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주말부부로 살아온 지 2년 반이 되었다. 평일에는 지방에서 일을 해도 주말에는 가족들을 보러 가는 낙이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일일 천 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고 회사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며 비상이 걸렸다.
주말에 서울을 오가는 버스 운행이 중단되었다. 그리고 가능하면 주말에 수도권에 가지 말라고 한다. 직책자로서 따르기로 하고 대신 충북 옥천군 청산면에 소재한 고향 부모님 댁을 다녀왔다.
함께 차로 이동하는 중에 부친께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고속도로 들어올 때 시끄럽다고 면의 유지들이 반대를 하는 바람에 경부고속도로 경로가 바뀌었다. 지금은 후회한들 소용 없다"
무슨 말씀이신고 생각해 봤다. 오랜 기간 영동읍과 보은읍 사이를 지나는 19번 도로는 2차선이었다. 보은을 관통하는 내륙 고속도로가 생기고 나서 보은 주변으로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도로가 부분적으로 4차선으로 넓어졌다.
하지만 고향 주변은 여전히 2차선이다. 근래에는 다행히 산이 많아 구불구불했던 도로에 터널이 생기고 면을 우회할 수 있게 큰 다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고속도로로 가는 속도가 빨라지게 인프라가 구비되고 있다. 차량을 운행하기는 쉽고 고속도로에 접근성은 좋아지지만 고향 주변의 발전은 그다지 많이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
부친이 하시는 말씀은 수도권에서 일어나는 부동산 가격의 급등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조용한 시골 마을과는 별나라 이야기다. 고향마을은 인구가 줄고 있다.
최근에는 89세가 되신 아주머니가 고향집에 있고 싶어 하셨는데 돌볼 사람이 없어 부득이 요양원으로 가셨다. 다시 오시기는 세월이 허락하지 않을 것 같다. 또 한 분은 폐암과 뇌경색 치료 그리고 허리가 좋지 않으셔서 집안에서만 계신다. 아주머니가 계셔서 수발을 들고 계시니 그나마 요양원을 면하셨다.
시골은 늙어가고, 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살고 계신 부친은 수십 년 전에 내려진 결정이 아쉬운 것이다. 만약 그 당시에 시끄럽더라도 더 먼 미래를 바라보고 고속도로가 지날 수 있도록 했다면 지금 주변은 아파트도 들어서고 많은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발전했을 것이다.
뜨거운 여름 더위를 피해 에어컨을 켜고 일본 도쿄 올림픽 경기를 관람하시다 잠시 잠드신 부친의 작아진 몸을 보며 고향 시골 마을의 모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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