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블랜더 거실
라이프/단상

[단상]공공 이용시설인 지하철 에티켓과 방송광고 자제 필요(220211)

by bandiburi 2022. 2. 11.

(출처: 조선멤버스)

매주 금요일이면 지방에서 일을 마치고 경기도에 있는 집으로 향합니다. 4시간의 고속버스를 타고 즐거운 마음으로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 내려 지하철로 갈아타죠. 고속버스터미널역은 지하철 노선이 잘 되어 있어 편리합니다. 

보통 저녁 7시 50분 정도에 터미널에 도착해서 집으로 가는 지하철로 환승합니다. 그 시간대는 사람이 많지 않아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불쾌한 경험을 했습니다. 지하철을 한 번 갈아타는데 두 노선에서 모두 집에서 전화하듯이 시끄럽게 통화하는 분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지하철에서 방송하면서 나오는 광고 멘트도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지하철 통화에 대한 경험입니다. 고속터미널역에서 7호선을 타고 이동 중에 잠원에서 70대 전후의 할머니로 보이는 분이 탔습니다. 탑승할 때부터 스마트폰의 스피커를 크게 켜놓은 상태로 남편과 통화하고 있습니다. 금방 끄려니 싶었는데 주변에 있는 승객들은 개의치 않고 시시콜콜한 얘기를 스피커로 통화합니다. 저를 포함한 누구하나 말하지 않습니다. 괞히 언쟁이 나는 것이 싫은 것이지요. 책 읽는 것이 습관이 되다 보니 주로 지하철 내에서도 책을 보는데 집중이 되지 않습니다. 속으로 불평을 하면서도 곧 내리겠지라는 희망으로 역을 하나씩 지나쳤습니다. 다행히 내가 내리는 상봉 바로 전역에서 내리시더군요. 

상봉에서 경의중앙선으로 갈아탔습니다. 제일 마지막 객차가 사람이 적어 일부러 그곳에서 탑승했습니다. 좌석이 남아서 여유 있게 앉았습니다. 그런데 왼쪽에 한 자리 건너서 있던 여성분이 애인과 통화를 하는 듯이 정겹습니다. 사람이 많지 않은 객차라서 통화내용이 다 들립니다. 책에 집중이 되지 않습니다. 오늘은 통화하는 분들과 만나는 날인가 보다라며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른쪽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제 왼쪽에 있는 승객에서 소리칩니다. "좀 조용히 합시다. 이어폰을 끼고 있어도 다 들릴 정도로 시끄럽네." 이 소리를 듣자마자 통화를 마칩니다. 속으로 통쾌했지만 이 여자가 말대꾸할까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미안하다며 사과하고 끝났습니다. 나와 좌우에 있던 두 분 모두 같은 역에서 내렸습니다.

스마트폰과 무선이어폰이 보편화되어 대부분의 승객이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앱과 콘텐츠를 즐기는 시대지요. 이어폰으로 통화를 하다 보면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봅니다. 다만 기본적으로 지하철 안에서는 통화를 자제하고 부득이한 경우는 조용히 양해를 구하고 하는 것이 에티켓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 에티켓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조금만 배려를 한다면 조용한 출퇴근 시간을 즐길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는 지하철 방송시 함께 나오는 광고에 대한 부분입니다. 압구정역이나 군자역 등에서 '다음 정차역은 ~' 하며 흘러나오는 멘트에 '성형, 대장, 용종, 전문병원'등을 언급하며 광고가 나옵니다. 주중에는 지방에서 근무하다 주말에만 지하철을 이용하기에 가끔 듣게 되는 멘트라서 그런지 유쾌하지 않은 경험으로 다가옵니다. 

시대가 변해서 지하철 광고도 변했습니다. 모두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내부벽에 붙이는 광고는 인기가 사라진 지 꽤 됐습니다. 이제는 소리로 광고합니다. 고속버스터미널역 내에서 이동할 때도 시끄러운 광고가 들립니다. 그리고 지하철 내에서 다음 역을 안내할 때도 광고를 받고 멘트를 내보냅니다. 이런 광고가 시민들의 복지 측면에서 위해성이 있다면 불법이 되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지하철공사 입장에서도 줄어드는 광고수익에 대응해서 새로운 광고 방법을 찾아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궁즉통의 묘안일 수도 있지만 지나친 자본주의 속성이 시민들의 삶의 한 부분을 파헤쳐 버린 느낌입니다. 씁쓸한 도시민들의 삶의 현주소를 보는 듯해서 앞으로 광고의 늪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걱정도 됩니다. 

수도권에서 사는 것의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많습니다. 서로가 조금 더 배려하는 시민이 된다면 모두가 쾌적한 지하철 환경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