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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독서습관544_노예제도의 실상과 자유의 소중함_톰 아저씨의 오두막_해리엇 피처 스토_2011_문학동네(220315)

by bandiburi 2022. 3. 17.

청소년기에 읽으면 좋다고 추천하는 세계문학전집 중에 <톰 아저씨의 오두막>을 읽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청소년들은 대학입시를 향해 문제 풀고 암기하는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쏟는다.

주변에 독서를 권하는 사람도 없고, 독서를 열심히 하는 친구도 없다. 학생들은 산업화 시대와 동일하게 마음에 여유가 없어 보인다. 부모나 교사가 아이들에게 '왜'라는 질문을 통해 생각하고, 여유 시간을 가지도록 도와줘야 한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을 읽으며 1850년대 미국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흑인과 백인의 주종관계, 돈에 집착하는 인간의 모습, 노예해방을 지지하는 북부인들의 한계점, 라이베리아라는 국가의 탄생 배경, 기독교적 세계관이 진하게 반영된 인물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학을 읽는 장점은 이야기 속에서 희로애락을 경험하며 주인공과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다 보면 독자 스스로 가치판단을 하며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반복하면서 지식의 폭과 생각의 깊이가 더욱 확장된다.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이 만들어지는 청소년 시기에 국내외의 문학전집을 읽고 생각하는 과정이 절실한 이유다. 우리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보다는 책과 시간이 필요하다.

 

두 가지로 <톰 아저씨의 오두막>에 대한 소감을 정리해 보자.

첫째, 노예제를 반대하는 저자의 기독교적 가치관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특히 두 사람에게 많이 투영되었다. 한 사람은 주인공인 '톰'은 거의 예수를 닮아가는 수준이다. 정직하고 성실해서 충실한 종의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글을 가까스로 배웠지만 동료들에게 목사라 불릴 정도로 성경을 해석해준다. 수시로 성경을 읽고 찬송을 부른다.

육체는 노예 주인의 손에 있지만 영혼은 하나님께 있다는 확고한 믿음 속에서 살아간다. 결국에는 예수와 같이 악독한 주인의 손에 고통을 받고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세인트클레어의 딸 에바다. 에바는 10살도 안된 소녀지만 작은 예수처럼 말과 행동을 한다. 작가는 에바로 행복해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에바가 시름시름 죽어가는 것과 자신의 머리카락을 나눠주며 기억하라는 행동으로 기독교 성찬식 같은 분위기를 만든다.

이렇게 전체적으로 종교적인 색채가 짙고 여성작가만이 가능한 표현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특징이다.


둘째, 캐나다로 도망해 자유인이 된 조지와 같은 흑인들은 아프리카로 가서 라이베리아를 세웠다.

라이베리아란 나라가 미국의 해방노예가 세운 나라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지도를 보니 대서양을 두고 미국과 마주 보는 적도 부근에 위치한 나라다.

위키피디아에서 이 나라를 찾아보니 '인종국민주의'를 채택해서 흑인이 아닌 사람은 국민이 될 수 없다고 한다. 170년 전에 미국의 노예제도 하에서는 흑인 노예를 상품 취급했는데 이곳에서 해방된 사람들이 세운 라이베리아에서는 역으로 흑인이 아닌 사람은 국민이 될 수 없다니 한이 깊은 것일까. 동급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역사의 아이러니다.

 

 

이 소설의 주된 목적은 우리 미국에서 살고 있는 아프리카 종족에 대한 동정심과 이해심을 일깨우려는 것이다. 그들에게 가해지는 학대와 그들의 슬픔을 묘사함으로써, 현재의 제도가 얼마나 잔인하고 불공정한가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 저자 서문 중 (1권 6)

 

아주 인도적인 한 법률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 "인간을 최악으로 학대하는 방법은 그를 목매달아 죽이는 것이다." 아니다. 그보다 더 나쁘게 인간을 학대하는 방식이 있다. 그것은 노예제도다. (1권 37)

 

그는 피와 살을 가진 사람의 실제적인 고뇌가 어떤 마법을 일으키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 도망자의 호소하는 눈, 가냘프고 떨리는 손, 도움을 얻지 못할 때의 고통스럽고 절망적인 애원 등을 직접 보지 못했다. (1권 164)

 

나는 북부로 여행할 때마다 북부 사람들의 편견이 우리보다 훨씬 강하다는 느낌을 받아요. 북부인은 뱀이나 두꺼비를 싫어하는 것처럼 흑인들을 싫어해요. 그러면서도 그들이 학대받는 사실에 대해서는 분개합니다.

흑인들이 학대받는 것은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흑인들을 가까이 두려고 하지도 않아요. 그들을 아예 아프리카로 보내서 그 모습이나 냄새를 아예 제거하고 싶어 하죠. 그런 다음에 아프리카로 선교사 한두 명 보내서 그들을 간단히 칭찬해주며 자기 속죄를 하려고 해요. (1권 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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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제도에 의해 돈을 벌어들이는 농장주들, 농장주의 비위를 맞추는 성직자들, 그 제도로 지배를 하고 싶어 하는 정치가들. 이런 사람들은 자신들의 교묘한 재주를 발휘하여 세계를 놀라게 할 정도로 언어와 윤리를 뒤틀고 구부립니다.

