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내 추천도서 코너에서 만난 <타잔 경제학>은 아주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다. 특히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만능처럼 간주되는 시대를 제대로 해석하기 위한 필독서라고 생각된다.
저자 윌 페이지는 세상의 변화를 제대로 읽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8가지 원칙을 경제학자로서 자신이 스포티파이에서 일하게 된 배경, 스포티파이가 어떻게 시작되고 성공했는지에 대한 내용 그리고 자신의 경험과 전문가들의 주장을 인용해서 설명한다.
스포티파이 Spotify란 기업은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되었고 2020년 코로나 이후 미국주식 붐이 일면서 많이 회자되었던 기업 중에 하나다. Shopify란 기업과 이름이 비슷해 두 기업의 사업구조가 궁금하던 차였다.
스포티파이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음반 산업이 2000년대 초반 혁신의 실패로 10년을 보냈던 이야기, 스포티파이와 애플이 음원산업에서 진화한 이야기, 노래에 대한 저작권료 기준 등을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음악 분야에 대한 좋은 인사이트를 주는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타잔이 넝쿨을 타고 진행하듯이 기존의 넝쿨에만 집착하지 말고 적당한 타이밍에 새로운 넝쿨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목이 그렇게 연결된다. 저자는 경제학자이면서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적당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빅데이터에 대한 맹신을 주의하고, 단순한 사고보다는 한 번 더 생각하는 전환적 사고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그중에서 깊은 인상을 줬던 부분을 아래에 인용했다.
일찍이 2002년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가 예측했듯 “음악은 수돗물 같은 것”이 되었다. 언제든 틀면 나오므로 특별히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12)
그래서 우리 업계에선 이렇게들 말합니다. 음반 컬렉션은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고, 소장 도서들은 주인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지 보여준다고요. (14)
과거 대학생이 선호하던 세 가지 고소득 직업 분야는 회계, 금융, 법률이었다. 이제는 데이터 과학,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제품 관리다. (18)
우리 아버지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절대 수줍어하지 말라고 가르치셨다. (돌아오는 최악의 말이라야 ‘꺼져’ 일 것이므로). 그래서 나는 싱어에게 그가 쓴 글에 이의를 제기하는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며칠 안에 그에게 연락이 왔다.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1,000 단어 이내로 써서 보내주십시오. (…)”(25)
스웨덴은 탄탄한 사회 안전망을 갖췄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 기업가정신이 꽃피고 있다. 스웨덴은 부모의 출산 휴가를 확실히 보장하는 정책으로 유명하며 부모가 일터로 복귀한 후에도 양육과 관련된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이 나라에서는 근로자들에게 일하지 않을 기회를 제공해준다. 즉 노동법에 근거해 근로자가 안식 휴가를 쓰면서 학업이나 창업을 위해 그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창업이 실패하더라도 원래 다니던 회사의 자리로 돌아가면 된다. (67~68)
주의력 경제학의 나머지 부분은 ‘경제학’이다. 노래가 30초 이상 재생돼야 저작권료가 발생한다면 초반부터 청취자를 사로잡아 30초 이상 듣게 만들어야 한다. 게다가 곡이 길어진다고 그만큼 저작권료를 더 받는 것도 아니라면 곡을 짧게 만들 동기는 충분해진다. (…) 영리한 작곡가들은 예전보다 곡을 짧게 만든다. (81)
주의력 경제를 일종의 공유지로 본다면, 소비자의 주의력을 차지하려는 경쟁자 수가 과도하게 많아질 경우 공유지의 비극이 일어난다. 늘어난 콘텐츠와 치열한 경쟁이 결국 우리의 주의력을 고갈시키는 것이다. (87)
저명한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제시한 모델에 따르면 게임에 깊이 집중하는 것은 ‘몰입’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목표가 명확하고 적절한 피드백이 있으며 과제와 실력이 균형을 이루면 정신을 완전히 집중할 수 있다.” (107)
비거노믹스는 꼬리 자체가 주요 수익원은 아니지만 그 꼬리를 활용해 돈을 벌 수는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146)
시가를 즐겨 피운 줄리어스 헨리 ‘그루초’ 마르크스 (Julius Henry ‘Groucho’ Marx, 1890~1977)는 여든여섯 해를 사는 동안 많은 재치 있는 명언을 남겼다. 그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이것이다. “나는 텔레비전이 매우 교육적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텔레비전을 켜는 순간 나는 방으로 들어가서 좋은 책을 읽는다.” 뛰어난 희극배우였던 그의 입에서는 늘 재담과 경구가 흘러나왔다. (194)
중세 유럽에서 매우 중요한 무역 항로였던 라인강은 신성로마제국에 의해 보호되었다. 이곳을 지나는 상선들은 강의 유지 관리 및 안전한 통행을 위해 요금을 지불했다. 중앙 권력이 통행료를 징수하고 관리했다. 일종의 공동체 모델인 셈이다.
