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읽었던 책의 저자가 추천한 책으로 제목이 솔깃해지는 것이라서 도서관에서 빌려 봤다. 지하철에서 종이책이나 신문을 보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스마트폰으로 음악, 게임, 기사, 동영상 등을 즐기는 사람이 대부분이 된 세상이다.
네이버 뉴스를 보며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알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깊이 있는 생각이 없도록 인터넷과 하이퍼링크의 편리함이 우리를 이끌고 있다고 고발한다. 편리하면서도 그럴듯한 제목에 이끌려 이곳저곳으로 서핑을 하지만 정작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는 사이버 세상이다. 아직까지 종이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십분 공감이 많이 가는 책이었다.
이하 요약 발췌본이다.
9) 세상과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창으로서의 대중 매체는 우리가 보는 것과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결정하고, 나아가 개인과 사회의 정체성을 바꾸어놓는다.
21) 인터넷은 나의 집중력과 사색의 시간을 빼앗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든 오프라인상에서든 나의 마음은 인터넷의 유통방식, 즉 숨 가쁘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작은 조각들의 흐름에 따라 정보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60) 데카르트의 이분법이 틀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이 물리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거나, 적어도 우리 뇌에서 물리적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본 그의 생각은 옳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신경학적으로 우리가 사고하는 그대로 변하고 있다.
71) 정확하게 시간을 지키고자 하는 욕망은 수도원을 통해 펴져 나갔다.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며 최신의 훌륭한 기기를 선호하던 유럽 왕가들은 시계를 갈망하게 되었고 그 수리와 제조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시골에서 도시로 모여들고 논밭보다는 시장, 공장, 회사 등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생활은 종소리에 따라 더욱 세분화되었다.
112) The House Was Quiet and the World Was Calm – Wallace Stevens
집은 조용하고 세상은 고요하다
읽는 자는 책이 되고 여름밤은
책의 의식 있는 존재와 같다.
집은 조용하고 세상은 고요하다
한 권의 책도 없는 것처럼 단어들은 말이 되어 나오고
읽는 자가 책장 위에 몸을 기울이는 때만 제외하고는
기대고 싶고, 가장 되고 싶은 것은
진실한 책을 지닌 학자, 또 그에게
여름밤이 완벽한 생각과 같은 사람
집이 조용한 것은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113) 스티븐스의 시는 단지 깊이 읽기를 묘사하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깊이 읽기를 촉구하고 있다. 시에 대한 이해는 시가 묘사하는 사고를 요구한다. 깊이 읽는 독자의 집중력이 간직한 조용함과 고요함은 시의 ‘의미의 일부’가 되고, 이는 생각과 표현의 ‘완벽함’이 책장에 이르는 길을 형성한다. 완전히 몰입된 지적 상태를 의미하는 은유적인 ‘여름밤’ 속에서 작가와 독자는 하나를 이루어, 함께 “책이라는 의식 있는 존재’를 창조하고 공유한다.
115) 신경가소성에 대한 연구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형성하는 정신적 능력, 즉 신경 회로가 다른 목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책에 담긴 이야기나 주장을 파악하는 훈련을 통해 보다 사색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성향을 갖게 되었다.
172)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컴퓨터를 어떻게 사용할지 선택함에 있어 우리는 책의 윤리가 우리에게 알려주었던 홀로 고독하게 몰입하는 행위를 거부했다.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곡예’에 내맡겼다.
179) 인터넷이 주는 자극의 불협화음은 의식적, 무의식적 사고 모두에 합성을 일으켜 깊고 창의적인 사고를 방해한다. 뇌는 단순한 신호를 처리하는 단위들로 바뀌고, 정보를 잠시 의식 속으로 안내했다가 다시 내보낸다.
186) 지능의 깊이는 기억을 작업 기억으로부터 장기 기억으로 이동시키고, 또 이 기억을 개념적 스키마로 이어 붙이는 능력에 달려 있다. 하지만 작업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 이르는 통로는 우리 뇌 속에 큰 병목현상을 일으킨다. 방대한 능력을 지닌 장기 기억과 달리 작업 기억이 저장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아주 적다.
193) 모든 연구가 하이퍼텍스트가 이해력을 떨어뜨린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한때 유명했던 ‘하이퍼텍스트는 문서에 대한 더욱 강력한 경험을 하게 할 것’이라는 이론을 거의 지지하지 않음을 발견했다. 반대로 많은 연구 결과에서 하이퍼텍스트 내에서 부가적으로 의사결정과 시각적 처리까지 신경 써야 하는 탓에 읽는 행위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이는 전통적인 선형적인 형태와 비교했을 때 더욱 그렇다.
