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양육하는 데 있어 지적 호기심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사람마다 호기심의 정도가 다르다.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고 성적도 잘 받는다면 부모로서 흐뭇한 일이다. 하지만 성적이 좋지 않다고 해서 우리의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열등하다고 생각하며 어른들의 오산이다. 그 아이에게는 그 과목에 관심이 없는 것이다. 아니면 교사의 학습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교사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은 세상에 대한 많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수족관 앞에 있는 아이들을 봐라. 신기한 것을 보며 감탄을 한다. 자신이 알고 싶고 궁금해하는 것이 많을수록 우리의 뇌는 활성화된다. 어른들도 일방적으로 하는 강의에는 지루해하고 심지어 잠을 잔다. 아이들에 교실에서 잠자는 것은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하 책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7] 역설적이긴 하지만 호기심이 지적 성취의 핵심축이라는 사실은 최근 들어 분명하게 밝혀지고 있다.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많은 것을 배우고, 같은 사람이라도 호기심이 유발될 때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이 두 명제는 서로 다르지만 둘 다 진실이다.
[17] 사람이 뭔가에 호기심을 품을 때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쉽게 배운다는 주장을 지지하는 경험적 증거는 산더미처럼 많다.
호기심이란 얼마나 소중한가. 특히 교육에서 호기심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감안하면 우리가 호기심이 발전하는 과정에 관해 잘 모른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40] 아이가 만 5살이 될 무렵이면 호기심에는 아이의 성격, 가정생활, 일상에서 접하는 것들, 학교에서의 경험이 반영된다. 그 5살 아이가 22살 성인이 되면 호기심의 강도와 대상은 그 사람의 정체성 가운데 가장 중요하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된다. 그리고 그 부분은 그의 미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71] 사람과의 관계는 아이가 물리적 환경을 탐색하는 능력의 핵심 구성요소라는 것이다. 실제로 일련의 실험으로 밝혀진 바에 의하면, 감정적 자원과 자율성이라는 자원을 많이 가진 아이들은 나이가 들어도 호기심을 더 많이 나타낸다.
[81]아이들은 아직 문장으로 질문할 수 없는 시기에도 자기가 알고 싶은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어른들에게 그것의 이름을 알려달라고 요청한다.
[107] 그리고 언어가 확장될수록 나의 생각도 함께 자랐다. 나는 대화를 나누는 일이 즐겁다는 것을 알았고, 나의 어휘가 늘어날수록 내가 느끼는 재미도 커진다는 것을 배웠다. (중략) 하지만 날마다 누니(Noonie)와 나눴던 대화들은 나에게 넓은 시야를 선물했다. 나는 미래로도 가고, 과거로도 갔다. 우리의 대화에는 사색의 재료가 되는 흥미로운 사람과 장소와 물건들이 가득했다. 나의 탐험 도구는 단 하나, 질문이었다.
[121] ‘강한 호기심’과 ‘친사회적’으로 평가된 아이들의 엄마는 ‘약한 호기심’으로 평가된 아이들의 엄마에 비해 긍정적이고 따뜻하고 너그러웠다. 그리고 아이들의 행동에 대해 엄마가 표현하는 관심과 기쁨은 아이들의 주의력, 조작 행동, 정보 제공과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아이의 호기심을 예측하기에 가장 좋은 변수는 엄마의 호기심이었다.
[130] 현대 사회에서는 종종 정치적인 이유로 좋은 교사는 스타 내지 영웅이 되고 나쁜 교사는 악당이 된다(미국 공교육이 문제점을 담은 다큐 영화 <슈퍼맨을 기다리며 Waiting for Superman>는 교육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137] 어른들은 일상생활에서 호기심을 많이 표현하지 않는다. 새로운 것을 알고 싶어 하지 않고 사물을 심층적으로 탐구하지도 않는 어른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런 행동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153] 더 구체적으로 말해 아이들이 일과 시간 내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다른 아이들이 참여하는 모습도 보지도 못하고, 자유롭게 질문을 던지지도 않는 교실의 풍경을 생각해보라. 그리고 그 풍경을 두 시간마다 엉뚱한 질문이 1~2회 정도 나오는 교실의 풍경과 비교해보라.
[180] 위대한 인물들은 공통적으로 학교 밖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의욕이 넘치고 능력도 뛰어났던 그 아이들이 똑같이 재능 있는 다른 아이들과 달라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 바깥에서 자기의 관심사를 탐구할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 아닐까?
