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블랜더 거실
독서습관

[550]내 삶에 들어온 이오덕_어린이를 사랑하고 삶으로 모범을 보인 인생선배

by bandiburi 2022. 3. 27.

지난 3월 초 이오덕 선생과 권정생 선생 간의 편지 우정을 담은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를 읽고 나는 몰랐지만 우리 사회에 큰 별이란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이오덕 선생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의 여러 작품이 있지만 이오덕 선생을 기억하는 분들이 사망 십 주기를 맞아 출간한 <내 삶에 들어온 이오덕>을 먼저 읽었다.

소감을 교육, 글쓰기 및 삶의 세 가지 측면에서 정리했다.

① 이오덕 선생의 교육에 대한 생각은 일관되게 아이들 중심이다.
교육 과정 속에 아이들의 삶이 들어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이와 관련이 없어 보이는 과목을 가르친다. 아이들에게 학교 생활이란 문제를 잘 풀어내고 성적을 잘 받는 기술을 익히는 과정이 되어버렸다. 공부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 외에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 마음이 따뜻한 아이들은 관심받기 어렵다.

아이들마다 주어진 재능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가 돕는 공동체를 이루고 아이들 마다의 삶이 녹아들어 있는 학교 생활이 필요하다. 부모와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런 열린 사고를 가지고 경쟁과 비교가 아닌 다름을 존중하는 삶을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살고 사회가 살아난다.
현재 우리 나라 교육과정에서 글쓰기를 비롯한 국어교육과 미술교육뿐만 아니라 수학, 과학, 사회, 체육, 음악, 도덕, 실과 같은 모든 교과 내용이 아이들 삶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공부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오덕 선생님 말씀대로 아이들 삶이 들어 있지 않고 아이들 삶을 가꾸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나라 교육 내용을 아이들 삶이 바탕이 된, 아이들 삶을 가꾸는 것으로 채워야 한다. -이부영(30)

 

일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는 안 된다. 예상한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아이들이 일에 지쳐 있거나 일하기가 지겨운 상태가 되었으면 곧 그만두는 것이 좋다. -<참교육으로 가는 길>(이오덕, 한길사, 1990) (38)

 

공부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가 같이 어울려 서로 배우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사람마다 하늘이 준 귀한 자기 몫이 있지요. 일하고 놀고 배우면서 그 힘과 능력을 서로 나누어야 합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는 공부를 나누고, 운동 잘하는 아이는 운동을 나누고, 마음이 따스한 아이는 마음을 나누고요. 그런 교실이고 학교라야 사회도 따스한 사회가 되겠지요. -최관의(41)

 

 

② 아이들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날것 그대로의 삶을 글로 쓰라고 장려하고 글을 읽고 의견을 주었다.
책에서 인용된 과거 학창 시절의 짧은 시를 보면 사투리가 섞여 있어 정겹고 배고프고 힘들었던 아이들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과정이 의미가 있다. 아이들이 몸과 마음이 성장하며 그 과정에서 경험하는 슬픔과 기쁨 등을 자신의 언어로 써놓은 글을 모아 문집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자신의 글을 보며 그 당시를 생각하고 마음의 정화의 과정을 거친다. 나의 글에 대한 의견도 들어보며 그 느낌을 간직하며 건전한 성인으로 자란다. 이오덕 선생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수십 년간 일기를 쓰셨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글은 몸을 움직여 일하고 땀을 흘리는 삶에서 써야 하는데 반대로 편하게 살려고만 하는 것에 대해 경계한다. 스마트폰으로 SNS와 동영상으로 과도한 정보를 수시로 접하는 환경에서 차분히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없어 표피적으로 가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된다. 

 

사범대학을 다녔지만 어떻게 아이들을 만나고 함께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막연하기만 했던 우리한테 선생님 책은 충격이었다. 무엇보다 일하는 아이들이 쓴 글이야말로 살아 있는 글이요, 감동을 주는 글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선생님 책은 교사들이 배워야 하는 교과서라 생각하고 공부했다. 그 덕분에 가난해서 중학교 가지 못한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알게 되었다. 자기 삶이 그대로 드러나는 정직한 글을 쓰게 하자. 자기 생각과 느낌을 당당히 드러내게 도와주자. -최교진(59~60)

 

"문학한다는 사람이 책상머리에 앉아 책만 읽으니 마음이 병들어 이상한 말만 하게 되지요. 몸을 움직여 일하는 사람들은 절대 그런 말장난 하지 않아요." (133)

 

여태 우리는 일하지 않는 사람이 쓴 시(글)를 읽고 배우며 살아왔어요. 그래서 일하는 사람들이 일하지 않는 사람의 생각에 놀아나게 되었습니다. 우리도 모르게 그들의 생각대로 어떻게 하면 일하지 않고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까를 머릿속에 그리며 살고 있지요. 또 그렇게 아이들을 가르쳐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따위 어리석고 비겁한 생각 때문에 땀 흘려 일을 한다는 것이 우리에게나 아이들에게 더 이상 신나고 즐겁지 않게 되었어요. 땀 흘리지 않고 쉽게 먹고사는 법을 배우기 위해 학교에 가고 죽어라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배워왔던 것은 아닐까요? -서정흥(139)

