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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독서습관443_노인이 장수하고 젊은이가 잉여가 되는 디스토피아적 사회_잉여인간 안나_젬마 말리_2012_김영사(210924)

by bandiburi 2021. 9. 24.

세상이 살기에 가장 아름다운 곳이며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행운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우리가 이곳에 영원히 머무르지 않을 것이므로 매 순간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아무튼 나는 영원히 여기에 있기를 바라지 않는다. 어떤 것이 언젠가는 끝나리라는 것을 알게 되면 그 진가를 더욱 절실히 누리고 싶고 모든 순간순간을 음미하고 싶어 지기 때문이다. 

 

소설을 마지막 부분에 주인공 안나가 쓴 일기 내용이다. 긴박하게 진행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며 숨을 죽이다 마지막에 안도와 안타까움을 느끼며 긴장이 풀리는 순간 접하게 되는 안나의 일기는 독자들에게 던지는 작가의 메시지다. 매 순간이 소중하다.

 

우리는 무병장수를 바라며 운동도 하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는다. 정기적으로 건강검진도 받으며 예방에도 힘 쓴다. 진시황제가 찾던 불로초가 없는 것이 인간에게 행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소설이다. 우리가 더 이상 늙지 않고 장수할 수 있는 장수약이 있다면이란 상상으로 시작된 소설이다. 

 

현재 장수약이 판매된다면 우리의 몸은 현재 상태로 더 이상 노화가 진행되지 않아 죽지 않는다면 사회적인 영향은 어떨 것인가. 자연사는 없고 태어나는 아이들만 있다면 인구재앙이 다가올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나. 인구를 통제해야 한다. 아이를 낳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원치 않게 아이가 생길 수 있는데 이런 아이들은 사회적인 '잉여'로 취급되어 수용소에 갇혀서 합법적인 노인 중심의 사회를 유지하는 데 가사 도우미 등으로 교육받는다. 

이 소설은 두 살 반이 된 안나가 수용소에서 자라 모범적인 청소년으로 성장한다. 피터라는 아이가 수용소로 올 때까지는 핀센트 소장의 의도대로 모든 것이 순탄했다. 하지만 안나가 피터를 통해 전해 듣는 것은 수용소에서 가르치는 세뇌교육과는 달랐다. 점차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며 의문을 갖게 된다. 특히 안나가 쓰는 일기는 자신의 해방구이자 족쇄이며 새로운 삶으로 이끄는 가이드가 된다. 스스로가 사회적인 잉여이며 사회적으로 자원을 소모하는 비가치의 존재로 세뇌되는 아이들은 자신의 가치를 망각하며 살아간다. 그곳에서는 육체적, 정신적 학대가 공공연하게 일어난다. 잉여인간이라는 이유로 용인된다. 

 

그렇다고 수용소 밖의 장수사회는 행복한가라는 의문이 든다. 안나와 피터를 도와준 샤프 부인의 모습이 이를 말해준다. 하나밖에 없는 딸은 미국에서 살고, 남편은 런던에서 일을 하며 떨어져 있고, 집에 혼자만 살고 있다. 주변 커뮤니티 사람들이 교류하는 전부다. 외롭다. 사랑받고 사랑해주는 자녀나 손주가 없다. 장수약으로 젊은이가 거의 없어지면서 초래된 사회의 모습이다.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다. 

 

우리 사회도 고령층의 인구가 많아지고 있다. 어린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란이 드물고, 거리에서 운동하거나 거니는 노인들이 많다. 앞으로 몇십 년 뒤의 한국 사회는 초고령화로 진입하며 이 소설과는 반대로 갈 것 같다. 노인 공경이란 말은 과거가 되고 노인들이 '잉여인구'로 취급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100세 이상도 살 수 있다는데 안나가 일기에 썼듯이 영원히 살지 못하기에 매 순간을 행복하게 음미하며 열심히 살아야 한다. 

☞ 잉여인간 안나 MindMap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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