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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스트라빈스키의 시대를 앞선 음악과 니진스키의 안무_The Riot at the Rite(220613)

by bandiburi 2022. 6. 16.

봄의 제전 (출처: 플리커)

손열음의 책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에서 소개한 영화 <제전의 폭동 The Riot at the Rite>를 봤다. 영국 BBC에서 2005년에 만든 영화로 유튜브에 공개되어 있어 책을 읽고 바로 관람했다.

손열음 씨가 다양한 작곡가와 곡의 특징에 대해 글로 표현했지만 독자마다 마음에 떠올리는 심상은 모두가 다르다. 클래식 음악 전문가라면 바로 이해하겠지만 친숙하지 않은 나 같은 초보자들은 각자 상상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스트라빈스키의 음악 세계나 이 영화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먼저 영화 속으로 들어갔다. 관람 후에 정리하며 궁금증을 해소해간다.

1913년 5월 29일 프랑스 파리에서 스트라빈스키의 발레곡 <봄의 제전 The Rite of Spring>이 처음으로 공연되었다. 스트라빈스키의 기존 곡들과 다른 파격적인 음악이다. 이에 맞춰진 니진스키의 독특한 안무는 기존의 발레 형식과 다르다. 아름다운 화음과 율동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 동요를 일으킨다. 공연 중에 불만을 쏟아낸다. 조용히 음악을 듣는 교양인들의 모습은 사라진다.

관객석에 있던 스트라빈스키는 자신의 음악을 이해하지 못하는 관객에 대해 화가 치밀어 무대 뒤쪽으로 가서 끝까지 공연을 마치라고 주문한다.

 

왜 손열음 씨는 굳이 스트라빈스키를 소개하며 이 영화를 언급했을까 궁금했다. 영화를 보고 관련된 평을 찾아보니 스트라빈스키와 관객의 입장이 모두 이해되었다. 과거에 익숙했던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은 듣기에 거슬리는 불협화음이 등장한다. 편안하고 부드러운 선율이 아니다. 음악 전문가가 아니라서 구체적인 곡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 다만 <봄의 제전>을 영화에서 처음 들어보니 왜 저런 거친 음악을 작곡했을까, 스트라빈스키의 마음이 뭘까 자연스러운 질문이 생겼다.

흥행을 이어가는 디아길레프 감독의 새로운 발레 작품을 보러 온 관객들은 기대와 상반된 작품에 당황했을 만도 하다.
영화에서 스트라빈스키 외에 니진스키라는 안무가 겸 발레리노가 <봄의 제전> 율동을 완성하기 위해 집중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자신이 잘 나가는 발레리노인 니진스키는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에 맞춰 안무를 준비한다. 격한 음악에 맞춰 발레리노와 발레리나가 다양한 율동에 맞춰 연습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특히 여자 주인공 역할을 맡은 발레리나가 '다시'를 반복하는 니진스키의 요구에 맞춰 온몸으로 뛰고 또 뛰는 부분은 내게도 그 고통이 전해졌다.

 

또한 영화를 통해 발레 공연이 어떻게 준비되는지도 알게 되었다. 관객의 입장에서야 결과물을 즐기기만 하면 되지만 그 준비과정에서 오케스트라, 지휘자, 작곡가, 안무가, 발레리나와 발레리노가 수많은 연습을 하고 서로 소통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아 보였다.

특히 1913년에 <봄의 제전>의 초연처럼 작곡가의 새로운 음악에 맞춰 안무를 만들고 오케스트라는 작곡가의 의도에 맞춰 곡을 연주해야 했기에 상호 간에 갈등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힘겨운 길을 모두 마치고 긍정적인 관객의 반응을 기대했는데 실망스러운 소동이 일어났으니 스트라빈스키도 니진스키도 화가 날 만했다.

 

춤을 추는 공연자들은 여러 부족의 의상을 입고 기괴한 표정과 자연스럽지 않은 손과 발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마치 좀비 영화를 보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기존의 발레에서 볼 수 없는 우스꽝스러운  안무였다. 관객들은 깜짝 놀란 것이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스트라빈스키의 작품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과거의 유물이 되었다.

 

이 영화를 통해 스트라빈스키를 알고 시대를 앞서간 사람들이 마주하게 되는 모습을 봤다. 생소한 분야를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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