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씩씩하게 살아온 저자 김필영을 만났다. 짧은 만남 후에 결혼한 남편과 두 딸을 낳아 기르는 엄마의 바쁜 삶이 글 속에 드러난다. 담담하게 자신의 일상을 글로 표현했다. 하지만 저자 나름의 색깔이 있다. 독자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구석이 많다.
이발소를 하는 아버지를 둔 평범한 가정의 딸이다. 겨울에도 두툼한 외투를 입고 있어야 할 정도로 자린고비 부모님을 두었다. 20대에 자립하기 위해 핸드폰 가게 점원으로 일하다가 대박을 꿈꾸며 핸드폰 가게 사장도 해봤지만 실패했다. 성형외과 직원으로 일하며 뭘 해도 느린 자신이 적응하지 못하고 3개월 만에 그만둔 이야기도 솔직하게 담았다. 아파트 분양 사무실에서 로봇처럼 동일한 멘트를 날려야 했던 이야기도 있다. 경찰공무원이 되기 위해 학원을 다니며 열심히 해보고자 했지만 동영상 강의가 유튜브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시간을 보냈다. 결국은 낙방했다. 여러 사람과 연애를 했지만 실패하고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남자와 결혼을 해버렸다. 그리고 두 딸을 낳아 남편과 시간을 쪼개며 양육을 하는 이야기가 담겼다.
스물넷에는 뭔가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76)
부유한 집의 자녀도 아니고, 유명대학으로 진학한 것도 아니고, 사업을 일으켜 성공한 것도 아니고, 대기업이나 공무원이 된 것도 아니고, 백마 탄 왕자의 꿈을 이룬 것도 아니다.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는 20대에 뭐라도 해보려고 아둥거렸던 평범한 여성이다. 책을 읽고 글쓰기를 좋아했다. 결혼을 해서도 틈틈이 글을 썼다. 그리고 <무심한 듯 씩씩하게>라는 책으로 독자를 만났다.
출근하자마자 에어컨을 틀고 가게를 쓸고 닦었던 그때가 떠올랐다. 후덥지근한 공간 속에서 땀이 흘러내렸고 무수히 많은 먼지를 없앴는데, 결국 제자리다. 바보 같은 일을 한 걸까. 반찬 가게가 휴대폰 가게로 바뀌었다. 또 다른 주인에 의해 다른 가게로 바뀌겠지. 계속 바뀌기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겨울이 되었다. 모든 것은 그냥 지나가 버렸다. (79)
독자에게 큰 메시지를 전하고자 쓴 글은 아니지만 그녀의 삶이 너무도 평범하기에 평범한 독자들에게 희망을 준다. 20대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뭐라도 해보라고 권한다. 해보는 도전이 자신의 이야기가 된다. 결혼을 해서 양육으로 지친 엄마들에게도 희망을 준다. 결혼과 양육은 현실이고 누구나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잠이 부족하고 체력적으로 힘들어도 웃는 아이의 모습과 의지할 수 있는 배우자가 있기에 힘을 낸다.
그렇게 스스로 선택한 결과, 시험에 합격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떨어졌다. 다른 수많은 선택도 실패했다. 결정권을 내가 가진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렇게 내린 결정으로 약속 장소로 나가면, 다른 일자리를 찾아 출근하면, 새로운 일들이 생기고 몰랐던 세계를 만난다. 어제와 전혀 다른 오늘의 경험이 쌓여 내가 나를 알아가는 데 도움을 주게 된 셈이다. (230)
글로 자신의 일상을 풀어보고 싶은 예비 작가들에게도 희망을 준다. 글감은 생활 속에서 무궁무진하게 나올 수 있다. 지나가는 길에서도, 일하는 사무실에서도, 출퇴근하는 대중교통 안에서도, 전화 통화하는 상대방의 목소리에도, 일하는 사무실에서도 우리에게 주어진다. 우리가 조금 더 민감하게 느낄 수만 있다면 충분하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숙성시키고 한 자 한자 글자로 나열하면 된다. 나의 이야기가 나의 생각과 느낌을 담아 타인에게 전해지는 과정이 시작된다.
작가 김필영의 그리 길지 않은 생활 속 잔잔한 이야기를 읽으며 블로그에 남기는 독서 발자취에 힘을 얻는다. 김필영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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