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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248]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_한국 현대사에서 서민의 삶을 담은 책

by bandiburi 2020. 7. 19.

고등학교 1학년인 딸의 국어 수행평가를 위해 급히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글을 읽어야 한다고 해서 도서관의 책의 대출 중이라 쿠팡으로 급히 주문한 책입니다. 일주일이 지나고 보니 딸아이는 미루다가 하루를 남겨두고 다 읽지도 못하고 중간 정도 읽다가 인터넷의 요약본을 참고해서 감상문을 써냈습니다. 

새로운 책이 우리 집에 들어왔기에 주말을 이용해서 읽어봤습니다. 총 9개의 소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 편씩을 읽으며 아내에게 소감을 들려줬습니다. '왠지 슬프다. 어두운 우리 현대사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다'라고 얘기해 줬습니다. 각 소설이 끝났을 때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리는 영화가 아니라 가난 속에 다음은 어떻게 살아갈까 안타까운 마음이 남습니다.

특히 <엄동>은 상상의 나래를 펴고 크리스마스를 앞둔 추운 겨울에 갑작스런 폭설로 인해 서울에서 성남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되어보며 그런 때도 있었구나 시대를 반추해 보았습니다. 지금은 지하철이 놓여 천안까지도 춘천까지도 정해진 시간에 다닐 수 있는 시대지만 예전에는 버스가 멈추면 서울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발은 묶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하룻밤의 상황 가운데 주인공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리얼하게 묘사했습니다. 가난 속에서도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형님, 부모님들이었고 그들은 그렇게 개미처럼 열심히 살았습니다. 

마지막인 <쌀>은 그렇게 긴 줄 모르고 조금씩 조금씩 읽다보니 중편이었구나 싶었습니다. '쌀'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다양한 스토리를 엮어 억지로 중편으로 길게 만든 것 같은 인상도 주었습니다. 북한에서 보내준 쌀에 얽힌 이야기, 쌀을 민간요법의 일환으로 사용하는 실향민인 장인 장모님의 북한쌀에 대한 집착과 한문 선생님을 통한 쌀과 관련된 박학다식한 이야기까지 포함하여 이렇게까지 적을 필요가 있을까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도 있지만 작가가 살아온 역사의 궤적을 기초로 쌓아올린 집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작가가 우리 현대사의 질곡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것을 소설이라는 창작물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우리는 윤흥길 저자의 글을 통해 직접 경험하진 못했지만 찌들게 가난했던, 서로를 믿기 어려웠던 시기, 가부장적인 문화, 권력에 대한 두려움, 좌익과 우익의 나뉨 등의 우리의 어두운 역사를 체험하게 됩니다.


독서습관 248_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_윤흥길_2020_문학과지성사(200719)


■ 저자: 윤흥길

1942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범과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회색 면류관의 계절>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1995년부터 2008년까지 한서대 문창과 교수로 재직했다.

소설집 <황혼의 집>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무지개는 언제 뜨는가> <꿈꾸는 자의 나성> <쌀> <낙원 천사?> 연작소설 <소라단 가는 길> 장편소설 <완장> <묵시의 바다> <에미> <옛날의 금잔디> <산에는 눈 들에는 비> <백치의 달> <낫> <빛 가운데로 걸어가면>(전 2권) <문신>(전 5권 중 3권 발간), 산문집 <텁석부리 하나님> <윤흥길의 전주 이야기> 등을 출간했다.

한국문학작가상(1977), 한국일보문학상(1983), 현대문학상(1983), 요산문학상(1995), 21세기문학상(2000), 대산문학상(2004), 현대불교문학상(2010) 등을 수상했다. 현재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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