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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237]동방견문록_중국 원나라 시대 상황과 신대륙 발견의 기초가 된 책

by bandiburi 2020. 6. 21.

30년 전 대학교 신입생이 되었을 때 입학 전에 읽어보면 좋다는 추천도서 목록을 받아 의욕적으로 구매했던 책이 <동방견문록> <길가메시 서사시> <마르크스 엥겔스 선집> 등이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독서다운 독서는 것의 하지 못하고 시험을 위한 현대소설을 읽었던 정도였기에 이 책들은 제목 자체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30년 동안 나와 동선을 함께 하며 누렇게 세월의 흔적만을 안고 서재에 놓여 있었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한 지 2년이 넘었습니다. 블로그에 읽었던 책의 소감을 자취로서 남기는 즐거움 가운데 어느새 독서력이 조금은 생겼기에 분야를 가리지 않고 호기심이 동하는 책은 집어 들어 읽고 있습니다. 이번에 <동방견문록>을 읽으며 왜 30년 전에 겁을 먹고 읽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루는 징기즈 칸이 이슬람교도 및 기독교도의 점성사들을 불러 모아 이번 회전의 승리는 적이냐 아군이냐, 어느 쪽에 돌아갈 것인가를 예측하게 했다. 점성사들은 저마다의 비술을 써서 점을 쳐보았는데 이슬람교도는 결국 올바른 예측을 할 수 없었고, 단지 기독교도만이 진상을 잘 간파할 수 있었다. (97페이지)

 

 <동방견문록>은 13세기에 아버지와 삼촌을 따라 중동, 서아시아, 극동아시아까지 여행을 하며 듣고 본 것들을 기록해서 서양에 소개한 책입니다. 중국은 징기즈 칸이 세운 원나라가 지배하고 있었지요. 쿠빌라이 칸이 다스리던 시기의 원나라는 열여 있는 나라였기에 외모가 다른 서양인과 교류하고 로마 교황에게 서신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폐쇄적인 국가였다면 오늘날 이 책은 전해질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기독교인으로서 내용 곳곳에 타 종교대비 기독교의 우월성을 드러내는 점, 그리고 마르코 폴로 자신의 생각과 들었던 것을 기록하다 보니 정확하지 않은 사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옥에 티처럼 보이지만 13세기에 교통의 한계를 뛰어넘어 거대한 대륙을 오가며 다양한 민족의 삶을 기록하고 남겼다는 것은 굉장한 역사적 의미를 가집니다. 이 책에는 주석으로 오류를 바로잡아 놓았고, 관련된 사료도 언급해서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칸은 이슬람 교도, 우상교도, 유대 교도의 주요한 성절에도 역시 마찬가지로 행동하는 것이었다. 언젠가 누군가가 그 이유를 물었는데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찬탄받고 숭앙되고 있는 네 사람의 예언자가 있다. 기독교도는 예수 그리스도를 자기들의 신이라 하고, 이슬람교도는 마호메트라고 한다. 유대인은 이것을 모세라고 하고 우상교도는 사가모니 부르칸, 즉 최초에 우상으로 만들어진 인물(석가모니)을 들고 있다. 나는 이 네 사람을 모두 골고루 존경하고 숭앙한다. (...)' (125)

 

고전이란 국경을 넘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책이자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동방견문록>이 단순한 여행기를 넘어 이후 서양에서 신대륙을 찾아서 떠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니 역사의 기록임과 동시에 신대륙의 발견과 함께 인류의 활동 영역이 확장되는 기초가 되었다고 볼 수 도 있습니다. 물론 아메리카 대륙에 이미 살고 있던 민족들에게는 재앙의 시초였지만 말입니다. 

2020년에 대학생이 된 큰 아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했습니다. 선택은 본인에게 있지요.

이것은 인도인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꼭 들려 줄 가치가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도에는 이 세상 어디에 가도 볼 수 없는 이상한 일이 무척 많아서 이야말로 이 책에 적어 두어야 하는 것이며 적어 두는데 가장 적당하고 또한 적어 두어서 유익한 일들인 것이다. 그러므로 마르코 폴로가 얘기한 대로 자세한 것을 남김없이 이 책에 써두고자 한다. (281)

폴로 가의 세 사람이 베니스로 돌아온 것은 바로 이 무렵이었다. 그리고 1298년 베니스와 제노아 간에 크루촐라 난바다의 해전이 일어나 베니스 측은 패배했고 마르코 폴로도 포로가 되었다.  (425)

 그러나 이 백만이라는 별명은 물론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존경에서 생겨난 것은 아니다. 그가 죽은 훨씬 뒤에 베니스 가면극 가운데는 <백만>이라는 마르코의 성격을 그린 특정 인물이 항상 등장해 민중을 기쁘게 해 주기 위해 노상 허풍을 떨었다고 한다. 이러한 것이 동향인들이 대여행가 마르코 폴로에 대해 갖는 존경이었다. (426)


독서습관 237_동방견문록_마르코폴로_일신서적출판사_1991(200623)


■ 저자: 마르코폴로

마르코 폴로는 이탈리아 상인으로 아버지 니콜로 폴로와 숙부 마테오 폴로를 따라 1271년 동방여행을 떠나서 아르크, 팔레스티나, 아르메니아, 페르시아, 중앙아시아를 거쳐 원나라에 도착했고, 쿠빌라이를 알현한 후 그의 마음에 들어 우대를 받으며 관직에 올랐다. 
 17년간 중국 각지를 여행하다가 원나라 공주 코카친의 여행 안내자로 선발되어 겨우 중국을 떠날 수 있게 되었으며, 1295년에 베네치아로 돌아왔으나 베네치아와 제노바의 전쟁에 말려드어 포로로 제노바의 감옥에 투옥되었다. 
 그 옥중에서 이야기 작가인 루스티켈로에게 동방에서 보고 들은 것을 쓰도록 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마르코 폴로의 여행기 <동방견문록>이다. 
 동방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중세의 유럽인에게 <동방견문록>은 견문록 내지는 지리서로서 유럽인들로 하여금 아시아에 대해 눈을 뜨게 해 주었다. 
 이 책의 내용이 매우 신기하여 처음에는 유럽인들이 믿지 않았으나 많은 사람들이 아시아 여행을 함으로써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되었고,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는 등, 지리상의 발견에 큰 역할을 하였다. 
 또한 이 책은 13, 14세기 서아시아, 중앙아시아, 몽고의 역사 지리 민속 등과 원나라 때의 중국 사정에 대하여 상세히 기록하여 알려 준 최초의 문헌으로서 그 내용은 대략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여행의 개요로 마르코 폴로의 개인적 담화 형식으로 씌어졌고, 둘째는 여행 중에 보고 들은 것을 순서에 따라 적어 놓은 지리서로서 여기에는 각지에 대한 기록도 있다. 좀 과장된 점이 있긴 하지만 당시 아시아의 기사로는 풍부하고 정확했다. 물론 그 진가가 인정되기까지는 수세기의 오랜 세월이 걸렸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문예 부흥기 때 유럽에 있어서 동방에 관한 지식의 유일한 원천이었던 동방견문록은 특히, 우리나라를 '코리아'라고 유럽에 처음으로 소개하여 그 의의가 깊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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