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습관을 만들어보자고 결심한 이후 읽고 있는 책에서 인용하거나 추천한 도서를 연이고 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2022년에는 성소수자와 관련된 퀴어 문학과 여성인권에 대한 페미니즘 문학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그해, 여름 손님>은 처음 접하는 게이 소설이다. 그래서 쇼킹했다. 이성 간의 사랑이 주류인 사회에서 동성 간의 사랑을 다루는 문학은 드물다. 두 남성이 서로에 대해 느끼는 애틋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소설이다. 게이의 사랑을 엿볼 수 있고 게이들에 대한 이해의 시작을 제공한다.
내 안에서 행복의 근원을 찾으면 타인에게 의존할 필요 없이 다음에도 나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다. (65)
어느 해 여름, 스물네 살의 미국 철학교수 올리버가 이탈리아 리비에라에 있는 별장에 초대된다. 다양한 사람들을 초대해 대화를 즐기는 부모를 둔 열일곱 살 엘리오가 주인공이다. 그는 피아노와 편곡을 좋아하고 독서를 즐긴다. 많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받는 올리버는 교수이면서 다방면에 재주를 가진 사람이다. 올리버와 엘리오 사이에 서로의 감정을 탐색하고, 고백하고, 사랑을 나누는 과정을 작가는 주변 환경과 오감에 대해 풍성한 글로 표현했다.
진실을 털어놓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누구한테 말한단 말인가? 마팔다? 그랬다가는 우리 집을 그만두고 나갈 것이다. 고모? 고모는 모두에게 말할 거다. 마르지아, 키아라, 내 친구들? 말하자마자 날 외면하겠지. 가끔 놀러 오는 사촌들? 절대 안 될 일이었다. 아버지는 사고방식이 매우 자유분방한 편이지만 과연 이 문제도 그럴까? 선생님에게 편지를 쓸까? 의사를 찾아갈까? 정신 상담을 받아 봐야 할까? 아니면 올리버한테 말할까? (79~80)
우리 사이에는 친구 사이에만 존재하는 투명함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어쩌면 우리는 친구였다가 연인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원래 연인 사이는 이런 것인지도. (197)
책의 후반부에 두 가지의 반전이 있다. 첫 번째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었던 아버지와 엘리오의 대화다. 두 번째는 엘리오와 올리버의 사랑 이야기가 회상이라는 점이다. 사십 대가 되어버린 엘리오와 올리버가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마무리된다.
우리의 가슴과 육체는 평생 한 번만 주어지는 거야. 대부분의 사람은 두 개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처럼 살아가지. 하나는 실물 모형의 삶, 또 하나는 완성된 형태. 하지만 그 사이에 온갖 유형이 존재하지. 하지만 삶은 하나뿐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이 닳아 버리지. 육체의 경우에는 아무도 바라봐 주지 않고 가까이 오려고도 더더욱 하지 않는 때가 온다. 그러면 슬픔뿐이지.
나는 고통이 부럽지 않아. 네 고통이 부러운 거야." 아버지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다시는 이야기하지 않을지도 모르지. 그렇다고 나를 원망하는 일은 없으면 좋겠구나.(...)" (275)
이탈리아 기후와 지역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그리고 게이인 엘리오와 올리버가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이 발전하는 과정 설명이 풍성하다. 소설 속에서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소설가가 대단해 보이는 시간이었다. 한 편의 소설을 출간하기 위해 소설가가 얼마나 많은 자료조사와 인고의 시간을 보내는지 독자는 추측할 뿐이다.
모두 읽은 후에 평소에 살아볼 수 없는 누군가의 인생을 간접 체험하는 만족감을 느낀다. 엘리오가 게이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부분을 통해 보수적인 우리 사회에서 정체성을 숨기며 살 수밖에 없는 성소수자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나부터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해야겠다.
독서습관620_그해 여름 손님_안드레 애치먼_2017_잔(220828)
■ 저자: 안드레 애치먼 Andre Aciman
1951년 1월 2일 이집트 출생. 뉴욕대학에서 작문을 공부하고 프린스턴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가르쳤다. 지금은 작가로 활동하는 한편 뉴욕 시립대학 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가르치며 가족과 함께 맨해튼에 살고 있다.
1995년 회고록 <Out of Egypt>로 파이팅 어워드 논픽션 부문(Whiting Award for Nonfiction)을 수상했고, 1997년 구겐하임 펠로십(Guggenheim Fellowship)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며, 2007년 <Call Me by Your Name>으로 람다 문학상 게이 소설 부문(Lambda Literary Award Winner for Gay Fiction)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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