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소감을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습관이 지난 4년간 몸에 배었다. 매주 책에서 추천하는 도서를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 권에서 많게는 네 권까지도 읽는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다 보니 드디어 중국의 유명한 소설 중 하나인 <홍루몽>까지도 도전했다.
<홍루몽>을 도서관에서 검색하니 최근에 나온 책은 없고, 1969년에 을유문화사에서 5권짜리로 번역된 책이 기증도서코너에 있다. 53년 전에 출간돼 종이가 노랗게 색이 바랬고, 세로로 편집되어 있어 가로 편집에 익숙한 세대에게 읽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읽은 소설이 심훈의 <상록수>였는데 그 책이 세로 편집본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그 당시를 생각나게 하며 금방 익숙해졌다.
이 소설은 청나라 건륭제(1735~1796) 시대에 曹雪芹(차오쉐친, 1724~1763)이 지은 것 80회에 고악이 추가한 40회를 더해 120회분을 1791~1792년에 <홍루몽>이란 소설로 출간했다고 한다. 우리로 보면 조선시대 정조 때 북학파가 열심히 청나라의 앞선 문물을 들여오고자 했던 시기다.
1권을 읽으며 느낀 소감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중국 소설이라서 한자로 된 문장이 번역된 우리말과 함께 곳곳에 등장한다.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에게는 고역일 수 있다. 이 부분을 생략하고 한글만 보고 넘어가도 좋다. 하지만 중국어는 한자에 담긴 의미가 있어 그 자체를 개략적으로나마 유추할 수 있다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어려운 한자가 많아 한학자 수준이 아니라면 제대로 해석하는 것은 포기하는 편이 좋겠다. 소설로서 큰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으로 충분히 재미있다.
둘째, 여성중심의 소설이다.
<삼국지>와 같이 다양한 장수들이 나오는 남성 중심의 소설과는 다르다. 1권은 총 24회로 구성되었다. 각 회에는 주로 인물을 소개한다. 그 인물이라는 것이 가(賈) 씨 가문을 중심으로 해 이종 사촌과 고종 사촌들이 주인공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가보옥을 중심으로 설보채, 임대옥이 주연급이다.
가보옥은 비록 남자이지만 어려서부터 여성 사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그렇다 보니 남성적인 면은 가끔 하녀들에게 느끼는 가슴 설렘 정도다. 전체적으로 대부인, 왕부인, 희봉과 같이 가문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도 여자 어른들이다.
셋째, 청나라 전성기였던 강희제와 옹정제를 이은 건륭제 시기에 출간된 소설로 청나라 이전의 중국의 인물과 책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 중국고전이나 중국 역사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은 조금 더 재미있는 시간이 되겠다. 하지만 반대로 <홍루몽>을 읽으며 중국 고전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소설을 통해 청나라 시대의 환경을 유추해보는 재미도 있다.
마지막은 과거나 지금이나 사람의 희로애락은 유사하다.
이성에 대한 끌림, 부에 대한 추구, 부모와 자녀 관계, 삶의 의미에 대한 고민 등은 인간이 살아가는 한 사라질 수 없는 과제다. 건륭제 시기에 이런 고민 속에 살던 사람들은 이미 과거의 주인공이었고 흙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책 속에 남겨진 그들의 흔적을 통해 지금도 우리는 그들의 고민을 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래서 지식이 쌓일수록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리라.
<홍루몽> 최신 번역본이 없어 어쉽다. 아마도 <홍루몽>을 읽고자 하는 독자층이 얇아 투자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2권이 기대된다.
독서습관551_홍루몽①_차오쉐친_1969_을유문화사(2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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