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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독서습관255_페미니즘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_불편할 준비_이은의 외 4명_2018_참언론 시사인북(200802)

by bandiburi 2020. 8. 8.

■ 저자: 이은의 외 4명

 이은의 : 어쩌다 보니 변호사, 작가, 강사로 사는 이 시대 최고의 우연이스트
 윤정원 : 성폭력 피해자 진료와 성소수자 진료 등 여성주의 의료와 여성 건강권에 대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오고 있다
 박선민 : 2004년 민주노동당이 첫 국회의원을 배출한 이래 줄곧 진보 정당에서 보좌관으로 일했다. 
 은유 : 인터뷰, 르포르타쥬, 에세이 등 논픽션을 주로 쓰고 여기저기서 글쓰기 강좌를 진행한다. 
 오수경 :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글을 쓰거나 드라마를 보는 평범한 직장인. 

■ 소감

다른 책에서 추천을 해서 다음에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해 개인적인 도서 리스트에 기록해 두었던 <불편할 준비>를 정약용 도서관에서 마주쳤습니다. 페미니즘과 관련된 책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마침 <1982년생 김지영>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여자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새롭게 생각해 본 상황이라서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서울과 포항을 주말마다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는데 일요일에 이 책을 빌려 4시간 정도 소요되는 포항행 버스 안에서 대부분을 읽었습니다. 그만큼 5명의 저자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기록한 내용들은 몰입도도 있고 모르는 분야에 대한 신선한 충격도 주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책의 내용에 설득되어 대한민국의 모든 청소년과 성인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한다고 강하게 추천하는 사람으로 변했습니다. 남성으로서 전혀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 당연하다고 간주되었던 것들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미투' 운동이 사회를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업 오너나 검사와 같은 돈과 권력을 가진 집단들의 비이성적인 이탈행위는 뉴스에 등장합니다. 변한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변했습니다. 이런 책이 출판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으니까요.

대한민국 국민들의 성감수성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에서 여성의 비율은 여전히 낮고, 특히 보좌관중에서 더욱 낮습니다. 국민의 50%인 여성의 인권을 위한 법 제정을 위해서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책에서 소개된 유럽 선진국의 국회의 현황은 우리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보여줍니다.   

 또한 드라마를 성인이 된 이후로는 거의 보지 않아서 잘 몰랐는데 드라마를 통해서도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소개한 것도 큰 틀에서 보는 눈을 갖게 해 주었습니다. 농업 중심으로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기에는 남성이 가장의 역할을 하고 여성은 집안에서 돕는 역할이었다면 지금은 남녀 모두가 함께 가정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남자가 하는 일은 여자도 할 수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의 매력이 이와 같이 타인의 입장도 되어 보고,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고, 상상할 수 있고, 소수자들의 상황도 되어보는 등 시간과 국경과 상황을 모두 초월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새로운 책을 옆에 두고 내용이 궁금해서 페이지를 펼칩니다.

■ 책에서 발췌

 5페이지) 강화길의 소설 <다른 사람>(한겨레출판, 2017)을 읽었을 때 이 문장 앞에 붙들렸던 것도 그 때문이리라. "우리는 여자애들이었다. 해도 되는 것보다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을 더 많이 배운 여자애들. 된다는 말보다 안 된다는 말을 더 많이 듣고 자란 여자애들."

29) 애초에 문제가 되는 행위가 있었다면 그 행위를 봐야죠.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이후 피해자가 겪게 된 피해 때문에 문제 제기를 했으니 정당하지 않은 것처럼 이야기들을 하곤 합니다. 

35) '미투'는 이런 식으로 피해자의 눈높이에 맞춰 사건을 바라보는 계기를 제공했어요. 사실은 처음부터 객관적일 수 없었던 사건을 약자의 시선, 피해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된 첫 번째 계기를 제공한 거죠.

42) 이런 일이 생겼을 때는 사람과 사건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그 사람에 대한 평가 같은 걸 보지 말고 그 사건 자체를 바라보시라, 이런 얘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54) 예전에는 한국 사회가 여성을 억압한다며 유엔이 문제 삼았던 게 여아 낙태였죠. 그런데 최근에는 이게 성형으로 바뀌었습니다. 실제로 미백, 교정, 리프팅, 필러, 회춘 주사 등 온갖 성형술이 성행하고 있죠. "이건 수술이 아니라 시술입니다" 내지는 "이건 교정이고 개선이에요"라고 성형이라는 말을 변주해가면서요. 굉장히 미세하게 우리 몸을 통제하고 있죠. 다이어트 강박증이나 거식증에 대해서는 더 얘기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62) 2017년에 SBS에서 <바디 버든 Body Burden, 환경 호르몬의 습격>이라는 환경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는데, 환경 호르몬이라든가 유해 화학물질을 무심코 사용하는 생활 습관이 여서 호르몬 체계를 교란시키면서 여성 관련 질환이 얼마나 많아졌는지를 고발한 다큐멘터리예요. 

