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와다 쇼류에게 들어서 알지만 미국, 영국, 네덜란드에서는 장사꾼들이 큰소리를 친다더군. 무사도 평민도 차별이 없다는 거야. 하물며 도사처럼 상급 무사니 향사니 하는 것도 없고, 미국 같은 나라는 장군을 선거로 뽑는데, 상인이라도 표만 많으면 장군이 될 수 있대. 그것과 비교하면 도사의 상급 무사와 향사들의 싸움 같은 건 코딱지 같은 거야.(58)
료마는 막연하게 존왕 양이보다 더 큰 일본을 위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3권에서는 료마의 인생 방향이 구체화되는 모습이 일련의 만남을 통해 구체화된다.
"주타로 형, 나는 고향에서 가와다 쇼류라는 꽤 유식한 화가에게서 들었는데, 미국에선 백정의 자식이라도 대통령이 될 수 있고 대통령의 자식이라도 본인이 좋아한다면 재단사가 돼도 누구 한 사람 이상하게 생각지 않는다 하네."(175)
굴곡이 깊은 얼굴이 요코하마의 서양 사람과 닮은 점이 있다. 다만 몸집이 작고 피부가 검으며 눈이 독특하다. 어른의 눈이 아니고 어린아이의 눈이다. 호기심에 가득한 골목대장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가쓰가 입을 열었다. (185~186)
탈번을 하여 마음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숨어서 세상을 유람하기 시작한다. 다케치와 같이 막부를 무너뜨리고 천황을 옹호하는 나라를 세우는 것이 아니다. 계급 차별이 없고 일본도 커다란 배를 만들고 무역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부국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실행하지 못하는 막부를 쓰러뜨리고 교토를 중심으로 하는 정부를 만들어 그것으로 일본을 통일하고, 천민 속에서라도 인재가 있으면 최고 집정관, 집정관에 등용할 수 있는 국가를 만들면 되지 않겠는가.(193)
주타로 형, 양약일수록 독성이 있네. 영웅이란 국가가 아무런 병 없이 평안할 때는 소용없는 독물이지만 천하가 위급할 때는 없어선 안 될 묘약이지. 인간의 독성만 좀스럽게 캐는 것은 소인배가 하는 짓이고 군자는 모름지기 상대의 쓸 만한 점을 알아보아야 하네.(194)
가쓰 가이슈라는 뛰어난 선생을 만나면서 료마의 인생 방향은 구체화된다. 가쓰를 제거하기 위해 찾아갔으나 가쓰가 생각하는 일본이 가야 할 모습을 듣고 깊이 공감한다. 바로 그 자리에서 그에게 제자가 되겠다고 고백한다. 료마의 비범함을 알아본 가쓰의 도움으로 그는 탈번을 용서받고 배를 만들기 위해 돈을 모금하기 시작한다.
"서양에는 선데이(일요일)라는 것이 있어서 이레에 한 번씩 놀지만, 나가이는, 그러면 일본이 따라가지 못한다고 해서 여기는 휴일이 없어." 수업은 아침 10시부터 시작하여 오후 3시에 끝난다. 기숙사 제도가 아니고 통학제이기 때문에 끝나는 시간이 비교적 이른 것이다. 배우는 학과와 실습은 측량과 산술, 조선술, 증기 기관학, 선원 운용, 범선 조련, 해상 포술, 대소포 공격 훈련 따위이고, 교수라는 이름의 선생이 여덟 명. 그 밑에 조수격이 역시 여덟 명 있다. (200~201)
만지로는 열다섯 살에 표류하여 미국에 갔기 때문에 아직도 일본말은 도사 하다 군 어부의 말밖에 할 줄 모른다. 그런데도 직할 무사인 것이다. (중략) 다만 미국 체류 무렵에 곧잘 미국인을 놀라게 했을 정도의 예민한 두뇌를 가지고 있었다.(203)
3권의 후반에 드디어 료마에게도 사랑이란 감정이 싹튼다. 우연히 불난 집에서 아이를 구해주며 알게 된 유사한 이름의 '료'라는 처자를 만난 것이다. 이름을 '오료'라고 부르며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그녀를 좋아하게 된다.
20대 후반을 보내는 료마에게 외국의 상황을 더 구체적으로 듣고, 원하던 배에도 탑승하고 수업을 통해 배우는 과정으로 후반부는 순식간에 읽혔다.
