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난한 시절은 산업화를 통해 극복하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세상을 살고 있다. 21세기에 태어난 젊은이들 대부분은 의식주 측면에서 부족함을 느껴본 적이 많지 않을 것이다. 풍요라는 것은 필요한 것을 충분히 채울 정도로 넉넉하다는 것이다. 즉,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시대다. 소비를 조장하는 사회에서 거의 모든 가정을 둘러보면 냉장고에는 음식이, 거실에는 전기제품이, 옷장에는 옷들이, 서고에는 책들이 과도할 정도로 있는 것을 의식하게 된다.
이 책은 우주에 떠도는 쓰레기로부터, 온실효과, 쓰레기로부터 유익함을 얻는 방법 등 저자의 쓰레기에 대한 박학다식한 면을 보여준다. 독자들은 쓰레기 하나만을 보더라도 이렇게 넓은 스펙트럼을 가질 수 있구나 놀라게 된다. 항공우주, 환경공학, 해양학, 여행레저, 물리학, 원자력공학, 의학, 생물학, 화학공학, 식품영양학, 사회학, 경제학, 미술, 음악, 농축산 등 다양한 학문이 포함되었다. 책을 통해 생각한 몇 가지 점을 정리해 본다.
첫째, 옷은 유행을 탄다는 말이 있다. 휴대폰은 대개 2년 주기로 노후된 폰을 신품으로 바꾼다. 기업은 수요를 만들어서 물건을 팔아 수익을 남겨야 한다. 수요는 소비자의 구매욕구가 있어야 하는데 유행이나 노후화는 소비를 자극하는 좋은 방법이다. 과거에는 옷을 집에서 손질해서 입으며 절약했지만 요즘은 멀쩡한데도 옷이 싸기 때문에 유행을 따라 옷을 구매한다. 개인적으로 환경을 생각해서 물건을 많이 소유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옷도 해지거나 구멍이 나지 않으면 사지 않는 편이다. 아내가 가끔은 '당신 같은 사람만 있으면 의류회사 모두 망하겠다'라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중략) 사실은 「계획된 구식화를 통한 불황의 종식 Ending the Depression Through Planned Obsolescence」이라는 에세이에서 버나드 런던 Bernard London이 1932년에 처음 사용했다. 이 에세이에서 그는 의도적으로 물건들을(그리고 소비자의 취향을) 노후화시키는 것이 재화와 서비스의 수요와 공급에 기초한 자본주의 경제를 지탱하는 데 유용하다는 사실을 이론화했다. (42페이지)
그리고 휴대폰의 경우도 정상적으로 작동함에도 얼리 어답터의 경우 새로운 상품이 나올 때면 교체를 한다. 얼리 어답터 외에도 무의식 중에 휴대폰은 2년마다 바꾼다. 아마도 통신사의 약정 체결 주기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휴대폰의 최신 성능이 필요한 경우가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면 거의 없다. 전화, 인터넷, 카메라, 메신저 정도가 주로 사용하는 기능이다. 최신 폰의 기능이 물론 편리한 점도 있겠지만 환경을 생각한다면 조금 더 오래 사용하는 편이 좋겠다. 나는 2017년 중고로 갤럭시 노트5를 구매해서 현재도 잘 사용하고 있다. 얼리 어답터의 반대쪽에 위치해서 천천히 느리게 최소한의 소유로 살고자 하는 사람이기에 답답함이 없이 가능한 걸지도 모른다.
둘째는 우리의 몸에서 쓰레기로 배출하는 변(똥)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음식을 맛있게 섭취하고 몸에서 영양분을 흡수하고 남은 잉여물이 변이다. 평소에 우리는 변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리고 화장실에서 물을 내리며 작별하는 것으로 잠깐의 만남과 이별을 매일 계속한다. 하지만 이 변이 하루에 250g 정도 배출되고 있고 건강을 알려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새로웠다. 특히 장내 미생물군의 상태에 따라서 설사와 장염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를 치료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건강한 변을 환자의 몸에 넣기도 한다는 것이다. 변이 돈이 되는 것이다. 이미 2015년에 300kg이나 되는 변이 치료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건강한 변은 환자의 몸 안에서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과 싸우는 박테리아군(기술적으로는 장내 미생물군의 일부)이 재생하도록 돕는 것으로 생각된다. 대변이 이식으로 치료될 확률은 약 80~90%로 추정되며, 2014년에는 1,835회에서 2015년에는 7,131회로 치료 건수가 크게 증가했으며, 300kg의 대변이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98)
※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 인간의 장 속에 살면서 설사와 장염을 일으키는 독소를 만드는 병원성 박테리아
셋째, 인류가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낸 온갖 종류의 플라스틱을 포함한 쓰레기들이 바다로 흘러들어가 해양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우리가 가정에서 사용하는 치약부터 일회용 플라스틱까지 하천을 통해 바다로 집결된다. 해류에 의해 이 쓰레기들은 특정 위치에 거대한 섬과 같이 모이게 되는데 그 면적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네덜란드 출신 보이안 슬라트 Boyan Slat는 열일곱 살 때 해류 시스템을 이용해 떠 있는 플라스틱 장벽을 건설함으로써 바다를 청소한다는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2013년에 그는 오션 클린업 The Ocean Cleanup이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그의 프로젝트를 온라인상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 올려 네트워크 유저들로부터 실행에 필요한 자금을 모았다. (중략) 커다란 U자 모양의 고무 벽은 모듈을 추가하거나 제거함으로써 마음대로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이것은 1cm보다 크거나 같은 크기의 떠다니는 플라스틱을 해양의 특정 장소에 집중시킬 것이다. (155)
특히 나노입자인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통해 사람에게까지 이어져 결국은 우리의 건강까지도 위협하게 된다. 인도에서 4년을 생활하면서 가장 심각하다고 느꼈던 것이 사람들이 쓰레기를 길 위에 버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사람이 사는 주변 하천은 모두 오염되어 냄새가 심하고 식수로 활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인도 뭄바이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륙하면 바로 내려다보이는 것이 뭄바이에서 일정 거리를 지나야지 파란 바다가 보인다는 것이다. 즉 해안가를 중심으로 오염된 바다를 보여준다.