 

첫째, 오늘날 우리 문화는 외래적이고 표피적이며 경망하고, 반민족적으로 몰아가고 있는데 이러한 반서민적이고 반민족적인 것과 대립되는, 일하는 사람들의 땀과 고뇌가 담긴 진실한 세계를 현실을 통해 판별하고 인식하는 작품을 써야 한다. 
둘째, 서민성이란 생산노동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느끼고 행동하는 세계를 말하는 것으로 우리는 항상 이런 땀 흘리며 일하는 사람 편에 서서 사물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작품을 써야 한다. 
셋째, 최근 아동문단에서 전원 문학이 논의되고 있는데, 온종일 땅을 파고 짐을 지고 밤에도 내일을 걱정하는 농촌 사람들을 목가적인 시각으로 보는 전원 문학은 반농민적이요, 반서민적인 태도이기 때문에 꾸짖어야 마땅하다. -이오덕 선생의 보충 의견 (177)

 

 

③ 이오덕 선생은 삶의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을 따라가고 싶은 제자들이 많은 보람있는 인생을 살았다.
우리는 노동을 경시하고 편하게 축적한 부를 과시하고 이런 삶을 부러워 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도시에서 자연과 멀어진 일을 하고, 이웃과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집에서 살고, 나와 내 가족을 중심으로 삶의 질을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에 소박한 삶으로 가게 되는 인생인데 우리 자신의 주도적인 생각 없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삶에 맞춰 살다 보면 빙빙 돌아서 가게 된다.

나의 삶과 이오덕 선생의 삶이 대비된다.이오덕 선생이 아이들과 우리 글을 위해 살아간 흔적이 책으로 남았고, 그 과정에서 스쳐간 인연들이 씨앗으로 그의 생각을 현장에서 계속 펼쳐가고 있다. 20년 30년 뒤에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볼 때 보람을 더 느낄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나의 흔적은 무엇으로 남길까 고민하는 시간이다.

 

이오덕 선생님은 늘 말씀하셨어요. 잘못되어 가는 세상에서 거꾸로 가야 바르게 가는 것이라고. 저는 이렇게 이오덕 선생님 말씀대로 살아가면서 지금도 복을 받고 있답니다. -주중식 (16)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이런 잘못된 교육, 문화에 물들지 않고 수수하게 소박하게 살아가는 그런 삶, 권정생 선생의 <한티재 하늘>에 나오는 그런 삶. 아주 단순하지요. 단순하지만 얼마나 깨끗합니까.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그냥 곧게 올바르게 살아갑니다. 머리에 먹물만 많이 든 사람들, 학문을 많이 하고 세상의 온갖 진리를 깨우쳤다는 사람들도 가다 보면 결국은 같은 곳으로 오는데 굉장히 빙 둘러 오지요.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직선으로 오면 되는 그 길을 괜히 빙빙 둘러 와요. 나도 많이 둘었고. 그래 갖고 이제는 소박한 사람들 둘레에 겨우 왔구나 싶습니다." (220)

 

나도 이제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쓸 때면 어색한 문장을 찾아 우리 식으로 고쳐 쓴다. 예를 들어 '~었었다'와 같은 영어식 대과거어미는 이제 쓰지 않는다. 우리 말을 과거형보다는 현재형을 주로 쓰기 때문이다. '~것이었다'라든가 '~것이다' 하는 말처럼 겉멋 들린 말투도 쓰지 않는다. '~를 통해서' 또는 '~를 접하고'처럼 굳이 안 써도 되는 군더더기 말버릇들도 없앴다. '만들어졌다' '시작되었다'와 같은 말은 '말들었다' '시작했다'로 고쳐 쓴다. 우리말에는 피동사를 잘 쓰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고쳐 나가니 내 일기에서 어색한 문장들이 사라지고 글이 좀 더 깔끔하고 생기가 돌았다. -남연정(201)


독서습관550_내 삶에 들어온 이오덕_이주영_2015_단비(220327)


이오덕(출처: 나무위키)

■ 이오덕(1925~2003)

이오덕은 교육자, 어린이문학가, 문학 비평가, 글쓰기 교육 운동가, 우리 말 살리기 운동가로 불립니다. 이 모든 활동의 바탕은 어린이를 지키고 살리는 참교육을 실천하려는 데 있습니다. 이오덕은 어린 시절 노래 부르기와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산과 들로 다니며 놀았습니다.

 1944년에 청송군에서 첫 교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1983년에는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를 만들어 교사들이 글쓰기 교육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고, 어린이문학 단체 활동도 활발히 했습니다. 퇴임 뒤 참교육 실천을 위한 활동을 펼치고, 우리말과 글을 살리는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건강이 나빠져 맏아들이 있는 충북 충주시 신니면 무너미로 이사했습니다.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회의에 참여하고 글 쓰는 일을 계속했습니다. 일흔여덟 해를 살고 돌아가셨습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