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정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인스타그램 Instagram의 시작과 성장과정을 창업자의 관점에서 자세히 알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자기를 소개하며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을 알고 SNS 서비스 중의 하나라고 여기고 있었다. 사실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었던 초기에는 잊었던 옛 지인들까지 연결되어 신기해하며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과도하게 알람이 울리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메시지에도 반응해야 하는 상황이 일상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해서 더 이상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메시나는 "인간의 여러 모습을 엿보게 해주어 세상과 그 세상의 중요성에 대한 관점 자체를 바꿔놓는다. 인스타그램은 우리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며, 우리는 이 세상을 이해하는 수단으로 각자의 경험을 그곳에 기꺼이 투영한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24페이지)
인스타그램의 창업자인 케빈 시스트롬과 마이크 크리거가 초기에 페이스북과 트위터와 같은 쟁쟁한 기업이 있는 환경에서 어떤 문화를 가진 기업으로 키울 것인가 고민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모든 창업자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면서 일반인들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프로그램을 잘하는 것과는 별개로 일상을 살아가며 편리함 속의 불편함을 찾고 틈새시장을 찾거나 새로운 재미를 더해 줄 수 있는 아이템을 발견해야 한다. 관심이며 습관이라고 본다. 그들은 예술가적인 좋은 사진을 내세웠다.
페이스북 안팎에서 이뤄지는 인스타그램에 관한 이야기는 궁극적으로 자본주의와 자아 ego의 교집합에 관한 문제다. 즉, 많은 사람이 자신들이 만든 것을 지키기 위해, 성공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쓴다. (19)
시스트롬은 무엇을 하기 전에 책으로 철저하게 배우고 나서 시작하는 스타일로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인스타그램의 CEO로서 회사를 키워가는 과정에서도 정제된 사진을 싣는다는 신념을 유지하려 한다. 페이스북에 인수되어서도 독립성을 어느 정도 유지했지만 10억까지 구독자가 늘어나자 저커버그와 방향에 대한 갈등이 점차 커진다. 결국 인수되고 나서 CEO인 저커버그의 의견대로 진행되고 인스타그램은 자신의 색깔이 점차 퇴색되며 페이스북 그룹의 재무적 성과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활용된다.
인스타그램이 데이터와 분석에 투자하자 중요한 사실이 드러났다. 인스타그램에서 완벽한 생활을 보여줘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정작 제품의 성장을 막는 걸림돌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신이 난, 경쟁자가 있었다. 바로 스냅챗이었다. (322)
선거에서도 분명히 드러났지만, 사용자들의 감정적 반응을 유발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가짜 뉴스 사이트는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했다. (416)
페이스북의 CEO인 저커버그의 미래에 대한 조바심이 드러났다. 전 세계 수십억의 인구가 사용하고 있어 성장의 정체기에 들어서서 매출액 성장도 멈추고, 경쟁자들이 성장해서 페이스북을 대체할까 노심초사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이나 스냅챗과 같은 경쟁자로 성장할 만한 신생기업이 등장하면 노려보고 있다가 10억 불이 넘는 거금을 주고 입도선매하여 경쟁의 싹을 제거하고 있다. 한편으론 자신의 매출액 성장을 도모한다.
그래도 이 같은 합병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제품의 성장과 수명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만든 사람의 자존심과 그들만의 문화를 인정하며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133)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포기하는 것이 많아질수록 영혼은 더 초라해지죠. 결국 마땅히 자신이 돼야 할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하나의 상품이 되고 있어요."(313) - 심리치료사인 저넬 불 Janelle Bull의 조언
아쉬운 것은 페이스북에 인수된 인스타그램이 자신의 독립성과 정체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페이스북의 색깔을 덧입혀 성장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기업의 오너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옵션이 있는 편이 더 좋은 것이다. 페이스북이 독점 이슈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 책에 나와 있는 드러난 사실들로도 충분히 증거가 될 수 있다.
