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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독서습관621 & 622_2차 대전 후 미국사회와 젊은이들의 기존체제 저항_길 위에서① ②_잭 케루악_2019_민음사(220902)

by bandiburi 2022. 8. 28.

 케루악의 소설 <길 위에서> 1권을 주인공 샐 파라다이스와 함께 여행하듯이 재미있게 읽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의 여러 지역을 횡단하며 보여주는 곳곳의 살아가는 모습들이 흥미롭다. 잭 케루악이 3주 만에 작성한 소설이라고 한다. 기존의 소설과는 달리 로드 무비처럼 길에서 길로 이어지는 여정이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들을 걸러지지 않고 말하듯이 글로 풀어냈다. 소설이지만 케루악의 경험이 바탕이다.

1권에서는 케루악이 뉴욕에서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하는 부분부터 딘 모리아티와 두 번째 여행을 하는 과정이 담겨있다. 1권을 읽으며 느낀 소감을 몇 가지로 정리해보자.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문제 되지 않았다. 길은 삶이니까. (2권 58)


첫째, 무작정 떠나는 여정이다. 버스나 기차을 이용 하거나 돈이 떨어지면 히치하이킹으로 이동한다. 1940년대 후반에 히치하이킹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겠다는 추측을 해본다. 주인공 샐도 히치하이킹을 하며 다양한 운전자를 만난다. 돈이 없어서 굶는 일은 다반사다. 일자리를 찾아서 한 곳에서 목화를 따는 등 얼마간 정착하기도 한다.

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걱정은 없다. 현재를 살아간다. 돈이 생기면 빌려준다. 돈이 없으면 빌린다. 훔치기도 한다. 무작정 떠나는 여행은 생각만으로도 모험이면서 걱정이 앞서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도 진실이다. 계획 없이 살아도 살아지게 마련이다는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이상하게 좋은 냄새야.” 딘이 말했다. “멕시코시티에 갈 때까지 갈아입지 말아야지. 전부 빨아들이고 기억하고 싶어.” 그리고 다시 떠났다. (2권 180)


둘째, 자유를 추구하는 삶이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들에게 마약과 담배, 술, 사랑은 필수다. 기성체제는 금욕적인 삶을 요구한다. 계획적인 삶, 절약하는 삶이 미래의 행복을 보장할 것처럼 보여준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삶에서 이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저항이고 반항이다.

떠나고 싶으면 떠난다. 머물고 싶으면 머문다. 예쁜 여자를 만나면 사랑을 나눈다. 마약도 사용한다. 현대인의 관점에서 보면 폐인처럼 보이는 여행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케루악이 주장하고 싶은 바는 '길 위에서' 만나고 헤어지고, 느끼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길 위에 서있는 케루악이 보기에 현대인의 삶은 답답한 모습일 것이다.

“이러면 대체 영혼은 어떨까! 고민도 가치관도 하고 싶은 것도 우리와는 완전히 다를 거야!” 딘은 놀라움에 입을 딱 벌리고는 시속 15킬로미터로 운전하면서 눈을 빛내며 도로변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2권 181)


마지막으로 1940년대 후반 미국 서부지역의 모습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최악의 가뭄으로 자신의 농장을 버리고 일자리를 찾아 온 가족이 도시로 떠도는 시대가 있었다. 그리고 살아남은 가족들이 근근이 살아가는 모습을 주인공 샐은 잠시 지나친다. '오키'로 불리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유튜브에서 봤던 당시의 처참한 농촌 사진들이 떠올랐다. 돈이 떨어져 일자리를 구하려 하지만 오키와 같은 수많은 사람들 역시 일자리를 찾는다. 위도에 따라서 남과 북으로 옮겨 다니며 노동을 팔고 살아가는 노무자들도 등장한다. 샐도 목화농장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 1.5달러를 받으며 하루벌이 인생을 전전하는 때도 있었다.

누구도, 누구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한다. 버려진 누더기처럼 늙어가는 것밖에 알지 못한다. 그럴 때 나는 딘 모리아티를 생각한다. 끝내 찾아내지 못했던 아버지, 늙은 딘 모리아티도 생각하면서, 딘 모리아티를 생각한다. (2권 197)


<길 위에서>는 부동산과 재테크에 찌들어 살고 있는 우리에게 상쾌한 공기처럼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간접 여행을 체험하게 해 준다. 공부, 취업, 자격증, 스펙 등에만 치우쳐 있는 젊은이들도 잭 케루악과 같이 과감하게 떠나는 여행은 어떨까.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자신의 노동을 팔아 돈을 벌어보고 굶주리기도 하며 자신의 인생에 대해 더욱 책임질 수 있는 삶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잭 케루악 (출처: 위키미디아 커먼즈)

■ 저자: 잭 케루악 Jack Kerouac (1922~1969)

1922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서 태어났다. 1940년 콜롬비아 대학교에 입학하나 학업을 중단하고 갖가지 직업을 전전하다 2차 세계대전에 해군이로 참전한다. 종전 후 대학교를 자퇴하고 작가 윌리엄 버로스, 닐 캐시디, 앨런 긴즈버그 등과 함께 미국 서부와 멕시코를 도보로 여행한다.

이때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길 위에서>가 1957년 출간되자마자 당시 젊은이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으며 케루악은 소위 '비트 세대'를 주도하는 작가로 단숨에 자리매김한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즉흥적인 문체, 거침없이 역동하는 재즈와 맘보의 리듬, 끓어오르는 에너지와 호기심으로 가득한 이 작품은 이후 문학과 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소설의 가치관에 감흥을 받은 젊은이들은 도취의 세계를 찾아 전국을 방랑하면서 1960년대 히피 운동을 탄생시키는 도화선을 만들었다. 그 밖에 <달마 부랑자>, <외로운 여행자>, <빅 서>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1969년 4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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