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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단상

[단상]새해인사 속 낮은 곳에서 행복에 대한 깨달음을 준 두 친구 J와 H(220103)

by bandiburi 2022. 1. 3.

(출처 : Flickr)

2022년 일터에서의 첫날이다. 3년간 맡았던 팀장 직위를 내려놓았다. 새로운 업무를 탐색하는 하루였다. 리더의 부담이 사라졌다는 홀가분함과 함께 조직에서 인정받지 못했다는 섭섭함도 있다. 하지만 2021년 초 조직을 떠나 새로운 도전을 위한 시도가 불발되면서 리더십은 의심받았다. 그래서 이미 예상은 했다. 우리에게 회사 내 역할이란 삶의 경제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그러므로 수단은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다.

오후에 입사동기 두 명에게 전화가 왔다. 아마도 위로를 하려는 착한 배려였다. 친구들과 통화를 하며 느낀 바를 소개하고 싶다.

J는 홍일점이었던 입사동기와 결혼을 해서  동기들 사이에 유명했다. 아내가 된 동기는 몇 년 후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면서 서로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4년 전 마라톤 행사에서 거의 10년 만에 아이들과 함께 만날 기회가 있었다. 딸 하나를 두었는데 엄마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모습으로 기억한다.

통화를 하며 딸이 몇 학년이냐고 물었더니 고3이라는데 친구의 목소리에 힘이 없다. 나도 막내가 이제 고3이 된다며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의 넋두리를 했다. J는 딸이 몸이 좋지 않아 학교 생활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대학이 문제가 아니라 아이의 건강 회복이 최우선이라고 한다. 회사에서 승승장구하며 인정을 받는 친구가 아이의 건강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니 마음이 무거웠다. 조속히 회복되어 건강한 삶을 찾고 세 가족과 다시 마라톤 행사에서 만나길 바란다.



퇴근 무렵에는 유럽에서 근무하고 있는 H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코로나 시대에 해외에서 가족들의 안부를 물었다. H의 경우 중국 주재원 생활만 8년을 해서 아이들이 중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적응하는데 고생을 했다. 특히 둘째의 사춘기 방황은 무척 심해 두 부부의 큰 짐이었다.

한국에서 계속 근무했으면 주말부부로 살아야 해 서울에서 아내가 아이들을 감당해야 했다. 자녀양육이 어려운 환경이었다. 다행히 유럽에서 근무할 기회가 왔고 코로나 시기였지만 과감히 나갔다. 얼마 후 가족들도 유럽으로 갔다. 집에서 일을 하고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많은 시간을 가족들과 보낼 수 있어 둘째가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이제 고3이 되는 첫째의 진로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중학생인 둘째가 이제 안정을 되찾아 유럽에 온 보람이 있다고 해서 듣는 내 마음도 행복했다.

J와 H의 전화를 받고 친구들의 삶을 들으며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누구나 인생의 산과 골을 지나야 한다. 우리의 의지로 피해 갈 수 없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은 어려움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해소된다. 이것을 아는 것이 현재를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다. 시련과 어려움의 반대쪽에 행복과 기쁨, 만족이 있다. 이것이 인생이다.

타인의 삶과 비교하며 우리의 행복을 찾자는 것이 아니다. 오십 보 백 보로 비슷하니까. 그래서 우리에게 현재가 중요하다. 지금의 환경에 무관하게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이다. 이 행복을 다른 사람에게 알고 느낄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은 선인이다. 두 친구는 오늘 나에게 선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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