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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428]슈퍼리치①_역사상 최초의 부동산 재벌 로마시대의 크라수스

by bandiburi 2021. 8. 12.

부자가 되기를 선망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유튜브로 경제 관련 동영상을 수시로 본다. 전문가들이 나와서 하는 말을 듣고 있으면 나도 그들과 동일한 수준이 된 것처럼 착각이 든다. 결국은 부자가 되고 싶은 이유는 시간을 갖고 싶은 것이다. 

미국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말했던 것처럼, "오늘날 불평등의 가장 큰 원인은 금융 체계의 조작 때문이며, 금융계의 로비를 통해 변경된 규정이 그 원동력이므로 금융계의 로비는 사상 최고의 투자라 할 만하다."(17페이지)

이번에 읽은 책 <슈퍼리치>는 역사적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부유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모아놓았다. 사실 책을 빌릴 때는 등장한 인물들을 통해 부를 창출하는 테크닉이라도 얻을까 싶었는데 역사책이었다.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실도 있고 처음 알게 된 인물도 있다.

 

블로그를 통해 장황하게 이야기를 펼쳐놓으면 가독성이 좋지 않아 각 인물에 대해 세 가지 정도 소감을 나눠서 남겨본다. 이 책은 시계열적으로 총 10명의 등장인물을 배치하고 있다. 첫 인물은 로마시대 삼두정치의 한 사람이었던 마르쿠스 리키니우스 크라수스다. 그에 대해 알게 된 세 가지 정도의 생각을 공유한다. 

첫째, 크라수스는 오늘날로 보면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안목이 있었다. 로마 도심의 부동산이 지닌 부 창출 가능성에 주목했다고 한다. 

로마 공화정 시대는 영토를 확장해가던 시기로 부동산의 매매를 통해 소수의 사람들이 부를 늘여갈 수 있는 시기였고, 크라수스는 이 기회를 잘 활용했다. 또한 노예 매매와 에스파냐의 은광, 지방의 대규모 토지, 도심의 타운하우스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것이 소름이 돋을 정도다.

 

둘째, 재산을 쓰기보다 모으는 것에 더 재미를 느꼈고 검소했다. 지나치게 부에 집착하다 보니 부도덕한 면이 드러난다. 크라수스는 국가 기관과 법률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작하고, 사람과의 관계를 거래로 보고 사람과 사물을 매매 가능한 것으로 봤다. 지금도 돈이 된다면 사람의 장기도 거래하지 않는가? 결국 돈에 대한 욕망이 권력에 대한 욕망과 어우러져 악의 근원이 되기에 이른다. 

 

20세기 중반의 위대한 로마 역사학자인 독일인 마티아스 겔저는 크라수스를 벼락부자 또는 사기꾼으로 부르며 조소했다. "유서 깊은 귀족 가문 출신이지만 진정한 귀인의 특성이 결여되어 있으며, 정치조차도 경제적인 행위로 치부할 만큼 늘 타산적인 부르주아였다."(55)

데이비스는 요즘의 미국과 "뼈아플 정도로 닮은 구석"이 있다고 덧붙였다. "후기 로마 공화정 하에서 부유한 귀족 집안 자제가 돈을 물 쓰듯 쓰면 누구라도 꽤 높은 공직에 오를 수 있었다."(57)

 

셋째, 크라수스는 파르티아 원정에 부와 명망을 걸었으나 치욕스러운 참패로 목숨까지 잃었다. 카이사르는 갈리아 원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고, 폼페이우스는 에스파냐를 통치했고, 크라수스는 근동 지방에 대해 권한을 가졌다. 자신의 역량을 인식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파르티아 원정을 나섰고 신중하지 못한 판단으로 결국은 아들과 함께 죽음을 맞이했다. 때로는 분수를 알고 만족할 수 있어야 하는데 너무 나간 것이다. 

고대 로마에서 명목 권력은 평민에게 있었지만, 경제 자원을 차지하고 공직을 독식한 것은 지배층이었다. 귀족들은 선거 같은 공화정의 제도에 대해 입에 발린 칭찬을 했다. 하지만 선거란 상류층 사이의 경합이었다. (60)

마리우스, 술라, 키케로, 폼페이우스, 카이사르 등 다른 인물들과는 달리 크라수스는 흉상이나 초상화는 거의 없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시험대인 후대가 인정하는 업적이라는 면에서 크라수스는 실패했다. 금전으로 정치권력을 샀지만, 당시 지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군사 역량을 정치권력으로는 얻을 수 없었다. (75)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15권을 길지만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두 번을 봤는데 느낌이 확연히 달라 두 번째가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스파르타쿠스 노예 반란을 진압했던 크라수스는 유명한 장군으로 기억했는데 이 책에서는 도널드 트럼프와 같은 한 때의 부호로 소개되었다. 역사의 심판은 흉상조차 없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우리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독서습관428_슈퍼리치_2015_푸른숲(21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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