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먼저 읽고 재미있다며 추천해준 책이다. 시작부터 영화를 보는 듯한 긴박한 의료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손에서 놓고 싶지 않을 정도다. 시원시원한 말투와 경험을 바탕으로 외과의사 개원의로서의 삶을 진솔하게, 재미있게 보여준다.
친인척 중에 의사를 하고 있는 사람이 없어 평소에 아플 때만 병원을 가기에 의사에 대한 거리감과 권위를 인정하고 있다. 특히나 요즘은 공부 좀 한다는 아이들이 의대를 선호한다고 하는 시대다. 똑똑한 얘들이 돈을 바라는 부모의 성화에 이끌려 의사가 되고 있는 시대라서 안타깝다. 저자도 우수한 인재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명시한 점에서 나와 의견이 일치했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세 가지를 정리해 본다.
첫째, 의사라는 직업이다. 특히나 외과의사가 되기 위해서 인턴, 레지던트 등 중노동에 해당하는 과정을 겪으며 임상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런 과정을 겪으며 외과의사가 되었지만 페이닥터 시절부터 다른 과에 비해 급여가 작다는 부분을 알게 되었다.
이국종 교수를 통해 외과의사를 기피하고 성형외과나 피부과, 이비인후과 등을 의대생들이 선호한다고 들었다. 저자도 국가적으로 외과의사의 명맥이 유지되도록 대책을 세워야지 이대로 가면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진 우수한 외과의사들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외과의사들은 수시로 수술을 통해 자신의 기술을 연마하고 도제식으로 가르쳐야 하는데 Big5라고 하는 서울에 위치한 대형병원을 제외하고는 환자들이 찾아오지 않아 수술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되었다.
둘째, 자신의 중3 자녀는 의사가 되겠다고 하면 학비 지원을 끊겠다고 하며 반대한다. 자신이 의사를 해보니 의사가 되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막상 의사가 된 후에는 다양한 현실 문제에 직면한다. 진상 환자들로 인한 스트레스와 의료보험 수가가 제대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실태 속에서 경제적으로 나아지기 위해 늘 힘겨운 생활을 해야 한다.
환자나 보호자의 입장에서 보는 것과 의사의 입장에서 수많은 환자를 접하는 느낌은 확연히 다를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접하는 카리스마 있는 의사는 환자를 우선하며 자신을 희생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환자가 의사를 등쳐먹으려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사례를 보여준다. 내가 의사라도 그런 생각이 들겠다.
"공부 잘 하는 애들이 기초 과학 분야나 공대같이 과학 기술을 발전시켜 나라를 부자로 만들 수 있는 분야에 가야죠. 왜 기껏해야 개원가 나부랭이나 되는 의사를 해요? 그건 국가적으로 낭비죠."(253페이지)
그래서 자신의 자녀에게도 의사가 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한다. 병원을 찾아온 고등학교 학생들에게도 무슨 과를 가려하느냐고 묻고 의대를 가고자 한다면 다른 길로 가는 것도 권한다. 그만큼 우수한 인재들이 의대로 몰리는 현상에 국가적으로 불합리한 것이고, 학생들 개개인의 삶에서도 쉽지 않은 길이기에 알려주지만 특히 엄마들이 현실을 몰라 아이들에게 의대를 권유한다고 한다. 성적이 잘 나오면 의대를 간다는 생각이 얼마나 획일적이고 무책임한 것인가에 대해 부모로서 생각해봐야 한다.
이 책을 보면 의사가 마주치게 되는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의사들에게 충분한 경제적인 지원이 가야 한다. 그들의 수고를 인정해줘야 한다. 책을 보면 의사들 위에 공무원이 위치하고 있다. 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하며 불합리한 부분을 경험해서 공무원에게 질문을 한다. 그러면 '규정이 그래서 어쩔 수 없다'라며 불합리한 상황을 해소하려는 노력보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라며 규정 탓을 하는 답변을 줬다고 한다. 정직하게 소명의식을 가지고 환자를 대하려는 의사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의료수가를 정할 때도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정한다고 하는데 불합리한 부분을 왜 해소하지 못할까 의문이다.
마지막은 한의학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다. 지인이 한의사로서 강남에서 활동하고 있기에 한의학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소개되는 환자들 중 일부는 한의원에서 침술을 잘못해서 또는 오랫동안 다니면서 병을 악화시킨 경우다. 병원에서 수술을 통해 쉽게 치료할 수 있는 것을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보약을 먹으며 시간을 끌다가 병을 키운다. 더 이상 손 쓸 방법이 없어 병원을 찾아온다. 외과의사로서 저자는 한의사들의 처방을 상당히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왜 솔직하게 병원으로 가라고 초기에 얘기하지 않고 더 이상 보약이나 침술로 개선이 되지 않으니 보내느냐는 거다. 의료보험이 되지도 않는 비싼 보약을 처방해서 단물을 다 빼먹고 보낸다는 거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서민들에게 솔직하게 병의 상황을 모르거나 심각하면 병원으로 보내야 하는데 비싼 깜장물을 처방해서 마치 효과가 있는 것처럼 한다고 불만이다.
특히 한약에서 주로 쓰이는 감초와 같은 약재에는 스테로이드가 포함되어 있어 이를 장기간 복용하게 되면 쿠싱 증상을 보인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스테로이드는 식욕을 돋게 하는 등 증상이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간 복용하게 되면 부작용이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한약을 신봉하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의원들이 처방하고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나와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저자를 통해 외과의사들의 실제 모습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글을 통해 저자의 성격과 외과의로서의 실력을 추청 해본다. 그래도 이런 멋진 의사들이 글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실태를 알려주는 것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자녀교육이나 환자로서 의사를 대하는 자세 등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공감했지만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한다. 의사로서 여러 사유를 설명하며 반대의사를 표명했지만 CCTV 설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평소에는 이슈가 되지 않지만 의료사고가 났을 경우에 확인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저자가 우려한 100% 완벽한 의사를 기대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한 의사를 누가 탓하겠는가. 사람마다 다른 경우를 누가 아니라고 하겠는가. 다만 언론에서 보여준 의사로서 하지 말아야 할 행위로 인해 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을 경우 환자가 알 수 있는 것은 CCTV 외에 거의 없다고 본다.
좋은 책은 다른 사람에게도 알리고 싶다. 이 책은 2021년도 초에 출간되었는데 여러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특히 성적이 좋은 수험생을 둔 부모님들은 꼭 읽어보시고 의대를 보낼지 판단하시길 바란다.
독서습관430_하지마라 외과의사_엄 윤_2021_양문(21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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