍씨를 흩어 뿌리는 방법으로 뿌리고 물을 대면 클로버가 죽으면서 그 속에서 볍씨가 싹을 틔웁니다. 이처럼 간단한 벼농사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 (63)
결국 자연농법 과수원은 비료목인 아카시아가 쭉쭉 서있고, 과일나무 아래에는 풋거름풀이나 잡초가 자라고, 그 속에 야생 상태로 기르는 채소가 무성하며, 거기에 닭이 놀고 있는 매우 입체적인 농원이 되는 것입니다. (83) 그런데 이 과학기술에 대한 부정이 어디서부터 온 것이냐 하면, 오늘날의 과학을 떠받치고 있는 서양철학의 부정에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 (90)
https://bandiburi-life.tistory.com/1716
독서습관667_짚 한오라기의 혁명_후쿠오카 마사노부_녹색평론사(231214)
■ 저자: 후쿠오카 마사노부
1913년 에히메현 이요시 오오히라 출생
1933년 기후고등농업학교 농학부 졸업
1934년 요코하마 세관 식물 검사과 근무
1937년 일시 귀농
1939년 고치현 농업시험장 근무
1947년 귀농 이후 자연농법 외길을 추구
1988년 인도의 타고르 국제대학 학장 라지브 간디 전 수상으로부터 최고 명예학위를 수여
동년 아시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리핀 막사이사이상(시민에 대한 공공봉사 부문) 수상
2008년 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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