그런데 프리드리히 2세가 1250년 사망한 후 상황이 달라졌다. 권력 공백이 생기면서 혼란한 정국이 이어졌고 자연히 이런저런 규제들도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이 혼란한 시기에 ‘강도 귀족’들이 시장의 틈을 발견하고는 라인강에서 불법으로 통행료를 징수하기 시작했다.
조정 시스템이나 규제라고는 없이 오로지 귀족들의 이익 추구 행위만 기승을 부렸다. 통행료 징수를 위해 세운 성이 짧은 거리 안에 어찌나 많았던지, 이쪽 성에서 저쪽 성으로 가격 신호를 보내면 들릴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05)
이것은 스포티파이 성공 비결이기도 하다. 음악 소비자들은 특정 아티스트나 노래가 유니버설 소속인지 소니 소속인지 잘 모른다(또는 별 관심이 없다). 마찬가지로 글을 쓴 기자가 어느 신문사 소속인지 굳이 알려는 독자는 거의 없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각자 선호하는 조건에 따라 음악이나 뉴스를 소비하는 것이다. (227)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명한 통계학자 에이브러햄 월드(Abraham Wald)는 미 전투기들이 임무를 마치고 귀환하면 총탄을 맞은 지점들에 철판을 덧대 기체를 강화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의 전환적 사고에 의하면 이것은 잘못된 해결책이었다. 그 전투기들은 총격을 받았음에도 무사히 귀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작 중요한 것은 격추돼 귀환하지 못한 전투기들이 총탄을 맞은 부위였다. 미 공군은 보이는 신호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신호에, 발생 데이터인 원(one)이 아니라 미발생 데이터인 제로(zero)에 초점을 맞춰야 했다. (233)
우리는 독점은 ‘나쁜 것’이라는 기존 사고방식 대신 그 반대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 편리함 제공을 위해 경쟁하는 독점 기업들이 ‘좋은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관점 말이다. (268)
우리는 머릿속의 아이디어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집보다 더 중요해지는 뉴노멀 시대가 됐음을 살펴봤다. 그런 아이디어들의 가치가 GDP에 제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도 살펴봤다. 각각의 경제 성과를 가진 나라들의 국경이 존재함에도 우리의 경제 활동은 국경 없는 클라우드로 계속 이동하고 있다. (303)
수량화 편향은 측정 불가능한 것보다 측정 가능한 것을 선호하며, 측정할 수 없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또는 심지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치부한다. 수량화 편향은 우리가 일하는 방식과 노력을 기울일 대상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308)
빅데이터를 이용해 상관관계를 알아내기는 매우 쉽다. 데이터 상으로 두 변수 사이에 관계가 있음이 관찰되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반면 인과관계는 훨씬 더 판명하기 어렵다. 어떤 두 변수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해서 실제로 그 두 변수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324)
PMI 산출 과정에서는 향후 경기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보는 응답자들은 거의 반영하지 않고 경기 개선을 전망한 이들과 악화를 전망한 이들의 순차이만 반영한다. 따라서 응답자의 97퍼센트가 동의하지 않는 지수가 나올 수도 있다. (339)
사람들은 빅데이터가 항상 옳다고 가정하지만 사실 데이터만 우리가 올바르게 이해하지 않으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기꾼보다도 더 설득력 높은 거짓말쟁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347)
우리는 빅데이터라는 방향으로 과도하게 치우쳐 있으므로 ‘틱데이터’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정량적 데이터가 아니라 사람들 자체를 이해해야 한다. 빅데이터 이용 및 남용에 대한 유혹,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연결하고 싶은 유혹이 우리의 상식적 관점을 방해하고 수량화 오류에 빠질 위험을 높인다. 쉽게 측정할 수 없는 것은 무가치하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375)
■ 저자: 윌 페이지 Will Page
스포티파이와 영국음악저작권협회(PRS for Music)의 수석 경제학자로 일했으며, ‘로코노믹스(Rockonomics)’라는 영역을 개척한 로코노미스트로도 불린다. PRS 재직 당시 라디오헤드의 <인레인보우즈> 앨범에 관한 글과 라디오 방송국 BBC 6 뮤직을 구하기 위한 글을 발표했다.
스포티파이에서 일하는 동안 카탈로그의 의미를 재정의하는 데 기여했고, 음악 저작권의 글로벌 가치를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 <파이낸셜타임스>, <빌보드> 등 여러 매체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한다. 최근 발표한 글에서는 코로나19가 라이브 공연 산업과 음반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했다. 런던정치경제대학교 방문 펠로우, 왕립예술협회 펠로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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