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세워 놓은 이 화폭에는 밤과 낮의 붓으로 무수한 형상이 그려집니다. 그 화폭 뒤에는 삭막한 직선들은 모두 제거한, 경이로운 곡선의 신비로 짜여진 당신의 자리가 있습니다. - 기탄잘리 71 (103)
타고르에 대해 들어봤지만 그의 글과 인물에 대해 진지하게 들여다보기는 처음이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그의 책 <기탄잘리> 역시 희미하게 들어본 적은 있지만 직접 읽어보기는 처음이다. 그래서 <기탄잘리>는 내게 큰 의미로 다가온다.
103편의 시로 이루어져 있다. 특징은 시의 제목이 별도로 없고 1부터 103까지 숫자로 나눠진다. '기탄잘리'가 무슨 의미인지 궁금했다. '기트 git'는 '노래'를 의미하고, '안잘리 anjali'는 '두 손 모아 바친다'는 벵갈어 의미라고 한다. 누구에게 바치는 시일까 생각해보면 절대자인 신을 의미하는 듯하면서도 사랑하는 연인 같기도 하다.
이렇게 타고르는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고립되었다. 이 고독한 상태에서 더욱더 내면 세계에 몰두하고 신을 직시하게 되었다. <기탄잘리>의 명시들은 슬픔과 고독의 깊은 샘에서 길어 올린 것이다. (211)
산문시를 한 편 한 편 소리 내어 읽어봤다. 자연, 사람, 언어의 오묘한 조화를 느끼게 된다. 벵갈어를 영어로 번역해 출간한 것이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고 한다. 영어로 된 시집을 우리말로 그 의미를 최대한 유지하며 번역하는 일이 중요하다. 류시화 시인의 번역은 한글로도 충분히 타고르의 위대함을 드러낸다. 마치 처음부터 한글로 쓴 시집 같다.
103편의 시는 타고르가 얼마나 내면과 외면에 대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어쩌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놀라게 된다. 왜 타고르란 인물이 간디와 함께 국가적으로 존경받는 인물로 남아 있는지 알 수 있다.
노벨 문학상 수상은 타고르를 보통의 한 인간에서 동양의 정신을 대표하는 하나의 상징적 존재로 바꿔 놓았다. 타고르는 동양의 마음이 단순히 박물관에 소장된 흥미 있는 표본이 아니라 생생히 살아 있는 실재라는 사실을 일깨운 최초의 동양인이었다. (232)
책의 후반부에는 예이츠가 타고르에 대해 평한 글이 실려 있다. 그리고 '타고르의 생애와 문학'에 대해 정리된 글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책으로 시간과 공간을 넘어 교류할 수 있다. 이 책에 담긴 타고르의 시와 인도를 보여주는 삽화를 통해 20세기 전후의 인도로 돌아가 보자.
타고르는 미안한 마음에, 다음 날 자신을 배웅하러 나온 이태로에게 다음의 짧은 시를 써 주었다. (241)
아시아의 황금기에
그 등불지기 중 하나였던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기를 기다리고 있네
동방의 밝은 빛을 위해.
타고르의 전기를 쓴 크리슈나 크리팔라니는 말한다.
"서양 세계에 미친 타고르의 영향은, 그가 새로운 차원에서 동양을 이해시켰다는 데 있다. 그 이전에는 동양이란 서양인들에게 잉여자본의 투자로 막대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착취의 대상이었고, 서구 제국주의의 야망이 난무하는 무대였으며, 기독교 전파의 시장이었고, 기독교적 자선의 실험장이었다. 때로는 고대 동양의 지혜를 경외하는 서구 사상가나 학자가 있기는 했지만, 대체로 서구인들은 우월감을 지니고 동양을 착취의 대상으로 간주했다." (245)
독서653_기탄잘리_기트(노래)와 안잘리(두 손 모아 바치다)_타고르_2019_무소의뿔(221116)
■ 저자: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Rabindranath Tagore (1861~1941)
인도 벵골 지방의 문예부흥에 중심 역할을 한 콜카타의 타고르 가문에서 태어난 라빈드라나트 타고르는 시인이며 소설가, 화가, 음악가, 사상가이다. 중세 페르시아의 잘랄루딘 루미와 인도의 까비르 이후 아시아에서 타고르만큼 널리 읽히는 시인은 없다. 그는 문어체인 고대 산스크리트어에 의존하던 전통에서 벗어나 구어체 문장을 사용해 시문학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또한 민중들 속에서 생활하며 탄생시킨 단편소설들은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명의 인도 시인이었던 타고르에게 동양 최초의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시집 <기탄잘리>는 103편으로 된 산문시로 신, 고독, 사랑, 삶, 여행을 노래한다. 벵골 지방에는 '바울'이라 불리는 떠돌이 음유 시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거리에서 신과 진리를 이야기하는 시를 노래하며 춤을 추었는데, 타고르는 이들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다. '기탄잘리'는 '님에게 바치는 노래'라는 뜻으로, 타고르에게 '님'은 사랑과 기쁨의 대상인 신이고 연인이며 만물에 내재한 큰 자아이다.
타고르는 오늘날까지도 간디와 더불어 인도의 국부로 존경받고 있으며 인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의 국가는 그의 작사이다. 예이츠, 에즈라 파운드, 로맹 롤랑 등 서양 문인들뿐 아니라 아인슈타인과도 교류하였고,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에게 동양철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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