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때문에>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이 책은 '인터넷 언어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재미있게 보여준다. MZ 세대가 점차 사회의 주역으로 활동하는 시대에 이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언어를 이해하는지 측정하는 지표도 만들었다. MZ 세대들 간에 사용한다는 약어를 얼마나 아는지를 묻는데 아는 용어가 거의 없었다.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통신이 발전하면서 네트워크를 통해 사용되는 언어의 변화를 사회언어학적 관점에서 저자의 생각을 정리했다. 이런 각도에서 우리의 언어를 탐색해본 경험이 없기에 참신하게 다가왔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차이로 인해 선호하는 이모티콘이 다른 점이 있다는 점은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데 자의식을 거치지 않은 언어에 접근하는 특별히 효율적인 방법은 바로 인터넷이다. 연구자들은 공개적이고 비격식적이며 자의식적이지 않은 언어의 사례를 동영상에서부터 블로그 포스팅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살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많은 경우 이런 언어를 검색까지 할 수 있다. 사례 몇 개를 얻자고 음성 파일을 여러 시간 동안 녹취할 일은 더 이상 없다. 트위터가 특히 소중하다. (39)
언어학자들이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분석할 때 트위터가 아주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트위터의 가치를 다시 보게 되었다. 누구도 의식하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소통하는 트위터의 비격식 언어는 있는 그대로의 소스를 요구하는 학자들에게 소중하다는 점이다. 트위터를 사용하지 않는 입장에서 세세한 부분까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카톡을 대입해 보면 쉽게 납득할 수 있다.
우리는 특정한 방식으로 말함으로써 네트워크와 소속감, 공동체를 강화한다. (46)
트위터 네트워크가 당신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든 사람을 절대적으로 대표하지는 못한다 해도, 모두가 트위터를 사용하는 건 아니라고 해도, 트위터는 새로운 단어가 어떻게 사람들의 입에 붙느냐는 아주 오래된 질문에 접근하는 데 도움이 되는 흥미롭고 새로운 방법이다. (55)
계산기의 기능은 중립적이라고 해도, 언어의 기능은 그처럼 중립적이지 않다. ‘표준어’와 ‘정확한’ 철자법은 영원한 진실이 아니라 집단 합의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며, 집단 합의는 변할 수 있다.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시키는 의사소통 도구는 새로운 단어를 더 빨리 번지게 할 수 있다. (74)
'국민학교'로 불리던 시절에 배웠던 표준어 철자법은 현재 시점에서 바뀐 부분이 많다. 띄어쓰기도 포함된다. 사회문화적인 변화에 따라 더 이상 일상에서 쓰이지 않는 용어가 있고, 새롭게 탄생하는 것이 있다. 저자가 정의한 것처럼 변화에 맞게 집단적 합의에 의해 표준어는 재정의된다. SNS의 발전과 사용인구의 증가는 자연스럽게 구어 같은 문어를 탄생시켰다. 이들의 사용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노출 횟수가 증가할수록 쉽게 확산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 언어가 된다.
연구자들은 픽션을 많이 읽은 사람들이 주로 논픽션 작품만 읽거나 독서를 아예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이 더 뛰어남을 알아냈다. 21세기에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게 될 것이다. 이모지를 비롯한 여러 요소는 우리에게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을 줄 뿐 아니라, 그에 관해 쓰는 능력도 준다. (287)
픽션은 일상에서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상황을 독자가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런 가상의 경험은 현실의 경험과 접목되어 우리의 공감능력을 키운다는 의미다.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사람, 픽션을 많이 접하는 사람, 여행이나 체험을 많이 한 사람들이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타인의 마음에 다가가는 능력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뛰어날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책과 여행, 그리고 산책하며 생각정리가 필요하다.
독서습관616_인터넷 때문에_그레천 매컬리_2022_어크로스(220822)
■ 그레천 매컬리 Gretchen McCulloch
언어학자. 인터넷 밈, 이모지, 문자메시지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과 인터넷 언어를 연구해왔다. <와이어드>에서 언어학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흥미진진한 언어 현상을 소개하는 팟캐스트 <언어학 열정>의 공동 제작자다. 맥길 대학교에서 언어학 석사를 마쳤다.
인터넷 언어 연구자인 동시에 그 사용자로서의 위치를 만끽하는 저자는 웹툰 <xkcd>에서 캐릭터화 되는 등 인터넷 세상에서 즐겁게 살고 있다. 또한 1300만 구독자를 둔 교육 전문 유튜브 채널 <크래시 코스(CrashCourse)>의 언어학 강좌를 함께 만들었으며, 2021년 미국 언어학회에서 선정하는 ‘언어학 언어 대중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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