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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328]문명의 붕괴 ①_역사와 지리로 과거를 재해석_몬태나와 이스터섬

by bandiburi 2021. 1. 16.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를 읽고 나에겐 익숙하지 않은 세계 지리를 보여주고 역사를 관통하는 해석으로 깊은 인상을 주었던 저자였다. 그 이후 2005년에 한국에서 처음 번역 출간된 <문명의 붕괴>를 통해 다시 한번 그의 가이드를 통해 지금은 사라진 문명의 흔적을 여행했다.

700페이지가 넘는 긴 책으로 다루고 있는 문명이 많아 몇 번에 나눠서 정리를 한다. 먼저 미국의 몬태나와 칠레의 이스터섬으로 떠나보자.  

나는 붕괴(collapse)를 "상당히 넓은 지역에서 오랜 시간 동안 일어난 인구 규모, 정치 사회 경제 현상의 급격한 감소"라는 뜻으로 사용하려 한다. 따라서 붕괴 현상은 일반적인 쇠락의 극단적인 형태로, 한 사회의 쇠락이 얼마나 철저해야 붕괴라 할 수 있느냐의 판단 기준은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 -15페이지

 저자는 미국의 몬태나에 대한 과거와 현재의 환경변화로 책을 시작한다. 그리고 과거 사회의 붕괴 편으로 들어가 이전에는 사람이 살았지만 흔적만 남기고 사라진 문명에 대한 원인을 추정해 간다. 이때 '붕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이에 대한 정의를 미리 선언했다.

(from PxHere)

기후 변화에 따른 이런 문제들이 복합되어도 과거의 사회들은 '구난' 프로그램을 갖지 못했다. 달리 말하면 다른 기후를 가진 다른 지역에서 남는 식량을 수입해서 보충하는 프로그램이 없었다. 이런 모든 점들을 고려할 때 과거의 사회들은 기후 변화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26페이지

항공과 교통이 피의 흐름과 같이 국가와 지역의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줄 수 있는 오늘날과는 달리 과거는 지리적인 제약을 극복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기후의 변화로 인해 생존을 위한 산출물이 적어지면 직접적으로 생존에 영향을 줬다. 자연환경은 인류의 문명을 번영하게도 하지만 붕괴로 몰고갈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는 전 세계의 붕괴라는 가능성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세계 어딘가에서 이루어낸 성과에서 신속히 배울 수 있고, 과거 사회들이 겪은 성공과 실패에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을 누리고 있다. -41페이지

글로벌 지구촌이라는 말이 당연하게 생각되는 세상을 살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원하면 언제든지 세상 어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시대다. 그리고 지식은 모두의 지식이 되었다. 이제 특정 지역이 아니라 지구라는 전 세계가 하나의 영향 하에 있다. 기후 변화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하는 것도 인류 문명의 붕괴를 막으려는 몸짓이다.

몬태나까지 환경 문제와 인구 문제를 안고 있다면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는 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몬태나를 예로 들어 이 책에서 제시한 다섯 가지 요인을 하나씩 짚어보자. 인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기후 변화, 우호적인 이웃과의 관계, 적대적으로 변할 가능성을 지닌 사회와의 관계, 그리고 문제에 대한 사회의 대응 방식이다.-53페이지

미국의 몬태나라는 지역은 그리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이곳의 역사와 주요 산업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흐르는 강물처럼> 영화에도 나왔던 멋진 낚시하는 풍경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다. 아름다운 풍경도 좋지만 금광 개발 등으로 환경이 오염되고, 점차 타 지역의 부자들이 자연 속에서 살기 위해 유입되면 인구가 증가하는 지역이다. 

