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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독서습관235_동시대인으로써 공감이 가는 책_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_박산호_북라이프_2018(200614)

by bandiburi 2020. 6. 14.

■ 저자 : 박산호

전문 번역가. 중학교에 입학해서 처음 배운 영어에 유달리 흥미를 느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외국 작가가 쓴 두꺼운 책을 늘 끼고 다니는 문학소녀였다. 이때부터 '영어'와 '책'에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한양대학교 영어교육학과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방법을 공부했고, 영국 브루넬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회화와 토익 강사를 거쳐 영상 번역가로 일하다가 하드보일드 문학의 대가 로렌스 블록의 <무덤으로 향하다>의 번역 테스트에 통과하면서 출판 번역계에 입문해 <세계대전 Z> <퍼시픽 링> <토니와 수잔> <하우스 오브 카드3> 등 60여 종의 원서를 번역했다. 지은 책으로는 기본 영단어 100개를 엄선하여 단어와 관련한 정치, 경제, 역사, 문화 등의 상식을 함께 살펴보는 영어 교양서 <단어의 배신>과 노승영 번역가와 함께 베테랑 전문 번역가들이 풀어놓는 텍스트 분투기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이 있다. 

사랑스럽고 건강한 딸에게 충성하고 까칠하고 도도한 고양이 송이를 섬기며 영원한 짝사랑인 책을 숭배하며 산다. 지금 이 순간이 최고의 순간이라는 모토로 오늘도 별것 없는 인생 즐겁게 사는 중.

■ 소감

저자의 이름이 기억에 남는 쉬우면서도 독특함이 있습니다. 아내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인데 어떠냐고 물으니 그저 평범한 책이라는 평을 전합니다. 그래서 저자소개 부분과 첫 꼭지를 읽어봤습니다. 소리 내어 읽어보니 막힘이 없이 자연스럽게 읽히는 것이 글을 잘 쓰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래서 한 꼭지씩 읽어가며 저자가 자신의 삶에서 경험했던 것들과 읽었던 책이나 드라마에서 발췌한 부분을 잘 버무려서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있는 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책이라는 것이 읽기 쉬우면서 공감을 할 수 있다면 좋은 책 아닐까요. 

저자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고 자녀들을 양육하며 겪게 되는 고민을 알고 있기에 글이 편안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정적이거나 어두운 면이 아닌 어려움이 있었지만 일과 가정과 양육을 통해 성숙해 있는 번역가이자 작가인 한 사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저자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고, 이 책에서 소개된 여러 책들도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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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서 발췌

17페이지) 일본 애니메이션의 최고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전담 영화 음악가인 히사이시 조의 <나는 매일 감동을 만나고 싶다>라는 책에서 "나이를 먹을수록 인간은 경험과 지식이 풍부해진다'라고 하는데 그것은 거짓말이다. 경험과 지식은 제대로 살리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가능성의 폭을 좁히는 경험이라면 차라리 풍부해지지 않는 편이 낫지 않은가?"라는 구절을 봤을 때 나는 곧바로 교통사고와 운전이 떠올라 조용히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19) <호모데우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국내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젊은이들에게 지금 어른들을 너무 믿지 말라고 했다. 과거에는 성인들이 세상을 아주 잘 알았고, 세상도 천천히 변했지만 21세기는 다를 거라고, 앞으로 20년 후도 내다보지 못하는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아이들이 배워야 할 것은 지식이 아닌 개인의 회복탄력성과 감성 지능이라고 말했다

21)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나는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거절의 아이콘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되기까지 돈보다 더한 값을 치르고 '노'라고 말하는 법을 배웠다. _이숙명, <혼자서 완전하게>

27) 지나고 보니 그동안 나한테 닥친 일을 처리하기에 급급했는데, 그랬더니 남는 게 없구나. (...) 너는 10년 후에 네 작업을 집대성할 수 있게 맥락을 잡아가도록 해._은유.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42) 그러나 몸과 영혼을 갈아 넣으면서까지 무리할 필요는 없다. 무리의 끝은 그토록 염원하던 성공이 아니라 골병이고, 그러다 인생 영영 하직할지도 모른다. 

