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보라 감독의 책 <당신을 이어 말한다>를 읽고 그녀의 평범하지 않은 삶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그녀의 영화를 보고 싶었다. 넷플릭스에서 그녀의 영화 <벌새>가 검색되었고, 어떤 내용인지 호기심을 가지고 감상했다.
1994년 즈음에 사회적 계층 사다리를 올라가려고 열심히 떡집을 운영하는 부부와 세 자녀의 평범한 일상이 중학교 2학년인 막내딸 은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영화를 본 후에 머릿속에 남은 단어들로 포스팅을 간단히 마무리한다.
1994년
시간의 흐름에서 감독에게 유의미한 기억의 흔적이 있었던 해로 보인다.
성수대교 붕괴
관계와 희망을 갖고 싶은 은희에게 영지가 희망으로 다가왔고 성수대교 붕괴사고는 영지를 데려갔다. 우리에게 희망과 절망은 이렇게 반복해서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중학교 2학년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고, 친구로 인해 기뻐하고 실망하는 시기다.
대화없는 단절된 가족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순종하는 어머니, 그리고 성적으로 칭찬받는 자녀와 학업에서 튕겨나간 자녀가 공존하는 가족이다. 하지만 함께 식사하는 자리조차 어색하고 불안해 보이는 가족이다. 부모는 자신들이 자식을 위해 노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식은 그것을 보지 못하고 불만이다.
서울대
서울대는 인생의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 같은 목표다. 교실에서 이뤄지는 교육 과정에서 서울대로 가기 위한 성적으로 사람이 평가된다. 오직 성적 외에는 없다.
외로움
은희는 가족도 있고, 오빠도 있고, 언니도 있고, 친구도 있지만 외롭다. 집과 학교, 학원으로 이어지는 생활 속에서 진지한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다.
영지
학원 선생으로 찾아온 영지는 은희에게 삶의 희망을 준다. 아무리 힘들어도 손가락을 움직일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누구에게나 절망 가운데서 말 한마디가 희망을 줄 수 있다.
죽음
영지와 곧 만날 수 있다는 은희의 희망은 성수대교 붕괴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해 영지의 죽음으로 사라진다. 언니가 버스를 놓쳐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고 기뻐했는데, 영지의 집을 찾았다가 희생자 중에 영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죽음이란 예측할 수 없기에 현재의 삶을 충실히 즐겁게 살아야 한다. 미래는 보장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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