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블랜더 거실
독서습관

[626] 엘리트 독식사회_미국 엘리트들의 열망과 위선을 통해 한국을 본다

by bandiburi 2022. 9. 12.

한국의 자산 불평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한다. 나라의 살림을 책임지는 고위 정부 관료들, 정의를 실현한다며 기소권을 가진 검사들, 생명을 소중히 여긴다는 의사들, 나라의 부를 키운다는 기업가들 등 부와 권력을 가지고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생각과 결정이 중요하다. 엘리트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자신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 중 어느 쪽을 선택하고 있을까 생각해보는 책 <엘리트독식사회>였다.

미국 사회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미국식 자본주의를 그대로 따라가는 대한민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큰 책이다. 책은 만연체처럼 문장간의 호흡이 꽤 길다. 그래서 읽다 보면 주의가 산만해져 꾸준히 읽기 힘든 점도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머리에 남는 인상은 두 가지였다. 

세상을 바꾸고 싶은가? 사업을 시작하라. -조너선 클라크 Jonathan Clark, 기업가 (63)

 

첫째,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시스템 즉 체제를 바꾸려는 자와 체제는 그대로 두며 좁은 범위의 대중 관심사에 편승해 부를 유지하려는 자다.

저자는 대부분의 엘리트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해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즉 기득권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는 현재의 시스템은 언급하지 않는다. 그래서 불평등을 말하기보다는 빈곤을 거론하며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 자신들이 막대한 금액을 기부한다고 자랑한다.

클린턴은 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엘리트의 원죄를 말하거나 권력의 재분배와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변화를 요청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이 그저 최소한의 품위를 갖추도록 하려면 부호들이 귀중한 것들을 내주어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해야 할 것이다. (382)

시스템 자체를 바꾸려는 자들의 목소리는 미미하다. 불평등의 현실을 보여주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학계의 비판은 정치인과 기업인들에게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당장의 표와 주주들을 위한 재무제표상의 실적이 우선이다.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이 대다수 대중을 위해서 일하도록 하기 위해 법이 필요하고 정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이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기에 이런 책을 통해 엘리트 중심 사회의 폐단을 지적하고 있다. 

그 이데올로기는 종종 신자유주의라고 불리는데, 인류학자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의 규정에 따르면 "강력한 사적 소유권, 자유시장, 자유무역을 특징으로 하는 제도적 틀 내에서 개인이 기업가로서 자유와 수완을 자유롭게 발휘하도록 할 때 인간의 행복이 가장 잘 도모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치경제적 실천의 이론"이다.

하비는 이 이론이 설파되는 곳마다 "규제 철폐, 민영화, 그리고 다양한 공공서비스 영역에서 국가의 철수"가 뒤따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한편,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행동과 안녕을 책임진다. 이 원칙은 복지, 교육, 보건, 심지어 연금의 영역에까지 뻗어간다."

정치철학자 야샤 뭉크Yascha Mounk는 이 이데올로기가 새로운 '책임의 시대'를 열었다고 말하면서 그 문화적 영향을 다음과 같이 포착한다. "한때 타인을 돕고 지원하는 도덕적 의무를 의미했던 책임은 이제 자급자족의 의무를 암시하게 되었다." (36~37페이지)

데이비드 하비가 언급한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은 보수당이 집권한 대한민국에서 잘 이해된다. 공공의 역할을 축소하고 개개인이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자급자족의 삶, 독자생존의 삶이 부각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우려된다. 신자유주의를 주장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자신의 삶을 우선시하는 자들이 아닐까. 타인의 삶을 돌아보고 공공의 역할을 통해 자립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삶을 바로 설 수 있도록 돕는 활동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제이콥스의 이야기는 미국의 진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여러 지점을 드러냈다. 거기에는 미국의 의료 시스템과 너무 비싼 약들, 대중교통 시스템, 임금과 노동법, 식량 시스템과 식품 사막, 학자금 대출 위기, 미국 기업이 노동자에게 불확실성을 떠넘김으로써 한 세대에 걸쳐 손익계산서를 안정시킨 이른바 리스크 대이동 great risk shift, 그리고 주주들이 모든 다른 이해 당사자를 희생시키면서 점점 더 자신들만을 위해 회사를 경영하는 방식 등이 포함된다. (96)

둘째, 드레즈너가 정의한 두 부류의 지식인인 비판적지식인과 지식소매상에 대한 생각이다.

