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아이의 울음소리가 반가운 나라가 되었다. 출산율이 1.0 이하로 지속되고 있고, 한 해에 태어나는 신생아는 20만 명대로 떨어졌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서서히 변해가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환경에서 인구학자인 조영태 교수의 책 <인구 미래 공존>은 현재를 다양한 각도로 분석해서 개인, 가정과 기업이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가이드 역할을 한다.
인구라는 것이 단시간 내에 크게 변할 수가 없지만, 현재의 인구 정보로 정해진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장점이자 단점이다.
우려되는 부분은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다. 저자가 책에서 언급했듯이 Z세대가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2030년 이후에는 세 명 중에 한 명이 노인이라서 사회 전 분야에서 변화가 불가피하다.
연금 관련한 정년연장, 정년연장으로 인한 청년 일자리, 소비 감소에 따른 기업들의 전략 변화,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 일인 가구의 급증, 과학기술 적용 분야의 확대 등이다.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중년의 입장에서 두 가지로 요약해 본다.
첫째, 인구학적 관점에서 지속적인 국가의 성장을 위한 정부 차원의 청사진이 필요하다.
이 청사진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야 한다. 그리고 단계적으로 실천하는 가운데 2030년 이후에도 변화에 연착륙하며 국가의 위상이 퇴보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기성세대들이 Z세대, 알파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노인인구의 증가로 인해 고령층 중심의 정책결정이 주가 되었다면 앞으로는 모든 연령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둘째, 베이비부머 1, 2세대들은 개인적으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변화의 흐름을 읽고 자신의 관심과 강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자기계발을 지속해야 하겠다.
물론 나이가 들수록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운동과 식습관 관리를 통해 건강을 유지해 삶을 계속해서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 바탕에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에서 70대까지 사회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구감소에 대해 부정적인 부분만 보지 말고 상상력을 발휘해서 기회를 찾고 미래를 준비하자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한다.
아래는 책에서 남기고 싶은 부분을 인용했다.
나는 현재 우리나라의 초저출산을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 본다. 가장 큰 이유는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적응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다음은 인구감소의 영향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두 현상의 기저에는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이 있다. (41)
미국 남캘리포니아 대학 경제학과의 이스털린(Richard Easterlin) 교수가 제시한 '코호트 가설'(Relative Cohort Size Hypothesis)이란 게 있다. 사람들은 지금의 삶과 과거 청소년기의 삶을 비교해, 지금의 삶이 더 나으면 결혼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결혼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우상향이어야 하는 건 주식 차트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68)
물론 사람에게 경쟁은 자원을 더 늘리는 생산 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경쟁이 너무 격해지면 재생산 본능마저 억누르고 생존 본능이 더 크게 발현되는 것은 거대한 자연의 법칙이다.
(...) 반면 이렇다 할 천적이 없어 동종끼리 주로 경쟁하는 인간은 출산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함으로써 경쟁 정도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81)
인구분산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한 혁신도시의 실패를 유현준 교수는 건축학의 관점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혁신도시들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해당 지역의 특성이 두드러지기보단 서울의 모습과 너무 닮게 만든 것이 실패 요인이라고 했다.
혁신도시는 규모나 기능 면에서 결코 서울이 될 수 없는데, 서울처럼 조성했으니 당연히 서울과 더 비교된다는 것이다. (98)
예시에서 볼 수 있듯이 기획은 변화될 미래에 적응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변화를 이끈다는 점에서 완화나 적응과는 다르다.
즉 완화와 적응은 인구변동으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뀔지 파악한 다음 그 변화를 전제로 우리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모색한다면, 기획은 사고의 폭을 넓혀 인구를 넘어 새로운 정책과 기회를 만드는 한층 적극적인 미래전략이다.
그런 점에서 기획은 정부는 물론 기업과 개인까지 사회의 모든 단위가 반드시 견지해야 할 미래전략이기도 하다. (141~142)
생산하고 소비하고 투자하는 사람이 급속히 줄어드는 '인구절벽'을 우리 사회 일각이 아니라 전체가 본격적으로 인지하게 될 시점 역시 2030년이나 되어야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151)
인구학은 가구 특성에 따른 각 세그먼트의 현재 크기를 숫자로 나타낼 수 있고, 앞으로 그 양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까지 가능하다. 이 두 가지는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전망하는 데 꽤 중요한 정보 아니겠는가?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 요수 중 하나는 가구인데, 어떤 특성을 가진 가구가 얼마나 되는지는 물론이요, 2030년까지 그런 가구들이 언제 어떻게 양적으로 바뀌어갈지도 알 수 있다면 미래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158~159)
높아진 대학 진학률, 그중 절반 가까이가 여성이라는 변화는 '82년생 김지영'이 태어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상당수가 대학을 나왔지만, 이들에게는 대학만 나오면 인생이 성공한다는 이전 세대의 공식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69)
이처럼 인구 특성뿐 아니라 전 세계의 문화적 동질감이 더 커지고 있으며, 그 중심에 Z세대가 있다. 한마디로 Z세대는 이전 세대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글로벌 동질성이 뼛속부터 체득된 첫 번째 세대다. (178)
Z세대는 진정한 글로벌 시민으로 자라나야 하고, 그들이 세상의 중심이 될 2040년에는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인재로 키워내야 한다.
