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어느새 선진국에 진입했다. 세계적인 기업을 보유하고 무역흑자가 지속되고 있다. 국민들의 생활수준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하지만 개개인의 삶은 늘 시간과 돈에 압박을 받고 있다. 비교를 통해 늘 더 높은 곳을 바라보다 보니 현재에서 행복을 찾기 힘들다. 경쟁이 불러온 결과다.
자식 세대의 삶이 더 좋아질 거라고 보장하기 어려운 시대다.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는 가속화되고, 아이 울음소리는 사라지고 있다. 수도권은 과밀화되고 지방은 소멸하고 있다.
청년세대는 젊음의 특권인 연애, 결혼, 출산마저도 포기하는 3포 세대가 되었고, 스스로를 쓸모없는 나머지라고 자조하는 잉여 세대가 되었다. 꿈이 없다는 것은 절망의 끝에 서 있는 것이다. 한 개인이 아니라 한 세대가 꿈을 포기했다면 그 사회는 미래가 없는 죽은 사회다. (34~35)
지금의 불평등한 한국의 현실도 힘을 가진 기득권 세력들과 그들의 조력자들의 의도로 설계되고 실행된 결과이지 시장에서 스스로 진화한 결과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현실에 순응하고, 세상을 바꾸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이 기적에서 나락으로 추락한 것이다. 역설적으로 다수의 국민들이 함께 나선다면 지금의 한국을 바꿀 수 있다. (40)
밝은 현재 속에 회색빛 미래가 예상되는 국민들의 삶의 현실을 경제학자의 시각으로 냉철하게 분석해서 보여주는 책이다. 대다수의 국민이 자신의 일을 통해 세상에 기여하고 있다.
자신의 가족과 개인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욕구를 잠재우며 하루 8시간 이상의 노동을 감수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언론에서 이따금 보여주는 권력을 가진 자들의 탐욕은 국민들을 좌절하게 만들고 청년 세대를 분노하게 한다. 결국은 불평등의 문제다.
재산은 자식에게 상속이나 증여로 물려줄 수 있기 때문에 재산 불평등은 대를 이어갈 수 있어서 소득 불평등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다. 또 다른 이유로는 재산은 재산소득이라는 불로소득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보유하면 시세 차익이나 임대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예금이나 채권을 보유하면 이자를 받을 수 있고, 주식을 보유하면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중략) 따라서 재산 불평등이 매우 심한 사회에서는 일하지 않고 먹고사는 소수의 부자와 열심히 일해도 먹고살기 힘든 절대다수로 분할된다. (46)
통계에서 저임금노동자란 중위(median) 임금소득의 3분의 2 미만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를 말한다. 한국의 경우 2013년에 상용 노동자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24.7%가 이 같은 저임금노동자에 속하며, 이것은 미국의 25.0%와 거이 같은 수준이다. (89)
책은 한국의 현재를 다른 국가들의 상황과 여러 지표를 가지고 비교하며 불평등이 2000년 이후로 어떻게 심화되어 왔는지 보여준다. 가계 소득은 감소하는 반면에 기업 소득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기업은 이익을 노동자, 주주, 공급자, 채권자 등에게 분배해야 하지만 유보금으로 쌓아두고 있다. 투자를 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가계가 해야할 저축을 기업이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은행의 가장 큰 수입 원천은 대출이자와 예금이자의 차이인 '예대 마진'이다. 예금에는 낮은 이자를 지급하고 대출에는 높은 이자를 부과해서 이익을 얻는 것이다. 이 역시 정부로부터 인가받은 보호된 규제로부터 파생되는 이익이며, 특정 소수에게만 허용되는 인가 때문에 발생하는 과점이익이다. (101)
한편으로는 기업과 가계의 중간에서 돈의 흐름의 역할을 하도록 권한을 부여받은 은행이 이 과점 권력을 이용해 예대마진을 추구하며 은행의 임금인상률이나 임금 수준이 일반 제조업보다 훨씬 높은 것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규제 이익과 과점 이익을 누리는 은행의 임금수준이 기업보다 두세 배 높다는 것도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지만, 경제상황이 과거보다 어려워졌다는 금융위기 이후에 은행의 실질임금 상승률이 기업 임금과 가계소득 실질 증가율의 4~6배에 이르는 것은 어떤 합리적 설명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다. (103)
기업은 노동의 유연성을 언급하며 해고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려고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해고된 노동자가 다른 일을 얻기가 쉽지 않기에 사용자에 비해 노동자가 불리한 상황이다.
정부는 노동시장 개혁을 말할 때마다 '노동시장 선진화'라는 구호를 외친다. 노동시장 선진화란 인적 자본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경제 전체의 효율성이 제고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게 회사로서는 구인이 쉽고 필요에 따라서는 구조 조정에 비용이 절약되며, 노동자로서는 구직의 선택 폭이 넓게 되는 소위 '노동시장 유연화'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는 여러 장치가 필요하다. 필요한 인력을 구할 수 있기 위해서는 훈련된 노동력이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에 대한 교육고 훈련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투자를 정부와 사용자 모두에게 제도적인 책무로 부과하고 있다. (129)
이 책의 전반부를 통해 한국의 일반 가계가 노동 소득 비중이 높고 대출을 통한 부동산에 자산이 집중되어 있고 갈수록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에 고소득층과 자산을 가진 계층은 자산 소득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로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계층이 되었다.
갈수록 빈부격차는 커지고 이러한 격차는 세대를 타고 이어진다. 상속이나 증여가 언론에 자주 언급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가진 자들은 자녀들에게까지도 부의 대물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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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고전 경제학에서 주장한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라는 세이의 법칙(Say's Law)에 반하여 소비와 투자로 이루어지는 유효수요의 크기에 따라 소득수준과 고용수준이 결정된다고 주장한 케인스(J.M.Keynes) '유효수요의 이론(the principle of effective demand)'과 같은 맥락이다.
역의 논리도 주장할 수 있다. 즉 이윤 극대화 또는 분배 최소화를 통해서 기업이 성장해야 고용을 증대시킬 수 있고 소득과 소비를 늘릴 수 있다는 논리이다. 이것이 1980년대 선진국에서 소위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릴 때 유행했던 '공급 측면의 경제학(supply-side economies)'의 기본 전제이며, 그 유명한 '낙수 효과(trickle-down effect)'를 강조한 입장이다. (151)
돈이 우리에게 자유를 주기에 우리는 경제적인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 돈을 모으고자 한다. 하지만 자신의 노력이 없어도 넉넉히 살아갈 수 있는 금수저들을 바라보는 대다수 청년들과 그 가족들의 마음은 얼마나 무거울 것인가.
국가는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와 법률을 제정하고 이행해야 한다. 기득권층이 언론, 금융, 사법, 입법 권력을 쥐고 저항할 것이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올바른 리더를 앞세워 불평등을 해소해 가야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이 앞으로 5년, 10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해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후반부로 이어진다.
■ 저자 : 장하성
경영학과 경제학을 공부하는 학자이자, 한국의 현실 속에서 학문을 고민하고 현장에 투영하는 실천 운동가다. 2014년 가을, 한국 경제의 위기를 타개할 솔루션을 담은 <한국 자본주의>를 내놓아 보수와 진보의 자본주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명쾌한 해법을 제시했다.
전작에 이어 갈수록 악화되어가는 소득 불평등과 재산 불평등, 임금 불평등, 고용 불평등, 기업불균형 등 한국 사회의 붕괴 위기를 타개할 솔루션을 담아 다시 '한국 자본주의2'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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