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회부터 48회까지의 내용으로 홍루몽 2권을 읽었다.
500페이지에 이르는 두꺼운 소설이라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18세기 청나라 여성들의 일상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다.
2권은 대부인을 중심으로 왕부인, 희봉으로 이어지는 3대의 집안 어른들이 있고,
보채, 보옥과 대옥 등의 젊은이들은 갈등과 기쁨, 죽음을 경험하며 활발하게 활동한다.
이 소설의 특징은 남성은 여성 중심의 이야기 전개에서 갈등의 원인이 된다.
여자를 밝히는 시아버지와 남편으로 인한 분노, 무능력한 남편 역할, 매 맞고 들어오는 사람이다.
반면에 여자들은 그들끼리 소풍도 가고,
가정의 경제를 이끌어가고,
방에서 수다도 떨며,
하인들의 채용과 해고를 결정한다.
2권에서 주요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보옥을 제외하고 이야기의 주인공은 여성이다.
대부인은 연장자로서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의사결정에 대한 최종 권한과 사람에 대한 상벌도 정한다.
너그러운 품성으로 보옥과 대옥 등 손주들을 대한다.
실질적인 가정을 이끌어가는 것은 온순한 왕부인보다는 손주며느리인 희봉이다.
희봉은 대부인의 마음을 잘 살피면서도 하인들에게 엄격하다.
말이 많고 상황파악이 빠르며 경제적인 이해타산도 잘한다.
어른들과 젊은층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한다.
다만 남편이 속을 태운다.
대체로 가 씨 집안에서 남자들은 희봉의 시아버지인 가정을 제외하고 무기력하다.
둘째, 체면을 중시하는 시대다.
현재 중국과 한국의 문화다.
지금 한국인들에게 체면은 배부른 소리가 돼가고 있다.
소설에서 대부인을 중심으로 네 다섯 명이 모여 내기를 할 때 희봉이 의도적으로 다른 젊은 부인들과 함께 돈을 잃어주는 모습이 나온다.
대부인을 기분 좋게 하고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서다.
현대 대한민국에서 3대 이상의 가족이 함께 사는 모습은 거의 없다.
더구나 한 가지 놀이를 즐기는 모습은 더욱 드물다.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가 없는 과거가 그립기도 하다.
오손도손 하나의 놀이에 남녀노소가 웃음꽃을 피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대부인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 게 아니야. 그 애로선 단출해서 좋을는지 몰라도, 다른 일가들이라도 와서 본다면 체면이 아니란 말이야. 그러고 나이 찬 아가씨가 방치장을 너무 이렇게 검소하게 하면 신상에도 그리 좋지 않은 거야."
셋째, 하녀도 첩이 되면 신분이 상승한다.
남자들이 결혼을 하고나서도 첩을 몇 명씩 두는 것이 일상이다.
희봉의 남편인 가연은 평아를 첩으로 두고 있으면서도 다른 집 아내와 몰래 만나다 큰 소동이 나기도 한다.
<홍루몽>에서 남자들은 능력없는 바람둥이로 많이 등장한다.
희봉의 시아버지이자 가연의 아버지는 손주가 있는 상황에서도 대부인의 하녀인 원앙을 첩으로 삼고 싶어 한다.
원앙에게 하녀에서 첩이 되면 아가씨로 신분이 상승한다는 유혹하지만 원앙은 대부인의 하녀로 남기를 원한다.
평아는 가연의 집 종이면서 또 가연의 애첩이기도 했지만, 희봉 때문에 가연과 단둘이 만나 노는 때는 거의 없는 상태였다. (405)
"(...) 그러잖아도 할머님께선 아버님의 일에 대해서 노상 이렇게 말씀을 하고 계시잖아요. 나이도 그만큼 된 사람이 어쩌자고 벼슬길은 찾지 않고 양쪽 겨드랑이에다가 계집을 둘씩 셋씩 껴안고 진종일 술만 마시고 있으려는 거냐구요.(...) (443)
마지막으로 세상물정을 모르는 자식은 어느 시대나 있다.
보채의 오빠인 설반은 어느 것에도 관심이 없고 능력도 없다.
다만 어울리기 좋아한다.
결국 술에 취해 왈패에게 당하고 나서 창피함을 면하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떠나기로 한다. 그래도 이렇게 스스로 모험을 떠나는 자식은 고맙다.
부모의 역할은 자식이 제대로 성장해서 성인이 되었을 때 자신의 앞가림하도록 돕는 것이다.
가정환경의 영향으로 요즘은 은둔형 외톨이가 증가하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다.
청나라 시대에도 가족의 재력에 의지해서 무기력한 젊은이들이 있었다.
<홍루몽>의 여주인공들은 예외다.
"넌 세상일에 대해서 한 가지도 아는 것이 없다. 이것도 모른다. 저것도 못한다" 하고 어머니는 날마다 저를 나무라는 일밖에 하지 않습니다.(...)"(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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