그래야만 축소될 것이 거의 분명한 우리나라 시장에 그들이 갇히지 않고, 세계에서 활동하며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그 결실은 Z세대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향유하게 될 것이다. (182)
렉시스 다이어그램으로 하는 분석의 장점은 세대별 코호트의 대각선을 따라가다 보면 소비의 관성이 어디까지 계속될지 예측할 수 있으며, 나아가 그 규모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렉시스 다이어그램 위에 올려진 가구 세그먼트의 미래 모습 또한 마찬가지 방법으로 예측할 수 있다. (187)
2030년에 25~29세가 되는 사람들은 2001~05년에 태어난 이들이다. 이때 매년 47만 명 정도 태어났으니, 대학 진학률이 아무리 높아도 대졸자로 노동시장에 들어올 수는 연간 약 35만 명 정도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초저출산 현상이 2002년부터 시작되었으니 초저출산 코호트가 노동시장에 들어올 즈음이면 우리나라도 뽑고 싶어도 사람이 없어서 뽑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225)
그중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연령 계층화(age stratification)다. 사회적 자원이 모든 연령대에 균등하게 배분되지 못하고 인구 크기가 큰 고령층에 더 많이 분배되는 현상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를 우리보다 먼저 겪은 일본은 이를 '실버 민주주의'라 표현하기도 하는데, 표현을 아름답게 포장해서 그렇지 실은 자산도 혜택도, 나아가 정치적 영향력도 고령인구에 편중된 현상을 가리킨다. (228)
그것보다 더 현실적인 노후 준비는 직장을 그만두더라도 어떻게든 단절 없이 경제활동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다른 직장에 재취업하든 창업하든 퇴직 후에도 계속 노동 시장에 남아서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할 텐데, 무엇보다 본인의 생산성이 연령과 함께 쇠퇴하지 않도록 유지할 뿐 아니라 오히려 쌓아온 경험과 함께 늘어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자기계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영업처럼 은퇴가 없는 직업이라면 자기계발은 더욱더 필수다. (239~240)
<도표> 25~29세 인구 추계(2010~2040) (257)
생산인구 급감은 Z세대와 그 이후 세대의 매우 적은 인구에서 비롯되었지만, 우리는 이것을 세대 공존의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솔직히 베이비붐 세대가 노동시장을 그냥 떠나기엔 그들의 축적된 노하우도 아깝다.
밀레니얼 세대도 베이비붐을 무조건 '꼰대'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연륜에서 묻어 나오는 바이브(vibe)에는 감탄하지 않는가. (265)
뉴스에 소개되기만 기다리지 말고 인구통계를 직접 찾아보자. 사용자의 편의를 극대화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은 그야말로 인구통계의 놀이터다. (276)
그런데 동시에 18세기는 유럽의 계몽주의 사상이 꽃을 피울 때였다. 인간 이성에 대한 믿음과 평등주의에 대한 희망이 당시 유럽의 많은 사상가들을 통해 더 정교해지고 증폭되던 시기였다. 18세기 말에 일어난 프랑스혁명과 미국 독립혁명의 사상적 밑받침도 바로 계몽주의다. (295)
<인구론>의 주요 축이 되는 것은 생존 욕구와 재생산 욕구다. 맬서스는 인간은 생존을 위해 식량을 먹어야만 한다는 것을 자연의 법칙(law of nature)으로 규정하고 논리 전개를 시작한다.
인간은 인구와 식량자원이 서로 균형을 이루려는 힘을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맬서스가 살펴보니 인구가 자원의 한계를 넘어 증가하면 기근, 질병, 전쟁 등으로 인구수가 조절되는 적극적(positive) 억제는 역사 속에서 주기적으로 나타났다.
(...) 그러니 이러한 적극적 억제가 나타나기 전에 예방(preventive)적 차원에서 미리 조율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맬서스는 예방적 억제를 당시 부르주아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기술했다.
(...) 이러한 추론을 바탕으로 맬서스는 중산층의 금욕적 삶을 하층민들도 따라야 한다고 보았다. (296~297)
독서습관598_인구 미래 공존_조영태_2021_북스톤(220714)
■ 저자: 조영태
사람들이 태어나고, 이동해 다니고, 사망하는 인구 현상을 통해 사회의 특성과 변화를 읽어내는 인구학자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대학교에서 사회학으로 석사를, 인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4년부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인구학을 공부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 인구정책 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또 2015년부터 베트남 정부의 인구정책자문으로도 활동 중이다.
2016년 가을에 출판한 첫 저서 <정해진 미래>를 통해 한국 사회가 인구변동으로 인해 어떤 변화를 경험하게 될지 예측했다. 당시 생소했던 인구학이 정부는 물론이고 기업과 개인이 미래를 준비하는 데 얼마나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지 소개하며 인구학의 대중화에 기여하였다.
2021년 현재, 지도교수로 있는 서울대학교 인구학 연구실에서 학생 및 박사 연구원들과 함께 우리나라 초저출산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탐구하는 작업, 지방자치단체들의 미래전략 수립을 돕는 일, 기업들이 국내외 시장 변화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예측하는 데 필요한 자문을 하고 있다.
<정해진 미래> 이외에 <정해진 미래 시장의 기회>,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공저)>, <2020-2040 베트남의 정해진 미래(공저)> 등을 집필했고, <정해진 미래>로 2017년 정진기 언론문화상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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