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가족들과 식사를 하며 재미있는 영화에 대한 얘기를 했다. 평소에 영화에 대해 말을 아끼던 둘째 아들이 <나의 아저씨>를 추천한다. 넷플릭스에서 16회까지 있는 2018년 드라마다. 아빠가 꼭 봐야 한다며 재미있을 거라고 설명한다. 주말에 수도권에서 지방을 오가는 버스에서 넷플릭스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있다. 아들의 권유를 받아 바로 <나의 아저씨>를 16화까지 다운로드한다.
내려오는 버스에서 3회까지 보고 내용에 아저씨 박동훈의 삶에 빠져들었다. 주중에 퇴근 후에는 <나의 아저씨>를 보며 삼형제의 평범한 소시민의 일상과 회사 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해소를 즐겼다. 아들이 이 드라마를 추천해준 의도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몇 가지 소감을 정리해 보자.
첫째, 가족에게 대기업 직원인 둘째 아들의 역할이다.
둘째 아들이 드라마 속의 박동훈 부장에게 동일한 둘째로써 공감을 한 것이 아닐까라는 가벼운 생각이 든다. 큰아들과 막내아들은 변변한 직장이 없이 엄마 집에서 함께 살아가지만 둘째는 변호사 아내와 결혼했고 대기업에서 부장으로 살고 있다. 평소에 말이 없고 올바른 방향으로만 살아왔다. 그의 어깨에 가족과, 대가족의 짐이 지워져 있다. 회사에서도 후배가 사장으로 있어 심적으로 부담이다. 그런 와중에 아내는 후배와 바람을 피운다. 박동훈의 삶은 우리나라 중년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둘째, 사람의 회복이다.
이지안은 이 시대에 부모로부터 버림받거나 사별로 인해 어렵게 살아야 하는 소년소녀 가장의 상징이다. 사회적으로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아 잔뜩 웅크리고 사회에 대한 적의를 가진다. 그래도 할머니에 대한 보호자 역할을 하며 생존을 위해 악착같이 살아간다.
아저씨 박동훈을 만나고 그의 삶을 들여다보며 누구나 아픔이 있지만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점차 아저씨에 대한 적의는 사랑과 응원으로 변한다. 그리고 지안 자신도 차갑게 얼어 있던 마음을 열고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특히 박동훈이 살고 있는 지역 사회에서 사람과 사람이 얘기를 나누고 도와주는 삶에 동화된다. 결국 평범한 회사원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지안으로 재탄생한다.
셋째, 계약직과 정규직과의 관계다.
드라마는 사회적인 문제를 온전히 담고자 했다. 그중의 하나가 정규직과 계약직의 갈등이다. 이지안이 회사에 임시직으로 들어와서 허드렛일을 하며 주변 직원들의 냉대를 받는다. 그 이유는 '너는 계약직, 파견직, 임시직이다'라는 차별이다.
노동의 유연성은 운운하며 임시직이 확대되고 있다. 직업의 안정성이 행복의 바탕이란 면에서 임시직은 불안정하다. 유연한 노동체계라면 계약을 통해 수시로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노동시장은 상당히 경직되어 있어 정규직은 임시직을 대놓고 차별한다. 이제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해야 한다. 이지안과 같이 조금만 보듬어주면 크게 자랄 수 있는 능력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사람이 중요하다. 어떻게 대해주고 어떤 말을 해주냐가 관건이다.
마지막으로 공동체 속에서 위로받고 힘을 얻어 살아가는 희망을 찾는다.
후계역 근처에 위치한 지역 공동체를 보여준다. 이사가 빈번한 시대에 오랜 기간 함께하기 어려워 비현실적 환경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당연했고 살아가는데 매우 필요했던 공동체다.
일인 가구가 증가하는 시대에 절실히 필요한 것이 공동체 중심의 보살핌이다. 함께한다는 자체가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드라마는 보여주고 싶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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