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인 큰아들에게 아서 밀러의 <모두가 나의 아들>을 읽어보라고 권했습니다. 아들도 희곡을 읽었다면 <관객모독> 책을 보여주기에 도서관 반납 전에 서로 읽어보자면 맞교환했습니다. 희곡인데 대사가 등장인물별로 구분되어 있지 않습니다. 상황을 설명하는 듯한 설명만 계속 이어집니다. 설명 자체가 아주 짧은 문장으로 '여러분'이란 말이 반복되며 리듬감을 주고 있습니다.
연극이라고 하면 무대에 등장인물과 배경이 되는 장치가 있는 것이 기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배우들이 등장해서 대사를 얘기하면서 관객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를 관람하는 일반적인 연극과는 달리 전위적인 연극입니다. 배우들이 대사를 말하면서 관객의 반응을 살피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여러분은'이라며 존대를 하지만 후반에는 '너희들'이라며 모독하는 대사로 바뀝니다.
너희들은 불가능한 걸 가능하도록 했다. 너희들은 이 연극의 주인공들이었다. 너희들은 움직이지 않고 굳어 있었다. 너희들은 자신의 모습을 마치 조각처럼 만들어 보이고 있었다.-58페이지
47그룹은 1945년 2차 세계 대전이 독일의 패전으로 끝나고 이 년 후 공산주의 진영인 소련과 자본주의 진영인 프랑스, 영국, 미국 연합군 측이 독일을 동과 서로 나누어 지배하게 된 1947년을 기점으로 삼아, 서독 문인들이 독일의 전쟁 범죄 행우에 속죄하는 심정으로 조금도 속이지 않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쓰겠다는 공감대 속에서 만든 문인 단체다. -68페이지
적지 않은 욕설 부분들은 1933년에서 1945년 사이 나치 시대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관객은 눈을 멀뚱하게 뜬 채 넋두리같이 반복되는 언어 유희를 듣다가 마침내는 배가 터지게 욕을 얻어먹는다. (중략) 그저 쉴 새 없이 읊어 대는 소리만 음악처럼 들리다가 마지막에 가서 관객이 나갈 때는 "여러분은 여기서 환영받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하는 말과 함께 스피커를 통해 우레 같은 박수와 휘파람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리고 막이 내려온다.-80페이지
이 연극을 보러 간다고 하면 <관객모독>을 읽어보고 가는 편이 당황하지 않고 연극 자체를 즐길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의 연극과는 다른 진행에 놀라기도 하고 후반부에는 갑자기 욕을 먹는 상황에서 화를 내야할지 즐겨야 할지 갈등하는 상황에 처하지 않을 겁니다.
한트케는 "내 희곡은 단어와 문장으로만 구성되었고, 중요한 것은 의미가 아니라 그 단어의 다양한 사용"이라고 합니다. 201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때 평가가 "독창적인 언어를 통해 인간 경험의 주변부와 특수성을 탐구했다."였습니다. 모두 읽고 나서 '이게 뭐지?'라는 궁금함이 있었는데 작품 해설을 보니 조금 이해가 됐습니다. 특이한 구성의 짧은 책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경험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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