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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독서습관441_미국의 쇠퇴와 수명연장으로 인한 청년층과 노년층의 갈등_2030년 그들의 전쟁_알버트 부룩스_2012_북캐슬(210918)

by bandiburi 2021. 9. 18.

 

2030년에 미국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작가의 디스토피아적인 상상이 만들어낸 스토리의 책이다. 원제는 <2030: The Real Story of What Happens to America>로 모호한 한글 제목보다는 영어 제목이 실제 이야기를 더 잘 표현하고 있다. 

 

초반부에는 여러 그룹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순환적으로 전개되어 누가 주인공인지 왜 여러 등장인물을 소개하고 있는지 혼란스럽다. 스토리가 전개됨에 따라 각각의 그룹의 이야기는 서로 관계를 형성한다. 마지막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는 아하 이렇게 연결되었구나라며 이해하는 구조다. 페이지수는 많지만 이야기 형식으로 영화 한 편을 감상하듯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의 특징 세 가지를 정리해 본다. 

 

첫째, 2030년에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것으로 등장한다. 남북한의 관계가 개선되고, 원화가 국제간 거래에서 달러나 유로화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주인공이 렌트하는 차가 한국에서 만든 '카'라는 전기차로 소개된다. 또한 분리형 유조선을 만드는 한국의 기술력이 소개되기도 한다. 작가가 한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치적, 경제적인 인상이 그대로 소설에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소설을 읽으며 뿌듯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담이 되기도 한다. 2030년이면 앞으로 9년이 남았는데 급격한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로 경제력이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댈러스에 도착한 그들은 한국에서 만든 전기차 '카'를 렌트했다. 충분한 여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카'를 사지 않겠지만, 그래도 저렴한 차의 느낌은 어떤지 확인해보는 것도 나름 가치가 있었다. 맥스는 감탄했다. 5인이 편안하게 승차할 수 있는 크기였으며, 시속 120마일에, 한 번 충전으로 300마일까지 달렸다. 운전자가 원하는 경우 옛날 레이스카 분위기가 나는 소리가 나는 기어도 달려 있었다. (325페이지)

둘째, 2030년에 미국의 위상은 현저히 감소한다. 미국 달러에 대한 패권이 약화되어 국제 화폐중의 하나로 전락한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에 진도 9.1의 지진이 일어나 도시 전체가 초토화되었지만, 이를 재건하기 위한 비용이 없어 대통령이 고민한다. 지금이라면 달러를 필요한 만큼 찍어내서 풀겠지만 2030년에는 달러 가치의 하락을 걱정해서 함부로 발권력을 동원하지 못한다. 결국 중국에 손을 내밀어 보지만 중국은 거절한다. 중국은 로스앤젤레스 도시 재건에 자신들의 비용으로 참여하되 50퍼센트의 세금 징수권과 노동자들에 대한 이중국적 취득을 요구하며 관철한다. 

 

2021년 중국에 대해 견제를 하는 미국의 걱정이 소설과 같이 되는 것이 아닐까. 소설에서는 도시재건을 이용해 미국에서 의료사업을 통해 인지도가 높아지고 상원의원을 딸과 결혼한 중국계 미국인이 헌법까지 개정해서 기존 대통령의 재선을 저지하고 미국의 대통령이 된다. 미국이 군사적으로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고 있고, 금융을 주도하고 있는 2021년과 비교해서 GDP 규모면에서 중국이 앞설 것으로 예상되는 2030년에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밝지만은 아닐 것이기에 이런 소설이 경종을 울린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암 치료제의 개발로 노인들의 수명이 급격히 연장되면서 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청년층의 삶은 더욱 힘들어지며 세대 갈등을 일으킨다. 정치인들은 노인층의 표를 의식해서 청년층을 위한 정책을 펴지 못한다. 보험료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은 의료비 폭탄을 맞고 빚에 허덕인다. 노년층의 삶은 많은 부분에서 세금으로 보전을 해주지만 그 세금을 내는 것을 40대 이하의 젊은층이다. 부유한 부모를 둔 청년층을 제외하고는 노인층 부양을 위한 세금으로 허덕이며 노인층에 대한 테러까지도 벌인다. 손녀가 할아버지에게 '나도 좋은 직업을 구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장면은 세대 간의 삶의 질이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을 예고한다. 

 

"거기서 평생 사시라는 법 없어요. 죄수도 아닌데요."
"난 가난의 죄수란다." (333) - 브래드가 일반 노인용 크루즈를 타기로 결정한 뒤 아들 톰과의 대화 중

 

주인공의 남자친구 맥스는 결국 유람선을 납치해서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구한다. 그리고 노년층과 청년층을 평등하게 대우해줄 것을 요구한다. 잠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지만 노년층이 중심인 기득권층에 의해 잠잠해진다. 세대 갈등은 우리나라에서도 표출되고 있다. 일자리가 창출되는 산업화 시대는 여러 사람에게 계층 상승의 기회가 주어졌지만 지금은 부모의 유산을 통해 태어나면서부터 부의 대물림이 이어지는 시대가 되었다. 자신의 노력에 의해 자립해야 하는 청년층은 일자리 자체를 구하기도 힘들기에 부모 찬스로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일부 사람들이 곱게 보이지 않는다. 

"나도 좋은 직업을 구할 수 있을까요?"
그는 이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망설였다. 손녀딸의 세대에는 그런 가능성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에, 이번엔 솔직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어쩌면 톰의 세대보다 더 심각할지도 몰랐다. 진실이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343)

 

또한 노동소득에 의존하는 과반의 국민보다 자본소득 비중이 높은 자산가들은 일하지 않아도 부가 부를 만든다. 그 자녀들은 걱정이 없다. 인구의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나라에서 노인 인구를 위한 세금은 더 필요하고 이를 부담할 젊은 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소설에서 2030년에 미국에서 발생한 사회적인 현상은 대한민국의 모습이 될 가능성이 있다.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세대 갈등을 줄여가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 소설은 재미있게 읽었지만 우리 사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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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알버트 브룩스

시나리오작가이자 영화배우, 제작자, 영화감독이다. 1976년 택시 드라이버로 데뷔했으며, 몇 편의 미국 클래식 코미디 영화의 각본을 쓰고 감독을 했다. 그의 작품들은 당대의 사회 비판과 함께 삶에 대한 날카로운 해석을 선보였다. 작품으로는 <Lost in America>, <Modern Romance>, <Defending Your Life> 등이 있다. 

또한 브룩스는 20편 이상의 영화에도 출연했는데, 출연작으로는 마친 스콜세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 Taxi Driver>,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아웃 오브 사이트 Out of Sight>, 픽사의 <니모를 찾아서 Finding Nemo> 등이 있다. 그는 제임스 L. 브룩스 감독의 <Broadcast News>로 아카데미 남우 조연상 후보로 노미네이트 된 바 있으며, 2011년 칸 영화제 최우수 감독상에 빛나는 영화 <드라이브 Drive>로 2012년 1월 제46회 전미 비평가협회 남우조연상을 수상했고, 1985년과 1996년에는 전미 비평가협회 각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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