46) 대학생이 되면 인생이 탄탄대로로 뚫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내 능력과 지혜를 총동원해 없는 길을 찾거나 만들어야 하는 아찔한 현실이 쳐들어왔다. 믿었던 인생에 느닷없이 따귀를 맞은 느낌이었다

48) <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을 쓴 작가 강은경 역시 그랬다. 가족과 헤어지고 문단 데뷔를 꿈꾸며 오랜 세월 홀로 소설을 써왔던 그녀는 어느 순간 복병과도 같은 노안을 맞닥뜨린다. 절망한 그녀는 신춘문예라는 꿈을 버리고 힘들게 육체노동을 해서 번 돈과 고모가 들어준 보험을 깨서 아이슬란드로 훌쩍 떠난다. 아이슬란드의 장엄하고 기괴한 풍광 속을 여행하던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뭐가 되든 안 되든 그건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아니 뭐가 되고 안 되고 가 어떻게 인생의 결말이 되겠어요."

50) "우리의 과제는 이런 세상에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용감하게 실패하는 것이다."라는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말처럼 영국에서 돌아와 다시 번역가로 일하면서도 계속 넘어지고 실패했다. 

67) 헬조선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고뇌와 아픔을 생생하게 그려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 아나운서를 꿈꾸는 주인공 최애라는 가난한 형편 때문에 일하느라 남들만큼 스펙을 쌓지 못해 번번이 면접에서 떨어진다. 어느 날 방송국 면접을 갔다가 질문 한 번 받지 못하는 모욕을 당하고 거기다 원하지도 않는 조언을 하려 드는 심사위원을 만나게 된다. "내가 인생 선배로서 충고 하나만 할게."라고 심사위원이 선심 쓰듯 말하자 그녀는 이렇게 대답한다. "하지 마세요. 어차피 저 붙이실 거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상처 주지 마세요. 저도 상처 받지 않을 권리 있습니다."

67) 박준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에서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라고 했다. 

72) 미국 작가 랠프 엘리슨이 쓴 <보이지 않는 인간>이라는 소설이 있다. 그 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나는 보이지 않는 인간이다. 아니, 그렇지만 에드거 앨런 포를 사로잡은 유령이나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심령체 같은 존재라는 말은 아니다. 나는 살과 뼈가 있고, 섬유질과 체액으로 이루어진, 실체를 지닌 인간이다. 게다가, 어쩌면 정신까지도 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사람들이 나를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108) 어른도 몰두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피곤한 얼굴로 푸념을 늘어놓으면서 사회의 톱니바퀴가 되어가는 것만이 인생은 아니다. 하는 구원의 길이 하나 제시되었다. _모리 히로시, <기시마 선생의 조용한 세계>

127) 성적으로, 집안 형편으로, 눈에 보이는 사회적 조건들을 기준으로 아이들을 평가하는 교사들이 짓밟았을 아이들의 잠재력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그 아이들의 잠재력이 마음껏 발현됐더라면 지금처럼 '창의력'에 맹목적으로 집착하는 한국 사회는 되지 않았을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134) 하지현의 <대한민국 마음 보고서>라는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사는 게 힘든 요즘 사람들은 위로와 힐링을 원하고 서로 다독여주길 바라지만 모든 상황에서 자신이 피해자고 불쌍한 사람이라는 걸 인정받기만 갈구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지만 힘들더라도 변화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되고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팩트를 봐야만 한다. 이를 정신분석에서는 직면 confrontation이라 한다."

139) 작가 김희경은 <이상한 정상가족>에서 아이에 대한 체벌과 폭력 사이에 경계가 없다고 했다. 이른바 '사랑의 매'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아이에게 손을 대는 모든 행위가 폭력이라는 작가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아동학대는 극히 비정상적인 사람들의 고의적 폭력이라기보다 보통 사람들의 우발적 체벌이 통제력을 잃고 치달은 결과라는 것이 그간 숱한 분석과 연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라는 작가의 말에도 설득되지 않으려 애썼다. 

140) 제제의 이야기는 슬프고도 무섭다. 제제를 때리는 식구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그것이 사랑의 매라고 믿기 때문에. 그들은 제제를 사랑하면서도 아이는 때려서 버릇을 잡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고 있다. 그러다 제제가 죽을 뻔했는데도,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가 세상에 나온 지 무려 4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아이의 버릇은 때려서라도 가르쳐야 한다는 믿음이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다. 부모에게, 양육자에게 맞고 학대당하다 죽는 아이들 역시 그치지 않고 나오고.

146) 소문난 다독가이자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인 장정일에게 한 출판사가 신인작가의 소설을 보내고 싶으니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다. 그는 사진이 이제 쉰일곱이나 되어서 갈 날이 머지않았고, 눈도 침침해졌으니 그나마 남은 시간은 아직 읽지 못한 무시무시한 고전들을 읽으며 지내야 할 것 같다고 답장을 보냈다. 그 글을 읽다 보니 한숨이 나올 정도로 공감이 됐다. 

