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Blackrock의 래리 핑크가 기업에 투자하는데 ESG를 고려하겠다고 하면서 국내에서도 금융부터 제조업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기업은 재무제표를 건전하게 만들고 이익을 창출하여 주주의 가치를 높이는데 집중해왔다. 사회적, 환경적 책임에 대해서는 CSR 활동 정도로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기 위한 노력으로 생각되었다.
2021년에 들어서며 본격적으로 ESG가 회사 내에서도 강조되고 있다. 아마도 2020년부터 준비단계를 밟아 구체적으로 부서별 업무로 실행하는 과정이라 생각된다. 여러 글로벌 기업들의 ESG에 대한 요구가 강조되고 이를 충족하기 위해 언제까지 무엇을 실현할 것인지 목표도 설정된다. 직접적으로 ESG 평가지표를 높이기 위해 활동하는 부서는 잘 알겠지만 실행단에 있는 조업이나 스탭부서는 거리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여러 방법을 통해 직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미국과 유럽이 탄소세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블랙록은 ESG를 투자기업 선정에 반영하겠다고 한다. 여러 기업들이 자신들의 기후변화 노력을 위해 언제까지 넷제로를 하겠다고 선언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사용하는 재료의 공급망에서 온실가스 저감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ESG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에 ESG에 대한 도서는 많지 않았다. 그래도 2021년에 출간된 <ESG 혁명이 온다>는 최신 동향을 담아 전반적인 이해를 높이는데 크게 도움이 됐다. 다만 오타가 몇 군데 보이는 점이 급하게 출간한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책을 통해 얻은 점 세 가지를 정리해 본다.
첫째, ESG가 강조되고 있지만 글로벌하게 통일된 평가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모건스탠리, 블룸버그 등에서 지표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지만 회사별로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결과의 일관성이 부족하다. 이 부분은 비재무적 요소를 평가하는 것이고 그 결과가 투자자나 소비자 입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조속한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SDG와 ESG의 관계를 보면, SDG가 '목표'라면 ESG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이 실행하는 '수단',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이 플라스틱 빨대를 폐지하고 종이 빨대를 도입하는 ESG 활동을 실시하는 것으로, SDG의 13번째 목표인 '기후변화 대응' 달성에 기여한다. (89페이지)
투자하고 싶은 기업이나 관심이 있는 기업의 MSCI ESG 등급을 알고 싶으면, MSCI 사이트에 접속해 기업명을 검색하면 ESG 등급 및 히스토리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107~108)
동 기간 미국에서 관련 투자자산 규모는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Proxy Access Rule의 확산이 주주권리 진작으로 이어졌다. Proxy Access Rule은 3% 이상 지분을 3년 이상 보유한 주주 혹은 주주 단체에게 이사 추천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인데, 2014년 S&P 500 기업 내 Proxy Access Rule를 도입한 기업 비율이 1%였지만 2018년에는 71%까지 확대 됐다. (130~131)
둘째, ESG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 중에서 지배구조가 뼈대로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다. 건전한 지배구조가 되어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의 견제가 제대로 되는 회사에서는 분식회계나 회장의 독단적인 결정이 있을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경우는 이사회 멤버들이 제대로 의견을 피력할 수 없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을 견제한 야나기 사외이사의 사례는 좋은 사례다. 손정의 회장이 위워크에 투자할 때 야나기 이사가 반대했으나 투자를 강행해서 큰 손실을 입었다.
