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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독서습관256_중국 유적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매력적인 소설_둔황_이노우에 야스시_2010_문학동네(200807)

by bandiburi 2020. 8. 8.

■ 저자: 이노우에 야스시

1907년 홋카이도에서 태어났다. 군의관인 아버지를 따라 여러 도시를 전전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10대 시절 글쓰기를 시작하여 고등학교 때는 지역 잡지에 시를 투고하기도 했다. 교토 제국대학에서 미학을 전공했고, 대학에서도 각종 문학작품 공모에 응모하는 등 글쓰기를 계속했다. 졸업 후 936년 <선데이 마이니치>에 역사소설 <유전>을 투고한 것이 인연이 되어 마이니치 신문사에 입사, 10여 년간 종교, 미술, 출판 등 여러 분야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10여 년간 종교, 미술, 출판 등 여러 분야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1950년 <투우>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고 이후 시와 소설을 넘나들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쳤는데,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역사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바탕으로 한 역사소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 소감

문학동네에서 펴낸 '세계문학전집'에는 개인적으로 낯선 제목들이 많았습니다. 읽고 즐길 수 있는 책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어서 나쁘지 않습니다. 지난주에 읽었던 <진 브로디 선생의 전성기>를 읽고 이 전집을 알게 되었고 도서관에서 전집을 살펴보다가 2008년에 방문했던 중국의 '둔황석굴'을 연상케 하는 소설 <둔황>을 발견했습니다. 

이 책은 '이노우에 야스시'가 1959년에 단행본으로 발행한 책입니다. 일본은 한국전쟁 특수로 2차 대전 이후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호황기로 접어들 무렵이었고 반면에 한국은 전쟁 직후로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뒤쪽에 실린 책에 대한 서평에 보면 한 나라가 풍요로운 단계에 접어들면 국민들이 문학이나 예술과 같은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고 문학전집류가 잘 팔린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이었습니다. 일본인 저자가 왜 중국에 있는 지명을 소설제목으로 택했을까 의아함을 가지고 읽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저자는 이 소설을 쓰기 전에 둔황을 방문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주인공 조행덕은 성적이 우수했던 사람으로 우리나라의 고시와 같은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깜빡 잠이 들어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조행덕이 시장통에서 의지가 강한 서하의 여인을 만나며 점차 조행덕의 인생이 명사산 천불동 둔황석굴로 전개됩니다. 그 여인이 남긴 조각에 쓰인 서하 언어를 익히기 위해 서하를 향하고 그 과정에서 한족 출신 서하의 장군 주왕례를 만납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여러 전장을 누비지만 죽음은 그를 피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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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위구르 왕녀를 만나고 그 여인의 죽음을 통해 불교를 접하게 되고 불교 경전을 읽습니다. 서하의 침입으로 성이 함락될 것을 우려해 그 경전을 숨기기 위해 천불동으로 향합니다. 아마도 저자는 이런 일련의 사건을 미리 스케치하고 스토리를 전개했을 것입니다. 가보지 않은 둔황 지역에 대한 사전조사를 철저히 했을 것입니다. 

 소설이 시작되는 1026년은 중국의 송나라 시대입니다. 서쪽 지역인 서하, 토번은 주변국이었습니다. 그 주변국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약 천 년전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소설이지만 마지막 부분에는 1900년대 초에 왕원록이라는 도인에 의해 발굴되고 스타인 등 외국 사람들에게 경전이 팔려간 사실도 언급되었습니다. 

도도한 역사의 흐름속에서 인간의 삶은 참으로 짧습니다. 상대적으로 무의미해 보이는 인간이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 탄생한 것이 종교라고 저자는 언급합니다. 그렇구나라며 맞장구를 치게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 책에서 발췌

9페이지) '신'은 당당한 용모와 풍채, '언'은 논리정연한 언변, '서'는 수려한 필체, '판'은 법률의 이치에 대한 판단력을 으뜸으로 삼았다. 

193) 만약 새로 인생을 시작한다고 해도, 지금과 동일한 조건이 주어지는 한, 자신은 역시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행덕은 이곳에서 사주성과 함께 생의 종지부를 찍게 되어도 조금도 후회스러울 것 같지 않았다. 

245) 둔황은 크고 성대하다는 의미로, 그 옛날 전한과 후한, 수나라 때 서방 문화가 동쪽으로 유입되는 관문으로서, 이 지역에서 찬란한 문화가 꽃을 피우던 시기에 사용되던 이름이었는데, 2천 년이 지나 부활한 것이다. 

253) 이러한 그의 작가적 시선은 이미 처녀작이자 출세작인 <엽총>과 두번째 소설이자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투우>(1950년) 등 핵심적 작품을 통해 확인된다. 

254) 이중 단편소설을 중심으로 시도된 사소설적 작품은 군의관인 아버지로 인해 한 곳에 정주하지 모산 채 여러 곳을 떠돌아다녀야 했던 유소년 시절과 약 15년에 걸친 신문기자 생활 등 그의 문학세계만큼이나 다양한 갖가지 인생 체험이 바탕에 깔려 있다.

255) 웅대한 자연의 질서와 유구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보면 인간이란 극히 제한된 시간을 할애받은 초라한 존재에 불과하며, 그들이 영위하는 삶은 결국 고독하고 허무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필연적 인식은 이노우에 야스시 문학세계의 귀착점이 <둔황>을 비롯한 역사소설이 될 수밖에 없음을 웅변해준다. 

256) <둔황>은 폭넓은 독자층의 지지를 얻으며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른 뒤, 이듬해인 1960년 <누란>과 함께 제1회 마이니치 예술대상을 수상하게 되었고, 1988년에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262) 날이 갈수록 행덕에게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한없이 작고, 또한 그들의 인생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러한 인간의 무력함과 생명의 무의미함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는 종교가 흥미로웠다.(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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