미국에서는 새로운 광산을 개발하는 회사는 상당한 액수의 채권을 의무적으로 사야 한다. 만약 그 회사가 파산할 경우, 광산을 깨끗이 폐쇄하는 비용을 그 채권으로 처리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많은 광산이 구입한 채권액은 폐쇄 비용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57페이지

 강원도에도 폐광에서 흘러나오는 오염수 때문이 문제가 된다는 방송을 본 기억이 있다. 몬태나에 있는 광산에서도 폐쇄하는 경우에 환경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처리하도록 채권을 구매하도록 하는데 실제 폐쇄 비용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가끔 해외 뉴스에서 전해지는 브라질, 캐나다나 미국 등에서 광산 개발하는 규모를 보면 어마어마하다. 그런 곳이 파산해서 폐쇄해야 한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모될 것이다. 광산 개발 시와 폐쇄 시의 마음이 다른 것이다.

저자는 삼림이 주기적으로 번개로 인해 산불이 나는 것이 삼림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지나치게 산불을 예방하게 되어 일단 산불이 났을 때 사람이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록 번져 피해가 더욱 크게 되었다고 한다. 

(from Wikimedia Commons)

세계 최초의 문명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쇠락을 재촉한 원인이 염화였다! 과거에 세계 농업의 중심이었던 까닭에 이라크와 시리아에 붙여진 '비옥한 초승달'이란 이름이 지금은 잔인한 말장난처럼 여겨지는 이유를 설명하려면 염화에서 시작해야 한다.-74페이지

사슴과 엘크에게 CWD(Chronic wasting disease)는 다른 동물들의 '프리온 질환(prion disease)' 만큼 치명적이다. 인간에게는 크로이츠펠트-야콥병, 소에게는 흔히 광우병이라 불리는 소해면상뇌증, 양에게는 진전병이 가장 대표적인 '프리온 질환'이다. 이런 질병들은 신경계에 치명적인 손상을 준다. -82페이지

외래 질병인 CWD가 연구용 사슴을 자연에 방목한 것이 원인이었다는 설이다. 한국에서도 애완용으로 기르던 물고기 등 외래종을 자연에 방류하면서 기존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얘기가 있다. 황소개구리가 그 좋은 예다.

스티브 파월은 "옛날 사람들은 농장일을 하면서 배를 채우면 행복했습니다. 그 이상을 바라지 않았죠.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배를 채우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아요. 더 나은 삶을 원하는 거죠."-88페이지

지난 14일에 들었던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 요즘 젊은이들에 대한 언급과도 일맥상통한다. 배고프고 힘든 시기를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보내야 했던 세대에 비해 풍족한 시절을 보낸 젊은이들은 단순히 배를 채울 수 있다고 해서 행복해하지 않는다. 더 나은 삶을 원한다. 하지만 현실은 안타깝게도 이전 세대에 비해 여건이 좋지 않다.

특히 내가 몬태나 사람들과 장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삶의 질'이란 단어는 빠지지 않는다. 몬태나 사람들에게 삶의 질은 일상의 삶에서 아름다운 환경을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나와 같은 외지인에게는 1년에 1~2주일을 즐겨도 커다란 특권이라 생각할 만큼 아름다운 경치이기는 하다. -96페이지

모두가 서로를 알고 지내고 비슷한 환경에서 지내던 지역이 점차 외부의 부자들이 오면서 빈부의 격차가 드러나고 아름다운 자연을 누릴 수 있는 자와 없는 자가 구분되면서 '삶의 질'이 저하된다.

(from Google Map)

부활절(1722년 4월 5일)에 네덜란드 탐험가 야코프 로헤벤이 이 섬에 상륙하면서, 로헤벤이 그날을 기억하려고 붙여준 이름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그에게 이스터 섬은 그야말로 미스터리였다. -117페이지

이 책을 보기 전에는 뉴질랜드와 남아메리카 사이에 '이스터섬'과 같은 아주 작은 섬들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망망대해 태평양이 오세아니아와 남미를 가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이 섬은 동쪽으로 칠레에서 시작해도, 서쪽의 가장 가까운 섬으로부터도 범선으로 17일을 항해해야 하는 곳이라고 한다. 어떻게 섬을 발견해서 정착해 살았을까 의문이다.