인스타그램 효과는 자동차나 옷가지같이 만질 수 있는 고가 제품의 판매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2017년에 파산한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도 아홉 곳에 달했다. 매장을 닫은 곳은 더 많았다. 아마존이 등장한 탓도 있지만 분석가들은 유통업체의 수지타산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물건이 아니라 경험을 좇는 추세를 들었다. (430)
브레너를 비롯해 미의학협회 American Medical Association가 발행하는 의학 학술 잡지 <미국의사협회 안면성형외과 JAMA Facial Plastic Surgery>의 2017년 기사에서도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필터와 편집은 하나의 표준이 되어 세계 곳곳에서 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있다." (433)
이 책을 보고 회사 내 팀원들과 중식을 하며 함께 SNS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35세 이전의 젊은 세대는 인스타를 주로 사용하고 페이스북은 사용하지 않고 있고, 40세 이상은 페이스북을 일부 사용하거나 카톡만 주로 사용하고 있었다. 들어보니 10대들은 틱톡을 주로 사용한다. 급변하는 SNS 시장에서도 세대 간의 주로 사용하는 대상이 층별 화 돼 있다는 생각이 들며 이것도 일종의 세대 간 소통의 벽이 될 수 있겠다는 걱정을 해본다.
SNS에 나오는 사진이나 동영상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연출되거나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받아 편집된 것이 많다. 그래야 사람들의 관심을 더 받을 수 있고 이는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배경을 모르는 젊은이들에게는 자신의 모습을 비교하고 스스로 좌절할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SNS를 운영하는 회사들의 책임이 거론된다.
2017년 5월에 영국의 왕립공중보건협회 Royal Society for Public Health는 널리 알려진 보고서를 통해 인스타그램이 젊은이들의 정신건강에 아주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람들을 서로 비교하게 만들어 불필요한 걱정만 키운다고 비판했다. "휴일에도 함께 어울리고 밤에도 즐거운 모임을 갖는 친구들을 보면 다른 사람들은 인생을 즐겁게 사는데 나는 뭐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생각 때문에 젊은 사람들은 비교하고 좌절한다. 사람들은 포토샵을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편집하고 연출된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면서 초라한 자신의 모습과 신세를 한탄한다."(439)
최근에 카카오나 네이버에서 프로그램 조작을 통해 검색순위를 자사에 유리하도록 하는 행위를 하거나 플랫폼 기업의 특성을 활용해서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업종까지 문어발식 확장을 하는 것에 사회적 비판이 거세다. 그래서 기업가는 기업을 시작할 당시의 초심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자칫하면 성장을 우선시해서 윤리적인 부분이 간과되기 쉽다. 페이스북의 저커버그도 현실과 타협하고 생존하기 위해 기업을 인수하고 경쟁자의 싹을 자르려고 한다.
500페이지가 넘는 긴 책이지만 이미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재미있게 인스타그램의 탄생과 기능의 변화가 왜 생겼는지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 저자 : 사라 프라이어 Sarah Frier
<블룸버그 통신> 기술 전문 기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챗 그리고 트위터가 미래 사회에 미칠 영향에 관한 기사를 주로 쓰고 있으며, 여러 차례 보도 관련 상을 받았다. <노 필터>는 그녀의 첫 저서로, 이 책을 쓰기 위해 3년간 인스타그램의 두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과 마이크 크리거를 비롯해 인스타그램 및 페이스북 관련자들을 거듭 심층 취재했다. 또 인스타그램 관련 모든 정보를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책에 담고자 실리콘밸리의 투자자 및 기업가 들과 사실 확인 작업을 수차례 거쳤다.
미국 의회 청문회로 페이스북 - 정부 간 갈등이 첨예해지던 2020년 출간된 이 책은 코로나로 인해 서점 폐업 및 축소 운영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아마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또한 그해 우수 경영서를 선정하는 '파이낸셜 타임스 앤 매킨지 상'에서 쟁쟁한 경쟁작을 물리치고 최종 수상의 영예를 거머쥐었다.
현재 페이스북은 미국 및 EU 독점 금지법 위반으로 피소되어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책은 관련 쟁점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 자료로 평가받으며 미국 의회가 필독서로 추천한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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