앞서 언급한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해 시스템을 개혁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지식인지 '비판적 지식인'들이다. 이들은 근본적인 문제를 들여다보고 해결안을 제시한다. 하지만 기득권을 가진 계층에게는 반감을 사기 쉽다. 

드레즈너는 두 종류의 구별되는 지식인을 정의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이들은 중요한 관념을 발전시키면서도 광범위한 청중에게 호소하려는 욕망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두 유형 중 첫 번째, 사멸하는 유형이 공공지식인으로 드레즈너는 이들을 폭넓은 '비판자 critic'이자 권력의 적이라고 묘사한다. (...)

두 번째, 떠오르는 유형이 지식 소매상으로 이들은 최근 지적 생산에 꽤 많은 후원을 하는 대부호들과 어울리고는 한다. 지식 소매상들은 '한 가지 엄청난 것을 알고 있고 자신들의 중요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고 드레즈너는 말한다. 이들은 회의론자가 아니라 "진정한 신념가"이다. (152)
그러나 빈곤이 누군가의 책임을 묻지 않는 물질적으로 결핍된 상태라면, 불평등은 그보다 더 우려할 만한 상태다. 불평등은 어떤 이는 갖고 다른 이는 갖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이는 불의와 부정이라는 관념을 들여온다. 그리고 관계를 드러낸다. (200)

반면에 지식소매상들은 특정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통해 강연 등을 통해 유명세를 얻고 책을 출판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다. 요즘 재테크와 정치와 관련해서 수많은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활동하고 있다. 얄팍한 언변과 단편적인 지식을 조합해서 대중의 관심을 유발한다. 또는 세바시 혹은 TED에 등장해서 자신의 성공담이나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설파한다. 이런 사람들을 지식소매상이라 부른다. 매우 적절한 용어라고 생각되었다. 지식을 대중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사람들이다. 인지도가 높아지면 소매상의 판매고가 증가한다. 이들에게 사회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부유한 사람들은 스스로 다음과 같이 물어볼 필요가 있었다. "내가 부를 축적한 경기장은 평평하고 공정했는가? 시스템이 나의 이점을 강화하는 여러 방식으로 나 같은 이들에게 특혜를 주지는 않았나?" 카네기가 제시한 것처럼 부자들은 진보의 과실을 임시로 관리하는 수호자들인가, 아니면 그 진보를 세습의 방식으로 축재한 이들일 뿐인가? (275~276)

개인적으로 세바시나 TED를 즐겨 듣는 편이었는데 이 책에서 '지식 소매상'이라는 용어를 접하며 조금은 비판적인 안경을 끼고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계화로 가는 길목 어딘가에서, 지역사회의 대들보로 여겨졌던 기업의 자기 이미지는 "이제 전 세계로 뻗어가므로 지역사회는 더 이상 우리 문제가 아니다"는 생각으로 대체되었다고 포터는 말했다. (...) 지역사회는 지렛대가 없었기 때문에 자유롭게 달아날 수 있었던 회사들만 번창했다. (236~237)
좌절한 시민들은 엑셀과 파워포인트를 다루는 이들에 대해 자신들이 아무런 권력도 갖고 있지 못하다고 느꼈다. 반면 이 엘리트들은 이들의 노동시간을 전환하거나, 이들의 공장을 자동화하거나, 이들의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어느 갑부가 만든 새 교육과정을 조용히 법제화하는 식으로 권력을 행사했다. 사람들이 환영하지 않았던 것은 자신들 없이 변화하는 세계였다. (338~339)

독서습관626_엘리트독식사회_아난드 기리다라다스_2019_생각의 힘(220916)


아난드 기리다라다스 (출처: 위키미디아 커먼즈)

■ 저자: 아난드 기리다라다스 ANAND GIRIDHARADAS

현재 <타임> 논설주간이며, <뉴욕타임스> 기자이자 칼럼니스트 출신으로 <애틀랜틱> <뉴요커> 등에도 글을 써왔다. 아스펜 연구소 Aspen Institute의 펠로우로 선정되었고, MSNBC에 정치 분석가로 출연 중이며 한때 맥킨지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미시간 대학교와 옥스퍼드 대학교를 졸업했으며, 하버드 대학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뉴욕 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치며, TED에서 두 차례 강연했다.

아시아출판인협회 Society of Publishers in Asia, 예일 대학교의 포인터 펠로우십 Poynter Fellowship, 뉴욕 공립도서관의 헬렌 번스타인 어워드 Helen Berstein Award 등에서 수상했다. 뉴욕 브루클린에 살고 있으며, <진정한 미국인 The True American>과 <인도의 소명 India Calling> 등을 썼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