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전에 예정에 없던 점심식사 약속이 잡혔다. 팀장을 하다 몇 년 전부터 일반직원으로 실무를 담당하던 김 선배가 퇴직을 4년 조금 넘게 남겨두고 회사를 그만둔다고 팀장들과 식사를 하기로 했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100퍼센트 한 번은 경험하게 되는 퇴직이다. 하지만 작년에 30년 근속표창을 받았던 선배였기에 희망퇴직을 한다는 소식은 당황하게 만들었다. 큰 결단을 하신 것이다. 코로나 시대 4명이 조촐하게 동태찌개를 먹으며 선배가 결정하게 된 배경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었다.
조직생활을 하며 나름의 즐거움이라고 한다면 승진과 급여가 늘어날 때 보람을 느끼는 점이다. 50대 중반에 승진의 기대도 임금피크제로 급여에 대한 기대도 없는 상태다. 그리고 실무를 하면서 한참 어린 후배들과 함께 부대끼며 일해야 한다. 프로젝트에 대한 성과를 내는 보람도 있겠지만 직장생활을 가장 큰 고충은 직원 간 관계의 문제가 신바람 나게도 하고 힘 빠지게도 한다.
최근에 사무실내에서 고성이 오가며 선배들 간에 의견충돌도 있었다. 김 선배도 관련된 일이기에 그가 희망퇴직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준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은 조직내에서의 희망이 없다는 점과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새로운 삶으로 가기로 마음먹게 한 것이다.
20년 이상 직장생활을 경험한 입장에서 보면 회사생활을 잘하려면 학업성적보다 인성이 중요하다. 기왕이면 대화할 때 밝은 표정과 밝은 목소리로 자신의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사람이 잘 적응하고 대접을 받는다. 요즘 신입사원을 보면 그런 모습이 많이 보인다.
학업성적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업무환경에서 배우려는 태도와 실제 성실하게 배워서 업무로 성과를 조금씩 내려는 노력하는 모습이다. 신입사원이나 전직사원에 대해 교육하는 프로세스가 잘 갖춰져 있다. IT부터 기술, 경영분야까지 자신의 노력여하에 따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김 선배는 6월 16일부로 자기개발 휴직으로 처리되고 22년 3월 16일부터 퇴직하게 된다고 한다.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3개월 정도 무상무념으로 건강도 챙길 겸 대중교통을 이용해 지리산 종주 등 전국을 평일에 돌아보는 여행이다. 직장생활을 하면 주말이나 휴일 외에는 평일에 여행을 한다는 생각을 하기 힘들다. 꿈의 3개월을 이전에 누리지 못했던 평일의 여행을 하면서 보내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는 회사 업무 중에 알게 된 지인이 하는 개인사업을 함께 할 예정이라고 한다. 부산을 거점으로 주방용품 틈새시장을 개척해서 나름 사업영역을 잡고 있었는데 현재는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중단되어 비즈니스가 보류된 상태라고 한다. 그래도 조금씩 중국을 여행하며 새롭게 시작하는 과정이고 혼자 운영하기에는 벅차 함께 하면 좋겠다고 한다.
김 선배 마음속에 퇴직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던 와중에 지인에게서 연락이 와 하늘이 내려준 기회라고 생각하고 희망퇴직을 결단했다고 한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세상을 살다 보면 나 자신의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이 없고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어쩌면 우리 마음속에 자신의 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자기기만일 수도 있다. 결정에 대해 후회하는 것보다 노력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
퇴직이란 선택을 한 선배가 부럽기도 하면서 안쓰럽기도 하다. 몇 년 후의 나의 모습이지만 안락한 현재의 봉급생활을 뿌리치기는 어렵다. 외부의 충격이 없는 스스로 변화의 바람을 맞아들이기 쉽지 않다. 선배의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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