바닷새, 육지새, 돌고래는 첫 이주자들의 배를 채운 먹거리였지만 얼마 후 그 동물들은 크게 줄어들거나 자취를 감추었다. 따라서 이스터 섬사람들은 고탄수화물 음식을 주로 섭취했고, 더구나 담수의 부족을 사탕수수즙으로 보충했기 때문에 탄수화물 섭취량이 더욱 늘었다. 따라서 지금까지 알려진 선사 시대의 종족 중에서 이스터 섬사람들의 충치와 치아부식증이 가장 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14세쯤에 대다수가 충치를 앓았고, 20대에는 모두가 충치를 앓았다. -128페이지

정착자들이 남긴 흔적을 가지고 이렇게 과거를 유추하고 어떻게 지냈을까라는 퍼즐을 맞춰가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당시 14세의 어린 나이에 대부분이 충치를 앓고 살았다니 결국 사탕수수로 인해 치통을 감내하며 사는 게 일상이었겠다. 

이스터 섬을 언급할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올리는 문제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살펴보자. 즉 '모아이(moai)'라 불리는 거석상과 '아후(ahu)'라 불리는 돌기단이다. 지금까지 약 300개의 아후가 확인되었지만, 대다수의 기단은 작고 모아이가 세워져 있지 않다. (중략) 석상이 세워진 아후는 대부분 해안 지역에 분포되어 있고, 아후와 석상은 내륙을 향하고 있다. 특히 석상의 얼굴은 바다를 향하고 있지 않다.-135페이지

(from Wikimedia Commons)

인간이 도래한 직후, 즉 900년경부터 삼림이 파괴되기 시작해서, 로헤벤이 상륙한 1722년에는 완전히 끝난 것으로 판단된다. 로헤벤이 3미터가 넘는 나무를 볼 수 없었다니 말이다. 그런데 900년과 1722년 사이에 언제 삼림이 파괴되었는지 더 정확히 밝힐 수는 없을까? (중략) 이런 모든 증거로 판단하건대 인간이 이스터 섬에 정착하고 곧바로 삼림 벌채가 시작되었고, 1400년경에 최고조에 이르렀으며,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었지만 1400년대 초부터 1600년대 사이에 거의 끝난 듯하다.-152~153페이지

모아이와 같이 거대한 석상을 세울 정도로 많은 인구와 부족들이 살았을 이스터 섬이 초기에는 나무가 많이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살기 시작한 900년대부터 땔감으로도 사용하고 도구로도 이용되기 시작하면서 삼림이 파괴되기 시작했고 1600년대에는 결국 나무가 하나도 남지 않아 땔감도 없이 살아야 했다. 환경파괴는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삼림 전체가 사라졌고, 모든 수종이 멸종되었다. 그 결과는 곧바로 섬사람들에게 미쳤다. 천연자원이 턱없이 부족했다. 살코기를 제공하던 야생 동물까지 크게 줄어들었으며, 식량 생산까지 곤두박질쳤다. 

 1966년부터 이스터 섬사람들은 칠레 국민이 되었다. -160페이지

이스터 섬과 현대 세계는 소름 끼칠 정도로 비슷하다. 세계화, 국제 무역, 항공기, 인터넷 덕분에 오늘날 모든 국가가 자원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스터 섬에서 살았던 11개 부족이 그랬던 것처럼! 지구가 오늘날 우주에서 고립된 것처럼 폴리네시아의 이스터 섬은 태평양에서 고립되어 있었다. 이스터 섬사람들은 곤경에 빠졌지만 피신할 곳이 없어다. (중략) 어쩌면 우리 미래에 닥칠 최악의 시나리오로 보는 것이다.-169페이지


독서습관328_문명의 붕괴_재레드 다이아몬드_2016_김영사(210116)


https://bandiburi-life.tistory.com/943

 

[328]문명의 붕괴②_세 개의 섬(망가레바 핏케언 헨더슨)과 아나사지 문명

이 책 는 양이 많아서 몇 번에 나눠서 등록합니다. 이번에는 두 곳의 문명을 찾아가 봅니다. 폴리네시아의 기준에서, 망가레바 섬의 가장 커다란 약점은 까뀌를 비롯해 연장을 만들 만한 단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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