63) 결국 제가 오늘 드리고 싶은 메시지는 의학이나 미디어가 정해놓은 정상성 내지 이상성에 맞춰 내 몸을 재단하려 하지 말라는 겁니다. 

69) 우리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여성과 관련된 질병이 많이 늘고 있는데, 특히 치킨이나 피자 같은 데 들어 있는 동물성 지방은 여성 호르몬을 과잉 생산하는 주범 가운데 하나입니다. 

70) 생리통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자궁이 수축되면서 생기는 염증인 만큼 몸의 긴장을 풀어주고 이완시키는 게 좋습니다. 핫팩 같은 걸로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도 좋아요. 요가 자세 중에도 근육을 이완시키는 자세들이 많죠. 코브라 자세, 보트 자세, 고양이 자세, 소 자세 같은 것들요. 

79) 제가 지금까지 얘기한 내용들을 책으로 읽어보고 싶다면 다음 세 권을 '강추'하고 싶어요. 첫째는 <마이 시크릿 닥터>(리사 랭킨 지음, 릿지, 2014)라는 책입니다. (중략) <우리 몸 우리 자신>(보스턴여성건강서공동체 지음, 또 하나의 문화, 2005) (중략)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크리스티안 노스럽 지음, 한문화, 2000)

125) 여성 정치를 얘기하는 분들이 흔히 올래프 드 구즈 얘기를 많이 해요. 프랑스혁명 시기 "여성이 단두대를 오를 권리가 있다면 연단에 서서 발언할 권리도 있다"라는 말을 남기고 단두대에서 사형당한 분이죠. 우리에게는 여성의 선거권을 쟁취하기 위한 이런 식의 과정이 없었습니다. 

161)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자기 이야기가 있는 사람, 스토리 라인이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가만 생각해보면 힘 있는 사람들입니다. 힘없는 사람들은 자기 서사가 없다 보니 이 사회에서 삭제된 존재가 되는 거죠. 

163) 제가 엄마, 딸, 며느리, 아내 같은 여성 정체성으로 살아간 경험을 쓴 책이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서해문집, 2016)라고 말씀드렸는데, 이 책은 왠지 출산과 양육 경험이 있는 기혼 여성들이 더 많이 공감을 할 것 같잖아요? 그런데 여고생들이 이 책을 읽고 너무 많은 피드백을 주는 바람에 제가 깜짝 놀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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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그렇다면 글쓰기를 왜 해야 할까요? 나쁜 언어를 좋은 언어로 바꿔낸 것을 정리해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 자체도 의미가 있겠죠. 하지만 일차적으로 글을 써 기록하는 건 자기 자신에게 제일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자기 생각과 의견을 가진 사람으로, 거짓 자아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167)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글을 쓰는 동안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알고 있는지 발견합니다. 글을 써보지 않으면 자신이 무엇을 쓸 수 있는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일반적인, 이해는 순서가 거꾸로 뒤집혀 있습니다." 이건 우치다 타쓰루라는 일본의 철학자가 쓴 글쓰기 책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김경원 옮김, 2018)에서 가져온 문장인데요, 이게 딱 맞습니다. 

168) 저의 경우 글을 쓰면서 제가 읽은 책을 복기하게 되는데, 단순히 책 내용을 인용만 하려 해도 어설프게 이해한 걸로는 잘 안 됩니다. 그 내용을 제대로 소화를 시켜야 해요. 그런 만큼 책을 읽을 때도 그냥 읽는 것보다 읽고 나서 글을 쓰는 게 적극적 독서 행위로 연결이 되죠. (중략) 글쓰기는 기술이 아닙니다. 생각의 근력을 기르는 일입니다. (중략) 글쓰기에 결정적인 것은 사유하는 것 곧 사고력입니다. 

180)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일본 영화감독이 있습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는 영화를 만들었죠. 제가 그분을 좋아해서 그분이 만든 영화를 다 보고, 에세이도 읽었는데요. 알고 보니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자기 경험에 근거해 만든 영화더라고요. 

195) 그런데 미국의 정신과 의사인 바바라 아몬드는 자신의 책 <어머니는 아이를 사랑하고 미워한다>(간장, 2013)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당신만 아이를 미워하는 게 아니고, 그게 잘못된 일도 아니다. 한결같이 감싸주는 게 아이에게 좋은 일도 아니다. 그러니 스스로를 미워하지 말라."

217)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김환표 지음, 인물과 사상사, 2012)라고, 제가 오늘 강의를 준비하면서 주로 참조한 책이 있는데요, 이 책에 보면 한국 최초의 텔레비전 드라마는 1956년 한국 최초의 방송국 HLKZ-TV에서 방영한 <천국의 문>입니다.

230) 주말 가족 드라마의 주된 시청층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인 계층입니다. 사회 변화에 가장 둔감한 중년과 노년층이 주로 주말 가족 드라마를 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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