그들은 자연과 성경과 그 밖의 것들을 자기들 목적에 맞게 왜곡합니다. 하지만 그들 자신도 세상 사람들도 그런 궤변을 조금도 믿지 않습니다. 그런 것은 악마로부터 온 것입니다. (2권 18)
장엄한 저녁의 그림자가 그들 주위로 점점 깊게 드리워졌다. 세인트클레어는 조용히 앉아 자신의 가슴에 그 작고 연약한 에바의 몸을 끌어안고 있었다.

세인트클레어는 더 이상 그 깊은 눈을 들여다보지 않았지만, 아이의 목소리가 마치 영혼의 목소리처럼 들려왔다. 마치 심판의 환상을 보는 것처럼, 그의 눈앞에는 잠시 동안 과거의 삶 전체가 뚜렷하게 떠올랐다. (2권 119)

 

그래, 모두가 날 사랑한다는 거 알고 있어! 여러분 중에 내게 친절하지 않았던 사람은 하나도 없었어. 그래서 날 기억할 수 있는 기념품을 나눠주려고 해. 내 곱슬머리를 여러분 모두에게 나눠줄게. 이 머리카락을 볼 때마다 내가 여러분을 사랑했고 천국에서 여러분을 다시 만나기를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다는 걸 생각해줘. (2권 138~139)

 

우리 남부는 그다지 좋지 않은 위치에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명확하게 흑인들을 압제하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입으로는 기독교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기독교인답지 않은 행동을 하는 북부의 편견 역시 우리 남부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압제란 말입니다. (2권 185)

 

조지 해리스에게 자유란 무엇인가? 여러분의 선조들에게 자유란 국가가 국가로 존재하기 위한 권리였다. 조지 해리스에게 자유란 사람이 짐승이 아닌 사람으로 살기 위한 권리였다. (...) (2권 304)

 

조지는 몇 주 뒤 그의 아내와 아이들, 누나와 장모와 함께 아프리카로 떠났다. 우리는 앞으로 그곳에서 조지가 벌인 활동에 대해 듣게 될 것이다. (2권 391)

 

라이베리아를 무식하고 경험 없고 반야만적인 종족(노예제의 사슬로부터 방금 도망쳐온 종족)으로 채우는 것은 이 새로운 사업의 초창기에 부수되는 갈등과 투쟁의 시간을 영원히 연장시키는 것이 될 뿐이다. (2권 409)

 

더불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톰 아저씨의 오두막> 초판본에 실린 해멋 빌링스의 삽화들을 선별하여 실었다. (2권 416)

 

(...) 이 위기는 1820~21년의 미주리협정에 의해 타결되었다. 루이지애나 남쪽 지방에서는 노예제를 존속시키고 북쪽 지방은 자유주로 하되 미주리는 예외를 두어 노예주로 인정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리하여 노예주와 자유주의 경계, 또는 북부와 남부의 경계가 되는 메이슨딕슨 라인이 설정되었다. (2권 423)

 

자본주의 경제가 활발하게 전개되어온 19세기 이래, 경제적 이득의 추구는 불가피하게 도덕적 원칙과의 충돌을 불러일으켰다.

가령 돈이나 권력이 소수의 사람들에게 집중되어, 힘없는 사람들이 압제당하는 상황은 여전히 도처에서 발견된다. 이런 새로운 형태의 압제에 대하여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은 다양하게 반응하고 있다. (2권 432)

 

(출처: 위키피디아)

■ 저자: 해리엇 비처 스토 Harriet Beecher Stowe


1811년 미국 코네티컷 주 리치필드에서 목사의 딸로 태어났다. 다섯 살 때 어머니를 여읜 후 맏언니 캐서린의 영향 아래 성장했다. 캐서린이 설립한 하트퍼드 여학교에 다녔으며, 훗날 그 학교에서 프랑스어와 라틴어를 가르쳤다. 노예 농장주와 결혼한 이모 메리에게 처음으로 노예제의 참상을 전해 들으며 당시 사회의 부조리에 눈떴다. 가난한 신학 교수 캘빈 스토와 결혼한 후 가계에 보탬이 되려고 문예지에 단편소설을 기고하기 시작했다.

1850년에 도망노예법이 반포되자 노예제에 항의하는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 북부에서 활동하던 흑인 목사 조시아 헨슨을 모델로 '톰 아저씨'라는 인물을 만들어내고, 노예제 반대 신문 <내셔널 이러 National Era>에 <톰 아저씨의 오두막>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1852년 두 권의 단행본으로 출간된 <톰 아저씨의 오두막>은 북부에서는 뜨거운 찬사를, 남부에서는 격렬한 비난을 받으며 금서로 지정되었다. 이후 노예제에 반대하는 두 번째 소설 <드레드>를 비롯하여, <목사의 구애> <오어 섬의 저주> <정든 마을 사람들> <샘 로슨의 옛 고향 노변정담> 등 여러 작품을 발표했다. 1896년 85세를 일기로 하트퍼드의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미국 국민들의 양심에 호소하여 남북전쟁을 촉발시킨 항의 소설 <톰 아저씨의 오두막>은 그 강렬한 주제 의식뿐만 아니라 소설로서의 매력도 여전히 잃지 않으며 오늘날 미국 문학사의 가장 중요한 업적 중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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