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국가에서는 지금도 인터넷이 그런 고발자, 감시자 역할을 해. 그런데 한국에서도 그런가? 인터넷신문이나 블로거들이 과연 그런 역할을 하냐고, 아니지. 그냥 거대 언론이 하던 나쁜 짓을 아마추어들도 소자본으로 하게 됐을 뿐이야. 거대 언론이 점잖게 기업에 겁을 주며 광고를 따냈다면 인터넷신문들은 대놓고 삥을 뜯지. 블로거들은 동네 식당을 상대로 협찬을 요구하고, 이것도 민주화라면 민주화지. 협박, 공갈, 갈취의 민주화. 누구나 더럽고 야비한 짓을 할 수 있게 되는 민주화. 그런 대신에 인터넷신문들과 블로거가 기존 언론이 쓰지 않던 무슨 좋은 기사를 내놓느냐 하면, 이런 거야. 누구누구 아찔한 뒤태...(중략) (55페이지)
2012년 국정원 댓글 사건이 기억나는 책 <댓글부대>를 보며 현재도 진행 중이구나 싶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유튜브나 네이버 기사를 보면 좌우로 나뉘어 서로를 비판한다. 내로남불이 연상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건전한 정책에 대한 비판이나 합리적인 대안이 제시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것도 일종의 '댓글 부대'를 활용한 언론 플레이가 아닌지 의심하며 살게 된다.
아이들의 싱싱한 뇌가 선생들에게 인질로 잡혀 있어. 대한민국의 선생들이 어떤 자들이냐. 패배자들이야. 정말 아이들 가르치고 싶어서 그 직업을 택한 인간은 그중 1퍼센트도 안 돼. 나머지는 다 교직원 연금 때문에 임용고시를 친 놈들이야. 고작 서른도 안 된 나이에 모험을 포기하고 안주를 택한 겁쟁이! 위선자들! 학교 밖 세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무식쟁이들! 심지어 그 1퍼센트도 그냥 어린애 좋아하는 변태 들일뿐, 아이들에게 야심과 열정을 불어넣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인간들이야! 그런 한심한 녀석들이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 노인이 쾅 소리를 내며 테이블을 내리쳤다.(153)
이 책을 통해 경제계나 정치계에의 기득권층이 마음만 먹으면 언론을 조작해 국민을 우롱할 수 있는 환경임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객관적인 언론이 필요하다.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조작의 사례라면 음식점 추천이나 후기에 대한 글이다. 사진과 그럴듯한 후기를 통해 음식점을 포장하고 거래를 한다. 이런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가게를 찾아다니며 홍보를 한다.
칫탓캇) 인터넷 신문사 중에 돈 받고 기사 실어주는 데들 많아요. 뒷거래고 뭐고 그런 것도 아니고 그런 인터넷 언론 홈페이지 가면 첫 페이지에 그냥 써 있어요. 기사 게재 문의는 어디로 하라고. 인터넷 돌아다니다 보면 이게 신제품 홍보인지 기사인지 모를 뉴스들 있잖아요. 보도자료 그대로 올려놓은 거. 그게 다 그렇게 올리는 거예요. 별로 비싸지도 않아요. 30만 원 정도? 그 인터넷신문이 네이버 뉴스에 등록이 돼 있냐 안 돼 있냐, 기사에 '이 기사는 광고 기사입니다'라고 쓰느냐 마느냐, 기자 이름 적느냐 마느냐 그런 거에 따라 가격은 좀 잘라지지만. (165)
우리가 맛집을 찾고, 여행지를 찾고, 물건을 구입할 때 의사결정의 프로세스는 단순하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유사한 경험을 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다. 그리고 결정한다. 이 프로세스의 허점을 악용하는 사기꾼들이 국내외에 넘친다. 어제 뉴스를 보니 쿠팡에서 잘 팔리는 물건의 짝퉁을 만들어 저렴한 가격에 올려서 수익을 올린 중국 사람들이 있다는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봤다. 호모 사피엔스의 부정적인 활약이다.
그땐 그냥 쓸 거예요. 기사를. 저희는 검사나 판사가 아니에요. 정황만 있어도 그게 충분하면 쓸 수 있어요. 명예훼손이나 뭐 그런 걸로 처벌받지도 않아요. 공익 목적으로 보도할 때에는 괜찮아요. 판례도 많고, 그래도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면 아니라고 했다고 반론을 실어줘야죠.(210)
소설 속에 등장하는 찌질해 보이는 인터넷 조작단은 팀장 본부장이라는 사람들의 돈에 매수되어 타깃이 되는 인터넷 카페 등의 영향력을 와해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런 식으로 국정원이 개입되어 기득권의 생각을 국민들에게 주입한다면 '이게 나라냐'라는 말이 다시 나올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국민이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다. 진학을 위해, 취업을 위해, 가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과정에서 보는 네이버나 카카오 등의 뉴스가 조작되어 있다면, 또 자주 이용하는 카페나 블로그의 내용이 잘못된 사실이라면 우리의 판단이 왜곡될 수 있다. 그래서 댓글 조작이 위험한 것이다. 반대로 유혹도 큰 것이다.
이 소설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이 열린 사고를 하고 인터넷 뉴스 제목이나 내용을 통해 작성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때로는 받아들이고 때로는 경멸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를 가지면 좋겠다. 사실 소설에 등장하는 정황이 극단적인 면도 있지만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세상과 다른 세상이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이 대한민국에서는.
독서습관480_기득권층의 인터넷 조작과 비판적 사고의 필요_댓글부대_장강명_2018_은행나무(21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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