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서울과 포항을 오가는 버스에서 넷플릭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를 봤다.
조선 세종 시기에 장영실이 주인공이다. 1423년에 세종이 장영실을 왕실의 물품을 제작하고 수리하는 상의원 별좌에 임명하는 시기부터 1442년에 곤장 80대를 맞을 때까지를 2시간의 영화 속에 담았다.
장영실이란 인물은 역사책에서만 존재했는데 이 영화로 그의 삶의 일부분을 상상할 수 있었다.
부산에서 노비신분으로 태어났지만 그의 손재주와 지식, 성실성을 인정받아 면천을 받고 왕실에서 일했다.
영화에서 표현된 장영실은 한마디로 자신의 일에 몰입한다.
일에 대한 완벽성을 추구하는 장인정신의 소유자다.
인터넷에서 장영실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니, 어머니가 관기이고 아버지가 원나라 사람이라는 언급이 있다.
그리고 그를 중용한 것은 세종 바로 전 왕인 태종으로 나온다.
그리고 명나라에서 천문학을 배웠다고 한다.
몇 가지 영화를 보며 느낀 점을 정리한다.
첫째, 지식의 확장이다.
장영실이 자격루(自擊漏)와 혼천의(渾天儀) 만들었다는 것을 배웠지만 실제 어떻게 작동하는지 몰랐다.
이 영화에서 우리는 자격루의 작동원리를 볼 수 있다.
자격루와 혼천의를 만들어 명과는 다른 우리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며 기뻐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조선의 신하들이 장영실이 명나라의 허락도 없이 혼천의를 만든 것에 대해 두려워하고 알아서 굴종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부분은 미국에 대해 독자적인 목소리 내기를 두려워하는 오늘날의 대한민국과 닮아있다.
둘째,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한글 창제에 대한 생각을 읽을 수 있다.
국무총리에 해당하는 영의정이 세종에게 한글 창제의 위험성을 언급한다.
"사대부들에게 말이 권위요 힘입니다."
쉬운 한글이 만들어져 백성들이 글을 읽고 쓴다면 한자를 독차지한 기득권층의 권위가 사라진다는 두려움이다.
마치 유럽에서 금속활자의 발명으로 성경이 보급되면서 교황을 중심으로한 종교 시대가 종말을 고한 것과 같은 변화의 시작처럼 보였다. 비록 한글이 창제된 이후 조선에서 르네상스와 같은 변화의 바람은 불지 않았지만, 우리가 읽고 쓸 수 있는 고유의 언어로 배워 현재의 선진 대한민국을 만드는 토대가 되었다.
셋째, 최민식, 한석규 및 허준호와 같이 호화 캐스팅이지만 두 시간의 영화는 지루했다.
장영실 역을 맡은 최민식은 얼굴이 통통하고 배도 나와 세종 시대에 장영실이 저런 모습일까라는 의문이다.
또한 천문을 관측하는 장면을 담아야 해서인지 전체적으로 어둡고, 감상적인 눈물 장면이 많았다.
요즘은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가 많고 자체 오리지널 드라마들에 익숙해졌다.
그래서 지루한 영화는 외면당하기 쉽다.
대부분의 시민이 나와 비슷한 인상을 받았는지 <천문>은 손익분기점인 380만명에 못 미치는 200만 명의 총 관객수로 흥행에 실패했다.
모든 영화는 감독이 보여주고 싶은 의도가 있고 관객이 받아들이는 느낌이 있다. 말년의 세종의 모습과 장영실 그리고 그의 기구들에 대해 새롭게 정보를 습득하는 영화였다.
728x90
반응형
'라이프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가난한 민중과 함께 자본과 권력에 저항한 신부_내 친구 정일우_관람 후기(220410) (0) | 2022.04.10 |
---|---|
[드라마] 대한제국 말기 민중의 저항을 낭만적 웃음으로_Mr. Sunshine 미스터 선샤인(220408) (0) | 2022.04.10 |
[영화] 보호종료 청년과 바닥 인생 워킹맘의 희망기_아이_관람후기(220403) (0) | 2022.04.04 |
[영화]인생에서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일까_캐스트 어웨이 Cast Away_관람 후기(220331) (0) | 2022.04.01 |
[영화]휴식이 필요한 청년들에게 위로와 힐링을_리틀 포레스트 Little Forest_관람 후기(220327) (0) | 2022.04.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