넷제로Net-zero는 말그대로 들어오는 양과 나가는 양이 같아서 제로(0)가 되는 상태, 즉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 상쇄돼 순 Net 배출량이 제로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탄소중립 Carbon Neutral은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산림 등), 제거 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해서 실질적인 배출량이 제로가 되는 개념이다. 이 역시 배출되는 탄소와 흡수되는 탄소량을 같게 해 탄소 '순배출이 0'이 되게 하므로 일반적으로는 탄소중립을 '넷제로'와 동일시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결과는 동일하게 보일지라도 넷제로와 탄소중립은 기본 개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넷제로의 기본은 아예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는 것을 상정한다. (162)
미국 드렉셀대학 기업지배구조센터의 랄프 워클링 이사는 이사회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감독과 균형이 필요하다. 이사회의 주된 임무는 CEO를 고용하고 해고하는 것이다. 이사회는 의장이 이끌어야 하는데, CEO가 의장을 겸직할 경우 우려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197)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체계의 지배구조가 건강해야만 환경과 사회 또한 제대로 실행할 수 있다. ESG가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위한 마지막 조각이라 할 수 있는 거버넌스(지배구조)를 어떻게 투명하고 건강하게 만들 것인지가 투자자와 경영진들에게는 중요한 숙제가 될 것이다. (206)
셋째, 세계적인 당뇨병 치료제 회사인 '노바 노디스크'와 이 회사의 전 CEO였던 라스 레비엔 소렌슨의 직원과 회사에 대한 태도가 부러웠다. 노바 노디스크는 ESG를 잘 실천하고 있다고 소개된 회사 중 하나다.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고 있고 그 이면에는 소렌슨 회장의 기업 경영에 있어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도 포함된다. 낮은 연봉을 받고 전용 비행기를 거부하며 자신의 시간과 직원들의 시간이 동일하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CEO가 대한민국에서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스칸디나비아식 경영방식일까.
국회의원을 비교한 방송이 있었다. 북유럽 어느 나라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라를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바쁘게 일하면서 전용차가 아닌 자전거를 이용하는 젊은 의원의 모습이 기억난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국회의원들은 부동산으로 자산을 불리고,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챙기는 모습이 적지 않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 마찬가지로 CEO도 혹은 경영층들의 마인드 변화도 필요하다. 하지만 오랜 기업문화 속에서 자신들의 장점으로 성장해서 경영층까지 되었다는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면 변화는 요원하다.
여기에는 남다른 CEO의 리더십도 큰 역할을 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전 CEO 라스 레비엔 소렌슨 Lars Rebien Sorensen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HBR>가 선정한 세계 최고 CEO 순위에서 2015년, 2016년 2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한 인물이지만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하지만 그 어떤 CEO보다 ESG에 대한 신념과 비전은 뚜렷하다.
그는 글로벌 기업의 총수이지만 자가용 비행기를 거부하고 낮은 연봉을 받았다. 대부분의 CEO들은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는 이유로 1분 1초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이를 위해 전용 비행기를 타며 세계를 돌아다닌다. 하지만 라스 소렌슨은 "내가 개인 비행기를 타면 내 부하직원들에게 '나의 시간은 너의 시간보다 중요하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며 자신보다 직원을 우선시했다. (262~263)
일본 내 농업 종사자 평균 연령은 67세로 이미 초고령화 단계에 진입했고, 농업인구 역시 계속 감소 중이다. 이 때문에 무인농업용 차량이나 로봇에 대한 시장 니즈가 증가해 야마하모터는 이 시장에 빨리 진입하고자 했다. 특히 공공도로를 주행하는 자율주행 차량과 달리 무인농업용 차량은 법 규제가 없어 바로 시장에 투입할 수 있어서 야마하모터는 2020년에 제품을 출시하고자 했다. (중략)
그런 야마하모터에게 손을 내민 곳이 바로 엔비디아였다. 엔비디아는 자율 동작 머신 개발 환경인 'ISAAC 로봇 플랫폼'과 여기에 사용되는 임베디드 컴퓨터 'Jetson AGX Xavier'를 야마하모터에 제공해 무인농업용 차량 개발에 협업하기로 했다. (267~268)
■ 저자: 김재필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대학 비즈니스 스쿨(WBS)에서 MBA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국내 통신기업 경제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17년간 ICT 트렌드와 경영전략, 신규 BM 및 산업동향, DX(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ㅇ녀구를 해왔고 앞으로도 쉬지 않고 계속할 생각이다. 새로운 디바이스와 영화, 음악, 게임, 웹툰에 관심이 많고, AI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5G AR/VR 등 ICT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서비스로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최근에는 하늘을 나는 에어택시와 UAM, 전기차로 눈을 돌려 미래를 그리고 있고, 아내의 인맥을 총동원해 어렵게 가입한 클럽하우스에서 고급 정보를 들으며 식견을 넓히는 중이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서부터 스마트 교육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ICT를 활용해 노후를 대비하는 스마트 실버산업 연구에도 조금씩 손을 대고 있다.
언론에 자주 인용되는 보고서로는 <ICT로 진화하는 스마트 렌털 시장의 미래>, <웹투, 1조 원 시장을 꿈꾸다>, <인공지능, 완생이 되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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