161) 부모가 아이에게 그런 우군을 지원해주려면 먼저 책을 읽는 방법밖에 없다. 그것이 마법의 서랍 정리법이어도 상관없고, 주식으로 대박 나는 법이어도 상관없다. 생활하면서 언제나 책을 가까이하는 부모를 보면 아이들은 인생에서 길을 잃었을 때 책에 의지하는 방법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일단 그걸 알면 그다음은 아이가 알아서 책 세상을 탐험하게 놔두면 된다. 부모가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은 인생이란 사막을 건너갈 수 있는 나침반이 될 독서 습관인지도 모른다.

162) <자기 앞의 생>에서 할아버지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린 주인공 모모를 생각하자 나 역시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창녀들이 맡긴 아기들을 키워주는 유대인 로자 아줌마에게 갓난아기 때 가게 된 모모, 모모는 로자 아줌마가 자기를 사랑하기 때문에 돌봐주고 있으며 두 사람이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누군가가 매달 보내주는 돈 때문에 아줌마가 자기를 돌보고 있다는 사실을 예닐곱 살 무렵에 처음 알고 밤이 새도록 목놓아 울었다. 그것은 모모가 느낀 "생애 최초의 커다란 슬픔"이었다고 작가 에밀 아자르는 묘사했다

167) 우리는 돈이 위세를 휘두르는 세상에서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사람을 버티게 하는 근원은 사랑이다. 

177) 미술이든 문학이든 음악이든 다른 사람의 평가에 의지하지 말고 자신이 직접 문을 두드리고 열어봐야 경험이 쌓인다. 그렇게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다 보면 '좋다'고 느낀 자신의 감각을 확신할 수 있는 날이 온다._츠즈키 쿄이치. <권외편집자>

186) 여행을 떠나 보면 결국 우리는 그동안 살아온 대로 여행을 하게 된다는 생각이 돌림노래처럼 뇌리를 떠도는 순간이 찾아온다. 여행을 통해 다시 인생을 짧게 살아보는 것 같다고 할까. 

189) 시인 신해욱의 말처럼 우리가 "낯선 나라의 대도시로 여행을 가는 이유는 길을 잃을 자유를 얻기 위해서인지도 모르며" 그래서 매번 여행을 떠나는지도 모르겠다. 

191) 행복은 복리로 이자가 붙는 정기예금과 완전 반대의 금융상품이다. 지금 바로 꺼내 써야 한다_우석훈,<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

192) "너희들은 모두 지금이 아닌 미래의 행복을 이야기하고 있구나. 대학에 가면 행복하겠다, 스무 살이 돼서 맘껏 꾸미고 다니면 행복하겠다. 서울에 올라가서 어딜 놀러 가면 행복하겠다. 그때 그러면 행복할 것 같니? 그렇지 않아, 그때 되면 또 행복해지는 데 필요한 다른 이유가 생길 거야. 행복하려면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하는 거야."

197) 우리의 행복을 파괴하는 주범들은 바로 남과 비교, 타인의 시선 의식, 질투, 부질없는 욕망이다. 그런데 이런 감정 파괴범들도 나이가 들면 어느 정도 다스려진다. 그게 나이가 주는 미덕이다

198) 저는 아줌마가 되면 멋도 안 부리고 몸매도 망가지고 뻔뻔해지고 목소리는 커지고 호피 무늬 옷 같은 거나 입게 되고 그래서 인생이 끝장나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더군요. 자신에 대해 더욱 잘 알게 되어 오히려 편해졌습니다. _요시모토 바나나, <어른이 된다는 것>

211) "사는 게 낯설지? 또 힘들지?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면 나이가 든다는 사실이야. 나이가 든다고 해서 삶이 나를 가만두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못살게 굴거나 심하게 다그치는 일은 잘 하지 않게 돼."_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217) "어떤 남자를 만나야 돼?" 하는 질문에 10자 이내로 대답하라고 하면 엄마는 우선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잘 헤어질 수 있는 남자를 만나라."_공지영,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거야>

229) 그래도 당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후손들까지 생각해서 긴 시야로 인생의 대차대조표를 작성해보면 지금과는 다른 풍경이 보인다. 그 풍경에 섰을 때 정말 존경하게 되는 어른이 진짜 어른이 아닐는지.

230) 사람이 사귀는 것은 그의 과거가 아니라 현재 그리고 그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라 그의 인품이다. 아무리 뛰어난 업적을 이루었다 하더라도 함께 있는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르는 이와는 식탁을 같이하고 싶지 않다. _우에노 지즈코, <느낌을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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