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산업화 시대에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에서 살았던 사람들에게 '번아웃'이 될 정도로 자신을 몰아가는 것은 성장하고 승진하기 위해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은 능력이 없거나 체력이 약한 사람으로 치부했다. 이런 환경에서 누가 웃었을까. 분명히 노동자는 아니었다.
저성장 시대로 가고 있고 저출산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대한민국인데도 적지 않은 부모들은 여전히 급변하는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학업과 취업을 강조한다. 부모 세대도, 청년 세대도, 청소년 이하 학생들도 모두가 번아웃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다.
어릴 때, 배운 대로, 직장과 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느끼는 대로, 원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번아웃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 됩니다. (55)
자신에게 지나치게 가혹해지지 마세요. 계속되는 관리와 지나치게 높은 기준으로 스스로를 혹사시키지 마세요.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실제로 경험하는 경험자아experiencing ego와, 한발 떨어져 나를 관찰하는 관찰 자아 observing ego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66)
이 책 <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는 사회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만날 수 있는 번아웃에 대해 옆에서 이야기하듯 쉽고 짧게 설명하고, 이를 예방하고 치유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도 소개하고 있다.
짧은 분량으로 내용도 상당 부분은 이미 알려진 사실들을 정리한 수준이라 어렵지 않다. 심지어 이런 걸 책으로 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평이하다. 그래도 잠시 머리를 식히며 건강도 생각할 수 있는 책이라고 보면 좋겠다.
그리고 신체의 면역체계가 혼란스러워집니다.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해지거나 알레르기 증세가 올라올 수도 있고, 잔 염증들이 많이 생기기도 합니다. 원래 가지고 있던 증상이 악화되고, 입병이 낫지 않는다거나 감기 같은 잔병치레가 잦아지기도 합니다. 우리 몸이 위험 신호를 보내는 거죠. (80)
우리 몸에는 몸의 상태를 자동으로 조율하는 자율신경계라는 게 있습니다. 자율신경계는 공습경보가 울리는 비상 상태를 담당하는 교감신경계와 휴식 및 충전 상태를 활성화하는 부교감신경계로 나뉩니다. 교감신경계는 우리 몸을 긴장하게 하고, 부교감신경계는 우리 몸을 이완시키고 쉬게 합니다. (86)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게 어렵습니다. 왜 그럴까요? 자기주장 훈련을 연구한 심리학자 김인자 박사님은 그 이유를 우리가 비주장적 환경에서 성장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아동이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일이 드문 환경에서 성장하니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방법을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습니다. (117)
■ 저자: 안주연
우울증과 스트레스 질환에 접근하는 세 꼭짓점인 생물학적 심리학적 사회학적 측면을 고루 살피고 내담자와 함께 풀어가고자 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다. 일, 관계, 가족 등 우리 삶의 소중한 가치 속에 공존하는 모순과 어려움을 탐구하며 사람들의 마음과 일상을 다독이고 있다. 나를 줄 세우려는 세상의 기준으로부터 단단한 중심을 지키는 법이 무엇일까 늘 고민 중이다. 책 읽기와 글쓰기, 고양이와 듀공을 좋아한다. 현재 마인드맨션의원 대표원장이자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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