[183] 아이들이 학습에 어려움을 겪을 때는 가르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자신이 배우는 내용이 얼마나 중요하고 유용한 지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더 열심히 공부해라, 공부하는 시간을 늘려라 따위의 충고를 한다. 하지만 사실은 아이들이 학습 내용에 흥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185] 알터가 했던 실험에서 학습자가 겪는 어려움은 대부분 사소한 것이며 일종의 다양성이나 새로움을 포함한다. 어쩌면 어려움은 호기심의 다른 얼굴일지도 모른다. 학습자의 주의를 붙잡아두는, 혹은 사람들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어떤 것들은 벌린이 말한 ‘자극’을 유발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255] 아이들은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의 일부라도 알아듣게 되면 주위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잡담과 관련된 발달의 과정은 앞서 자세히 설명했지만, 아이들의 머릿속에 축적되는 정보는 반드시 이웃과 친척들에 관한 것만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스토리텔링의 과정 자체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운다.
[257] 유아기에 부모와 함께 과거의 경험담을 많이 이야기한 아이들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시기에 자기 이야기를 할 때 더 풍부하고 상세하고 명확한 묘사를 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와 함께 과거의 경험담을 구성해본 적이 별로 없는 아이들은 성인이 된 후에 정교하고 복잡한 이야기를 하거나, 자기만의 이야기를 활용해서 자신의 삶을 성찰할 가능성이 낮았다.
[268]사교성에 대한 편견은 사람이 특정한 영역에서 흥미를 발전시키고 호기심을 채우려면 혼자 자유롭게 보내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한다. 역사적인 위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모든 의무에서 벗어나 혼자서 몽상에 잠기고 탐색을 하며 보낸 시간들이 지식의 획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식의 획득에 결정적이라는 것은 호기심이 정신적인 영역에서 결정적이라는 뜻도 된다.
[293] 8학년 때 의무 교육과정을 모두 마친 샘은 시간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다가 1년 동안 우리 집 근처 연못을 연구하기로 결심했다. 샘은 9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일주일에 1~2회 연못에 나가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기록했다. 식물의 변화, 물고기와 새와 곤충들의 습성, 빛과 날씨이 패턴을 모조리 기록으로 남겼다. 관찰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는 궁금한 것들을 인터넷과 책에서 찾아봤다. 그러니까 샘은 눈으로 직접 본 것과 다른 사람들이 알려주는 정보를 함께 기록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때 샘은 학교의 허락을 받아 날도래의 애벌레를 연구했다. 우리 집 지하실에 실험실을 차려놓은 샘은 날도래 애벌레가 다른 애벌레의 집짓기 기술에 어떤 영향을 행사하는지에 관해 논문을 썼다. 대학에 지원할 때가 되자 샘은 생명과학 분야가 훌륭하다고 알려진 대학을 골랐다. 샘의 진로는 다 정해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지식과 기술을 쌓아갈수록 샘은 날마다 접하는 과학 공부와 그 주변의 것들에 흥미를 조금씩 덜 느끼게 됐다.
[312] 주도성이란 아이가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이며, 자신의 학습ㅂ을 스스로 결정하고 감독하며 무엇을 어떻게 배울지 정할 수 있는 능력이다. 주도성은 잘못 해석될 때가 많다. 교육자들은 아이들이 일어서서 돌아다니고, 사물을 조작하고, 뭔가를 만들고,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능동적인 학습이 이뤄지며 그럴 때 아이들이 주도성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브루너와 브라운이 의도한 바가 아니다. 주도성이란 아이들이 자신의 학습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정신적 능력이다.
[317] 우리는 수학을 정답을 얻어내기 위한 일련의 과정으로 배우고 가르칠 때가 많다. 하지만 수학자들은 수학이 일련의 과정이라기보다는 생각하는 방법에 가깝다고 말한다. 에릭슨 선생님은 수학에 관한 지식이 풍부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복잡한 문제를 주고 자유롭게 탐구하도록 허용할 수 있었다. 그녀는 학생들이 새로운 발견을 하고 질문을 던져도 얼마든지 지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중략) 그녀는 서두르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문제를 탐구할 시간을 넉넉히 주고, 정답을 찾는 것이 지상목표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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