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좋아하지만 음악이나 미술과 같은 예술분야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다 보니 배경지식도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이쪽 분야에 대한 관심을 확대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20년에는 한국의 이중섭과 박수근 그리고 프랑스의 르누아르에 대한 책을 읽었습니다. 시험을 위한 암기가 아니라 나 자신의 호기심에서 시작된 독서라서 재미있게 그들의 삶과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카라바조란 이탈리아 화가입니다. 다른 책에서 '카라바조'란 화가에 대해 언급한 것을 보고 미켈란젤로나 라파엘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은 유명 화가들에 비해 들어보지 못한 화가란 생각에 기회가 되면 이 사라에 대한 책을 읽어보고자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매주 토요일이면 늘 도서를 반납하고 대출하려고 도서관에 들리는데 내가 원하는 책 바로 옆에 '카라바조'란 이름의 담긴 책이 보였습니다. 7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소설이었습니다.
<카라바조의 비밀>이란 책으로 마치 심마니가 산삼을 발견한 것처럼 반가웠습니다. 즉시 빌려서 서울에서 포항을 4시간의 버스 안에서 읽었는데 한 번 빠져드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어버렸습니다.
'카라바조'가 화가의 이름인줄 알았는데 카라바조 출신이란 의미였습니다. 화가의 이름은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Michelananglo Merisi da Caravaggio, 1571~1610)입니다. 2010년이 사망한 지 꼭 400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소설에서는 '미켈레'로 불립니다.
소설은 1969년 10월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산로렌초 성당에서 카라바조의 작품인 <아기 예수의 탄생>이 도난당하는 사건으로 시작됩니다. 마지막에는 결국 이 그림을 훔친 사람들이 취급하는 과정에서 손상이 되었고 훼손되었는지 아직까지 대중에게 공개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해서 독자에게 안타까움을 주었습니다.
소설에서 미켈레는 마리오라는 화가 소년을 만납니다. 마리오는 미소년으로 미켈레의 작품에 모델로 등장합니다. 작가가 파올로라는 연인을 소설 속에 넣었지만 가공의 인물이고 마리오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실제로 미켈레의 삶 속에서 모델 역할 이상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미켈레의 이야기가 미술작품과 관련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책 앞쪽에 있는 작품을 다시 들여다보며 등장인물들이 누가 모델을 한 것인지 추측할 수 있습니다.
<과일 바구니를 든 소년>과 <도마뱀에 물린 소년>은 외모가 비슷합니다. 마리오를 모델로 해서 연출한 것을 그렸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후견인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도 배웠지. 후견인들의 호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우리는 여전히 다채롭게 빛나는 물고기겠지만 마른 땅 위에 있는 물고기나 다름없지. -87페이지
아무리 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라고 해도 자신을 인정해주고 그림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의식주를 제공해주고, 그림을 팔 수 있는 유력인사들과 인맥을 가진 후견인을 가지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사진 기술이 없이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시간을 현재 상태로 남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그림이었으니 초상화에 대한 요구도 많았을 것이고, 책이 보편화되기 전이니 성경에 나오는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성화에 대한 요구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런 수요에 대해 화가와 연결해 줄 수 있는 것은 계층이 나눠진 사회에서는 후견인들이었습니다.
조반니는 울어서 눈이 빨갰다. 누군가 밀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예수회에서 높은 지위에 빨리 오를 수 없었다. 조반니는 돌아가야만 했다. 조만니의 실망감은 밤사이에 더욱 커졌다. -157페이지
소설에서 교황이 단명하면서 새로운 교황이 즉위하고 그를 둘러싼 추기경들간의 보이지 않는 경계, 그리고 추기경들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로마 교황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기존 가톨릭 종교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개혁을 요구하는 프로테스탄트들에 대한 경계하는 모습들도 들어 있습니다. 특히 1598년 프랑스에서 칼뱅주의 개신교인 위그노의 종교적 자유를 인정한 낭트칙령도 언급되어 있습니다. 미켈레가 친구들과 어울리는 술집에서 프랑스파와 스페인파로 나뉘어 과격한 게임을 하고 결국에는 크게 다치기도 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이는 가톨릭의 스페인과 개신교를 인정하는 프랑스와의 갈등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소설에는 미켈레가 로마에서 활동하면서 유대인들의 집단 거주지역을 접하게 됩니다. 16세기에 유대인들이 로마인들에게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 잘 드러납니다. 가난과 폭력, 수시로 징집되어 노리개처럼 놀림감이 되는 모욕이 일상화된 사회였습니다. 심지어 교황이 온다고 해서 유대인 게토에서 굶주리는 유대인을 데려와서 수프를 항아리째 먹인 뒤에 벌거벗고 경주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요즘은 짐승에게도 그렇게 하지 않는데 짐승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단입니다. 명백한 이단! 하느님을 인식하는 것은 교회의 일입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믿을지를 교회가 정합니다."-171페이지
당시의 교회의 권위를 읽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로마 교황의 권위를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막강한 권위가 자체의 부패와 개신교의 득세로 점차 허물어져 갑니다.
"내 그림의 모델은 평범한 사람들이야. 그런 사람들의 얼굴이 훨씬 살아 있거든. 저절로 그렇게 된 게 아니라 인생이 그들의 얼굴을 그렇게 만들어준 거지. 나는 그런 사람들을 내 그림에 담고 싶어."-448페이지
미켈레는 주변의 친구들, 집시, 창녀 등 평범한 사람들을 모델로 해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림들을 보면 얼굴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인물도 있습니다. 또한 미켈레가 사망할 때까지 그를 적극적으로 후원한 코스탄차 후작 부인이 있었기에 카라바조라는 천재화가가 현재 우리에게 기억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소설은 그녀의 역할을 크게 부여하고 있습니다.
위의 점쟁이 집시는 소설에서 미켈레에게 점을 봐주면서 바가지를 씌우는 모습도 있지만 후에 그의 그림을 성당에서 지켜주는 경호원을 지원해주는 역할도 합니다. 미켈레의 요청으로 집수와 분장한 마리오가 모델로 섰습니다.
* 트리엔트 공의회 : 1545~1563년까지 18년 동안 이탈리아 북부의 트리엔트에서 개최된 종교회의이다. 종교 개혁에 맞서 카톨릭의 교리와 체계를 재정비했다. -545페이지
이 그림에 등장하는 것은 미켈레를 섬겼던 베아토의 모습일 것입니다. 결국은 기사단에 의해 잔인하게 죽음을 당하게 됩니다. 미켈레는 왜 그랬을까 싶을 정도로 흥분하기 잘하는 성격이었습니다. 술을 좋아했습니다. 경쟁심도 많았습니다. 결국은 사람을 죽이고 로마를 탈출해서 나폴리고 가고 몰타까지 가게 됩니다. 번번이 주변 사람들에게 그림을 그려주며 위기를 모면하는 듯 하지만 안타깝게 배에서 속아서 구금되고 다시 배를 타려다가 해안에서 죽게 됩니다.
유명해지고 여러 곳에서 성화를 그려달라는 요청을 받습니다. 그가 남긴 작품들이 책에 있어 이를 공유합니다. 미켈레, 즉 카라바조는 자신의 감정을 좀더 다스렸다면 더욱 많은 작품을 남기고 당시에 인정도 받으며 살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독서습관340_카라바조의 비밀_틸만 뢰리히_2011_레드박스(21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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