200) 우리는 우리가 받아들이는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대가로 집중과 몰입 그리고 관심의 분화와 생각의 분산이라는 손실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이를 거부하는 것은 우리 중 많은 이들이 선택사항으로 고려할 일은 아니다.
213) 존슨은 “어느새 몽상에서 빠져나와 몸을 휙 돌리고는 ‘캠브리지 경, 이유는 아주 간단하네. 지식에는 두 종류가 있지. 하나는 우리가 어떤 주제에 대해 직접 아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관련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이라네’라고 말했다”
231) 구글은 그 자신이 제공하는 효율적이면서 풍성한 콘텐츠와 우리 사이의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구글이 개척한 이 지적 기술은 정보를 신속하고 피상적으로 훑어보도록 장려했고, 하나의 주장, 생각 또는 이야기에 깊이 그리고 오래 관여할 의욕을 꺾고 있다. 아이린 오는 “우리의 목표는 사용자가 정말 신속하게 들어왔다 나가게 하는 것이다. 디자인에 대한 우리의 모든 결정은 바로 이 전략을 기반으로 한다”라고 말한다.
259) 구글은 신도 악마도 아니며, 구글플렉스에 검은 그림자가 있다면 이는 그 장엄함에 따른 망상일 뿐이다. 이 회사의 창업자들이 불안한 이유는 그들이 창조주보다 한발 더 나아가 사고할 수 있는 놀랍도록 멋진 기계를 창조하려는 소년 같은 열망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이 같은 열망을 가지도록 한 그들의 인간 사고에 대한 이해 수준이 형편없기 때문이다.
265) “뇌가 도서관 전체에 대한 빠른 안내도를 지닐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데 왜 책 한 권의 내용을 다 기억하는가? 우리는 이제 정보를 기억하기보다 디지털적으로만 저장하고, 단지 무엇을 저장했는지만 기억한다”는 것이다. 웹이 “우리로 하여금 이토록 사고하게 하면서 결국 우리는 머릿속에 깊은 지식은 거의 지니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280) 새로운 장기 기억을 저장할 때 우리는 정신적인 힘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한다. 기억을 확장할 때마다 지적 능력은 향상된다. 인터넷은 개인적인 기억에 편리하고 매력적인 보조물을 제공하지만 인터넷을 개인적인 기억의 대안물로 사용하면서 내부적인 강화 과정을 건너뛴다면 우리는 그 풍부함으로 가득 찬 우리의 마음을 텅 비게 하는 위험성을 안게 되는 것이다.
282~283) 우리가 온라인에 있을 때마다 받아들이게 되는 서로 다른 메시지의 유입은 우리의 작업 기억에만 과부하를 가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전두엽이 한 가지 대상에만 집중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기억의 강화 과정은 아예 시작될 수도 없다. 또 신경 통로의 가소성 덕분에 인터넷을 더 많이 사용할수록 우리의 뇌는 더욱 산만해지도록 훈련받는데, 이를 통해 정보를 매우 빨리, 효율적으로 처리하긴 하지만 지속적인 집중은 불가능하다. 이는 왜 우리 중 많은 이들이 컴퓨터에서 멀어져 있을 때조차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를 어려워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285) 우리가 아무리 많은 시간을 검색과 서핑에 쏟는다 해도 결코 웹의 연결이 우리 것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기계에 기억을 아웃소싱할 때 우리는 지성이나 정체성의 가장 중요한 부분 역시 아웃 소싱하는 것이다.
286) 문화는 구글이 묘사하는 대로 ‘세계 정보’의 집합 그 이상이다. 이는 이진법으로 축소되고 또 인터넷으로 업로드할 수 있는 것 이상이다. 그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 문화는 모든 세대의 구성원의 마음속에서 새로 수정되어야 한다. 기억을 아웃 소싱하면 문화는 시들어간다.
312) 반 님베겐은 이 발견은 “우리가 문제 해결과 또 다른 지적인 업무를 컴퓨터에 위임하면서 훗날 새로운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지식 구조, 즉 스키마를 형성하기 위한 뇌의 능력을 감퇴시키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결론 내렸다. 한 논객은 소프트웨어가 더 똑똑해질수록 사용자는 더 멍청해진다는 말로 핵심을 꼬집었다.
319) 인터넷이 우리의 도덕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성급한 결론일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이 우리의 살아 있는 통로의 경로를 바꾸고 사색 능력을 감소시키고, 우리의 생각뿐 아니라 감정의 깊이도 바꿔놓는다고 말하는 것은 그리 성급한 결론은 아닐 것이다.
324)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너무도 기계적이어서 가장 인간적인 등장인물은 도리어 기계인 것으로 밝혀진다. 큐브릭의 암울한 예언의 정수는 바로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컴퓨터에 의존하게 되면서 인공지능으로 변해버리는 것은 바로 우리의 지능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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