2007년 연구와 같이 유럽 인구가 하루에 평균 2g의 치약을 사용하고, 그 치약의 5%가 플라스틱 나노 구체를 포함한다고 가정하면, 유럽인들은 매일 7만 4,000kg의 플라스틱 입자를 바다로 흘려보낸다고 결론 내리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비슷한 계산을 샴푸, 샤워젤 그리고 많은 다른 제품에 대해서도 할 수 있다. (233)
이렇게 쓰레기의 발생과 처리에 있어 국가 간에 영향도 차이가 있다. 심지어 선진국에서 발생된 쓰레기를 후진국으로 이송해서 처리함으로써 환경적 인종주의가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쓰레기가 컨테이너 박스에 실려 다른 나라로 보내진 것을 언론에서 보도한 것이 기억난다. 쓰레기가 적게 발생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쓰레기를 재활용, 재사용하는 비율을 높여가는 게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다.
오늘날 '환경적 인종주의'라는 용어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소수 인종이 다소 의도적으로 오염원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경우나 물, 깨끗한 공기, 경작 가능한 땅 같은 자연자원에 대한 개인적인 접근이 다른 인종 그룹이나 기업에 더 유리한 상황을 기술하는 데 사용된다. (178~179)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프리건이란 용어를 처음 알게 되었다. 쓰레기통을 뒤져서 음식을 먹는다는 생각을 제외하고 음식의 낭비를 줄여야 한다는 프리건들의 생각에 동조한다. 회사에서 식사를 하면서도 잔반을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개개인이 참여하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이는 다시 음식을 적게 만들어 식자재를 낭비를 줄인다. 내가 음식을 남길 정도로 풍족함을 누릴 시간에 누군가는 배고픔을 견디며 숨죽여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되새긴다.
슈퍼에만 나가도 필요한 식자재를 언제든지 찾을 수 있고, 없는 경우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바로 배송되는 편리한 시스템이 구축된 나라에서 살고 있다. 그렇지만 프리건의 철학과 같이 의식주에 대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함께 가야 한다. 나라가 주도가 되고 개개인이 참여하여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함으로써 청년층 안정감을 누리며 사회에 진출할 준비를 하고 노년층이 노후에 대한 걱정 없이도 지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쓰레기통을 뒤져 쓰레기를 먹으면 세상이 바뀐다. 그것은 프리건 freegan들의 기묘한 잠언이다. 트리스트럼 스튜어트Tristram Stuart가 이끈 이 사회적 재생 운동은 영국에서 시작되어 몇 년 만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아이디어는 혁명적일 만큼 간단하다. 우리는 너무 많은 음식을 낭비하고 있으며, 종종 완벽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그것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의 손을 벗어나 쓰레기 통에서 발견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부터 시작해 불평등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03)
'독서습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서습관434_당신의 노후를 바꾸는 기적인 기술과 소득 그리고 모바일_1인 1기_김경록_2016_더난출판(210829) (0) | 2021.08.30 |
---|---|
독서습관433_포스트 코로나 기업의 비재무적 가치 전략_ESG 혁명이 온다_김재필_2021_한스미디어(210829) (1) | 2021.08.29 |
[431]스마트 싱킹_고품질 지식습득과 문제해결 위한 인지심리학 (0) | 2021.08.22 |
[430]하지마라 외과의사_현실 외과의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시원하게 기록한 책 (0) | 2021.08.22 |
[429]정글_육가공 자본주의 무한 욕망과 노동자 가정의 파멸 (0) | 2021.08.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