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2일 논산훈련소에 입소해서 40일을 앞둔 5월 20일 낯선 전화번호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큰아들이 배치받은 25사단 포대에 잘 도착했다고 중대장이 부모들에게 알리는 전화였습니다.
잘 도착했고 코로나 시기라서 면회나 외출이 되지 않기에 전체 부대원이 동시에 휴가를 나가게 된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줬습니다. 과거에는 훈련소를 퇴소할 때 부모님들의 면회시간이 있었는데 코로나로 하지 못하고 휴가로 전환해서 사용하게 하는 것입니다.
금요일에 파주에서 남양주로 46일 만에 휴가를 나왔습니다. 자대에 배치받고 첫 주말에 고참들과 함께 휴가를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입구에서 엄마에게 인사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모처럼 큰아들과 저녁식사를 하며 군대생활에 대해 들었습니다. 아빠가 군생활 하던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습니다. 몇 가지 듣게 된 사실을 정리해 봅니다.
1. 첫 월급을 얼마나 받았고 어떻게 사용했니?
월급은 46만원 정도 받았고 군인들 대상으로 5% 정도 금리를 주는 정기 적금에 20만 원씩 2개를 가입했습니다. 남동생이 군 입대하는 2년 뒤에는 더 오른다고 합니다.
2. 군입대후 첫 기상나팔 소리를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니?
긴장해서 처음 3일 정도는 아침에 바로 일어났습니다. 아빠가 미리 알려줬던 잠을 깨우는 기상나팔소리는 별로였습니다.
3. 음식은 먹을만하니?
음식은 잘 나옵니다. 코로나 격리기간에도 부실한 것은 없었습니다. 간식으로 하겐다스 아이스크림도 나옵니다. PX에 과자나 아이스크림이 있는데 가게에서 사는 것보다 많이 저렴합니다.
4. 자대에서 일주일을 보냈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니?
80명 정도인데 요즘은 병사간에 과거와 같은 물리적, 언어적 폭력이 없습니다. 자대에 PC도 컨테이너 안에 설치되어 있어 정해진 시간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휴대폰도 사용할 수 있어서 요즘은 TV를 거의 보지 않고 각자 휴대폰을 사용합니다. 기가지니가 있어서 편리합니다.
집에도 없는 기가지니가 있어서 말만 하면 대응해 준다니 군부대가 집보다 좋겠다는 농담도 했습니다.
5. 숙소는 어떻게 되어있고 잠은 잘 자니?
숙소는 2층 침대가 한 방에 6개가 놓여 있어서 12명이 함께 한 방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훈련소에서는 넓은 평상에서 잠을 잤는데 자대는 2층 침대를 사용합니다. 평일에는 10시부터 6시 30분까지 잠을 자고, 주말에는 7시까지 취침시간입니다.
6. 고참들과의 관계는 어렵지 않고?
고참들 중에 키가 190이 넘는 사람이 두 명이나 있는데 PX병인 일병 한 명은 아마추어 농구대회에 참석할 정도로 농구를 잘합니다. 농구를 서로 좋아해서 함께 경기도 했습니다. 저에게 PX병 하라고 합니다. 수요일에는 부대원들이 축구를 했는데 1골을 넣었습니다. 탁구를 할 기회도 있었고 체스도 했습니다. 과거에 배웠던 경험이 있어 즐겁게 놀이를 할 수 있어서 고참들도 좋아했습니다.
7. 코로나로 휴가기간에 지켜야 할 것은 뭐가 있니?
휴가기간 중에 하루에 2회 발열체크를 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고해야 합니다. 그리고 일주일 휴가기간 중 3일 전에는 코로나 검사를 받고 2일간 집에서 있으면서 격리 후 복귀할 예정입니다.
8. 지방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를 찾아뵙는 건 어때?
이번에는 전화로 인사를 드리고 3개월 정도 후에 다시 휴가를 나올 것 같으니 그때 찾아뵙겠습니다. 포항에 대학교 친구들을 만나고 오겠습니다. (사실은 여자 친구를 만나고 싶은 것입니다)
아들이 16개월의 남은 자대에서의 생활을 시작하는 시점에 휴가를 나와서 알려주는 군생활의 현주소입니다. 아빠가 생활하던 과거의 군대가 아닙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거의 직업군인과 같은 모습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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