료마가 탈번한 뒤 번청의 조사로 시바다 가문의 요시유키를 오에이가 넘겨준 사실이 알려져 시바다는 크게 노했다. (중략) 생각해 보건대 하늘이 료마라는 사나이를 일본 역사에 내보내기 위해 누님 하나를 이혼시키고, 또한 누님에게 자살까지 시킨 것이다. 예사로운 희생이 아니다. (19)
하긴 일본의 풍습을 이해하지 못해도 외국인 사이에서는 일본 무사에 대한 공포심이 강해서 이 무렵 통역관으로 부임해 온 영국 공사관원 어네스트 사토는 그 수기 속에서 '일본도는 면도날처럼 예리하여 무서운 상처를 낸다. 뿐만 아니라 일본인은 칼을 대면 상대를 도막도막 내고라도 마지막 숨을 끊게 하는 관습이 있다. 그러므로 서양인들은 칼을 두 자루 차고 있는 자를 보면 자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고, 지나가고 나서 목숨이 붙어 있으면 가슴을 쓸어내리며 하느님께 감사했던 것이다.'라고 쓰고 있다. (149)
사쓰마와 조슈는 종교적 양이 사상의 그릇됨을 깨닫고 비밀히 외국과 손을 잡아 군대를 서구화시켜 막부를 쓰러뜨렸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것이 메이지 유신이다. (169)
가쓰를 만난 것은 료마로 하여금 자기 나름의 생애 계단을 한 걸음 올라서게 했다. '사람의 일생에는 명제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아무래도 내 명제 속으로 한 발 들여놓은 모양이다.' 이해 스물여덟.(205)
막부 말기의 일본인은 사카모토 료마뿐이었다고 일컬어진다. 그 무렵으로서는 기상천외한 입장이다. (209)
'세계사의 구조, 세계 역사의 발전이라는 것은 재미있는 것이로구나' 생각했다. 그는 초석의 화학 기술적인 면보다는 초석을 둘러싼 그러한 이야기에 감탄한 것이다. 새해가 되었다. 분큐 3년(1863). 료마는 스물아홉 살이다. (238)
"그러나 가리발디도, 또 미국을 일으킨 워싱턴도 이에야스와는 다르다는 말이네. 국가를 자기 집 사유물로 삼겠나는 생각은 없었단 말이야. 사카모토 료마는 일본의 워싱턴이 되겠네. 자네들도 그렇게 되게. 모두가 그렇게 되지 않으면 일본은 곧 망하고 말걸세."
(칼은) 도구에 지나지 않소. 도구를 얼이라고 가르쳤던 것은 도쿠가와 3백 년의 교육이오. 전국 시대 무사는 칼을 소모품이라 생각하고 사람에 따라서는 몇 자루씩 준비하여 싸움터에 나가 부러지면 버리고 잘 안 들면 숫돌에 쓱쓱 갈아서 썼소."(319)
오료는 이후로 '데라다야의 오료'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후시미에서 하룻밤을 지낸 다음 날 오료는 기쿠야의 미네키치와 함께 교토로 돌아왔다. (339)
"도베, 인간은 뭣 때문에 사는지 알고 있나?" 료마는 밥상 너머로 말했다.
"큰 일을 하기 위해서야. 단, 일을 하는 데는 남의 흉내를 내서는 안돼." 세상의 고정 관념을 깨는 것, 이것이 참된 일이라고 료마는 말한다. 그러므로 필요하다면 영주에게 돈을 얻어 써도 좋다.(343)
료마가 오사카에서 일찍이 미쓰오카를 만나 감탄한 것은 '금전을 아는 무사'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그뿐만이 아니라 '근왕 양이는 염불이 아니다. 상업을 일으키고 배를 만드는 일이다'라는 사고방식이다.
"당신과 내 생각은 일치하네." 료마는 손을 잡고 기뻐했다. (348~349)
해외 사정에 밝은 가쓰는 벌써 '주식회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서양 사람이 큰일을 하는 것은 돈 있는 놈은 돈을 내고 일할 수 있는 놈은 일을 하는, 그런 조직이 있기 때문이다. "
가쓰가 이렇게 료마에게 가르쳤기 때문이다.(353)
"난 말이다, 막부를 쓰러뜨리고 일본을 훌륭한 국가로 만들고 싶다. 당나라, 천축(인도), 미국에까지도 장사하러 갈 셈이다. 일본은 나라가 좁기 때문에 배와 장사로 버는 것 외에 입국의 방법은 없어."(354)
"워싱턴이란 자는 버지니아 주의 과부 아들이래." 료마는 엉뚱하게 말한다.
"측량 기사였는데 이놈이 군대를 움직이는 능력이 좋다고 해서 무사가 되고 차츰 올라가 대장이 되었다. 그때까지 미국은 영국의 속국이었는데 영국군과 싸워 몇 번이나 졌지만 마지막에 이겨서 미국을 독립시키고 초대 대통령이 되었지. 일본으로 말하면 도쿠가와 이에야스야. 그런데 그 자손은 대통령이 아니야. 도쿠가와 가문하고는 달라."(358)
독서습관477_료마가 간다③_시바 료타로_2011_동서문화사(21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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