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갖기를 주저하는 사회'란 제목에 이끌려 가볍게 읽을 요량으로 빌렸던 책이다. 하지만 꼭꼭 뭉쳐진 눈덩이처럼 저자의 인구구조의 변화에 대한 통찰과 지식이 잘 담겨 있어 독자로서 좋은 책을 만난 즐거움을 갖게 해 준다.
크게 세 꼭지로 나누어져 있다. 저출산, 고령화 및 멜서스다. 저출산에 대한 접근 방법에 대한 비판에 공감한다. 여성을 한 인격체로 생각지 않고 도구처럼 생각하며 인구정책을 펼쳐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까지도 사람을 보지 않고 국민들에게 나라의 미래가 운운하며 애국심에 호소해서 자녀를 더 갖도록 조장하려 한다. 근본적으로 두 사람이 만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려면 경제적으로 안정감을 갖기 위한 일자리가 있어야 하고, 아늑한 보금자리를 저렴하게 얻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언론에서 집값이 오르는 것을 연일 보도하며 마치 사회 전체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해야 모두 좋은 것처럼 프레임을 만든다. 하지만 집값 상승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특히 아직 사회생활을 많이 하지 않은 젊은 층에게 부동산 가격이 도달할 수 있는 가격이라고 생각하는가. 어떤 형태로든 주거비 부담을 덜어줘야 청년들이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것이다. 근시안적인 대책이 아닌 인격체로서 사람을 바라보며 무엇을 긁어줘야 하는지 찾아서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다.
고령화는 지방에서 심각한 비율을 보이고 있지만 절대적인 고령층의 인구는 수도권이 압도적이다. 2020년 2030년 시간이 흐를수록 베이비부머들의 본격적인 퇴직과 함께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급증한다. 사회의 주력이 되야할 중장년층의 인구가 줄어 소비계층이 노년층으로 이동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인구 구조하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가 체험하지 않았던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 노인 자살률과 빈곤율이 OECD 국가 중 꼴찌다. 저출산 이슈와 마찬가지로 국가에서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복지제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미흡하기에 노후를 대비하지 못한 노년층은 극빈자로 전락해서 국가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맬서스의 인구에 대한 관점이 식량에 대한 관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이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면 비난받아 마땅한 사실이다. 인클로져 운동으로 인해 도시로 유입된 농민들이 산업혁명의 기초가 되었지만 결국에는 유랑민이 되고 국가에서도 구제해줄 수가 없어 도시의 구걸자로 전락했다.
페이지마다 담겨 있는 영화나 그림, 책들도 자칫 따분할 수 있는 내용을 흥미 있게 접근하도록 도와준다. 저자의 폭넓은 상식이 잘 녹아들어 있는 책이다.
주택문제를 해결하려면 주택 가격의 안정과 함께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입 능력 확충을 위한 맞춤형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저소득층의 경우 불안정한 비정규직이 아닌 양질의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며, 고용 안정성을 높이고 실업률을 낮추는 정책이 필요하다. 비정규직 일자리로는 자신의 미래 소득에 대한 예상이 불가능해 자신의 아들과 딸을 위한 미래 설계가 힘들 것이다. 이삼십 대의 경우, 소득 향상과 더불어 청년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공급을 확대해서 가정 경제에서 차지하는 주택 구입 비용을 최대한 감소시켜야 한다. (63페이지)
페어차일드 맥머니즈(Fairchild MacMonnies)의 <장미와 백합(Roses and Lilies)>를 보면 아름다운 어머니, 어린 딸 그리고 인형이 그려져 있다. (중략) '모성적 여성만'을 필요로 한다는 여성 억압적 시각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다. (91)
노인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지 노화 지연 방안으로 신체 운동을 들 수 있다. 호흡과 심박수를 빠르게 하는 유산소 운동을 일정 시간 이상 지속하는 것은 노인들의 인지 능력을 유지하고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120)
시몬 드 보부아르의 소설 <모든 인간은 죽는다>는 남자 주인공 레몽 포스카가 불사의 약을 먹게 되고 그 후 700년의 세월을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원히 늙지 않는 포스카는 걸리버의 생각과 다르게 무감각에 괴로워하며 산다. (125)
중상주의는 기본적으로 상품을 싸게 생산해 외국에 수출해야 최대의 국익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최저로 책정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인구가 늘어나야 한다. 즉 중상주의 인구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구의 양이지 질이 아니었다. (169)
나치스의 광기에 저항한 독일인 목사 마르틴 니묄러의 시구처럼 언젠가는 내가 과거의 '그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들'이 되었을 때, 이미 때는 늦었을 것이다.
나치가 그들을 덮쳤을 때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다.
그다음에 그들이 사회민주당원들을 가두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다.
그다음에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다.
그다음에 그들이 유대인들에게 왔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다.
그들이 나에게 덮쳤을 때는,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찌 않았다.
이 세상 누구도 '성장'에 반대하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단지, 그 성장의 꿀물이 누구에게 얼마큼 공정하게 배분되는지 의심하고 고민할 뿐이다. 맹목적 성장보다는 분배와 균형이 갖춰진 성장, 그리고 무조건적인 출산 장려가 아닌, 우리나라의 자연환경과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상황에 적합한 적정인구(optimum population)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219)
독서습관435_아이 갖기를 주저하는 사회_윤정현_2018_푸른길(2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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