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있는 최근 소설을 읽어보려 정약용도서관에서 검색을 했다. <불편한 편의점>이 검색되었다. 재미있는 제목이라고 생각하며 대출하려고 보니 예약이 5명까지 꽉 차 있다. 기회를 봐 예약을 하고 한 달 반이 지나서야 읽을 수 있었다. 첫 페이지부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소설이다.
염 여사와 노숙인 독고와의 만남, 편의점 알바생들의 인생과 다양한 계층의 손님들의 인생이 독고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곰처럼 덩치가 크고 말이 어눌한 사나이 독고가 자신의 착한 본성으로 만나는 사람들의 불행을 행복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마을을 따뜻하게 한다. 모든 사람의 인생이 가족, 직장, 일, 인간관계에서 갈등과 고민이 상존하고 있다. 해결의 실마리를 얻어 갈등이 해소되는 과정이 독자에게 행복감을 준다.
그렇게 평생 사장이나 자영업과는 거리가 멀었던 염 여사가 편의점 경영에 신경을 쓰게 된 것은, 이 사업장이 자기 하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삶이 걸린 문제라는 걸 깨닫고 나서부터였다. (33)
“밥 딜런의 외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40)
독고라는 가명으로 노숙인 생활을 했던 중년의 사나이가 편의점이라는 장소에서 야간 알바를 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해 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결국은 의사로 성공하는 듯했던 삶이 의료사고를 뒤집어쓰면서 가족과 삶이 파괴된 이야기가 밝혀지면서 독자의 궁금증이 해소된다. 자신의 모습을 되찾고 코로나 시대에 과감하게 코로나가 성행하는 대구 지역으로 봉사하러 가는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꼭 크리스천이어서가 아니라 그게 세상 염치라는 거다. 사장이면 모름지기 직원들 생계를 생각해야 하는 거라고.”(185)
대체 당신을 지탱하는 힘은 무엇이냐고? 그녀가 말했다. 인생은 원래 문제 해결의 연속이니까. 그리고 어차피 풀어야 할 문제라면, 그나마 괜찮은 문제를 고르려고 노력할 따름이라고요. (247)
한 권의 책 속에 사회의 여러 이슈들을 담고 있다. 성인이 되어서도 자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지해서 살아가는 젊은이들, 노인 일자리, 불안정한 직장에서 가까스로 매달려 있는 샐러리맨, 공무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청년들, 의료사고를 내고도 검사들과 친분을 이용해 희생자에 대한 책임보다 돈을 앞세우는 현실, 돈만 생각하는 사장들, 불안정한 가족관계의 현실 등이 소설 속에 녹아 있다.
따지고 보면 가족도 인생이란 여정에서 만난 서로의 손님 아닌가? 귀빈이건 불청객이건 손님으로만 대해도 서로 상처 주는 일은 없을 터였다. 불쑥 내뱉은 말이지만 그에게 답이 되었다니 마음이 놓였다. (251~252)
이 나라에선 사람을 죽이거나 성범죄를 저질러도 의사 면허가 취소되지 않는다. ‘불사조 면허’라고 한다. 왜 그러냐고? 의료 기술자들이 법 기술자들과 친하기 때문이다. 그걸 믿고 우리는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다. 그런 끔찍한 특권으로 사람들을 죽이고 살리다 보니 스스로를 전지전능한 신으로 착각한 건지 모르겠다. (262)
아주 재미있고 몰입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라 반나절 만에 읽었다. 기분이 좋아지는 내용이다. 모두 읽고 나니 주변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었다. 바로 옆에 있는 아내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대학생 아이들에게도 일독을 권했다. 평소 책보다는 유튜브를 좋아하는 아내도 몇 페이지를 넘기더니 재미있다고 계속 읽는다. 좋은 책이다.
■저자: 김호연
2013년 <망원동 브라더스>로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망원동 브라더스>(2013), <연적>(2015), <고스트라이터즈>(2017), <파우스터>(2019), 산문집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2020)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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