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한 번 봤던 영화다.
일부 장면은 기억이 나는데 집중해서 보지 않아 스토리는 전혀 몰랐다.
매주 주말에 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버스에서 두 편 정도 영화를 보고 있다.
감독의 입장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를 생각하며 나만의 관점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자연스럽게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캐스트 어웨이>를 보며 생각한 점을 몇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페덱스 PPL 광고다.
페덱스 차량으로 시작하고
페덱스 화물기의 추락으로 무인도에서 생활하고
주인공 척 놀랜드의 생존을 돕는 것도 페덱스 화물이다.
구조되어 문명 세계로 돌아온 주인공이 페덱스 화물을 수신인에게 전달하며 영화는 끝난다.
마치 페덱스 홍보용 영화를 즐겁게 본 듯하다.
둘째,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에서 1단계 생리적 욕구 충족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우리에게 더 이상 의식주에 대한 걱정은 없다.
질적인 문제일 뿐이다.
시간 단위로 생활하는 주인공 척은 페덱스의 충실한 직원이다.
자신의 삶의 방식을 고수하며 살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화물기 추락으로 무인도에 홀로 남는다.
먹을 것, 입을 것, 더위와 추위를 피할 곳이 당장 생존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다.
4년이란 긴 시간을 무인도에서 보내며 시간은 무의미하다.
다만 하루하루 생존할 뿐이다.
돈을 지불하면 얻을 수 있던 잘 익힌 요리도 직접 잡아서 구워야 한다.
성냥이나 도구로 쉽게 불을 피웠지만 야생에서는 이것마저 노동이다.
비와 뜨거운 태양, 추위로부터 보호해줄 집도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돈을 더 벌기 위해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도 감사할 수 있는 겸손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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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사람에 대한 소중함이다.
결혼을 앞두고 회사 일 때문에 약혼녀 켈리와 '금방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기며
크리스마스 선물을 교환하고 페덱스 화물기에 탑승한다.
급한 일을 마치고 곧 돌아오겠다는 우리의 생각과 실제 상황은 언제든 다를 수 있다.
일보다 사람이다.
척이 4년 후에 구사일생으로 돌아왔을 때 켈리는 가정을 이루고 딸을 키우고 있다.
서로를 사랑하지만 현실을 인정하고 서로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일은 삶의 도구일 뿐이다.
마치 일이 삶의 전부인 것처럼 인식하게 하는 모든 잡음을 극복해야 한다.
우리의 삶은 소중하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소중하다.
마지막으로 사람은 홀로 살 수 없다.
무인도에서 홀로 살아가는 척은 대화를 나눌 대상이 필요했다.
배구공을 '윌슨'이라며 옆에 있는 동료처럼 대화를 나눈다.
우리는 대화를 하며 위로를 얻고 기쁨을 함께 하며 살아가는 동기를 찾는다.
과거보다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도시화된 우리의 삶은 이웃 간의 관계를 단절시켰다.
가정의 불화나 부모의 폭력으로 '은둔형 외톨이'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물리적으로 홀로 살지 않지만 심리적으로는 홀로 살고 있다.
무인도에서 '윌슨'을 만들어 대화하는 척처럼 이들도 대화할 상대가 필요하다.
국가나 지자체에서 먼저 풀어줘야 하지 않을까. 사람은 더불어 살아야 한다.
<캐스트 어웨이>는 2000년 작품으로 마지막에 척이 사거리에서 어디로 갈지 고민하는 부분은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두 갈래 길'을 떠오르게 한다.
우리의 삶에서 매순간이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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