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루이 알튀세르 Louis Althusser, 1918~1990
알제리의 비르망드레이스의 삼림감독관 관사에서 태어났다. 평생 우울증에 시달렸으며, 1980년 정신 착란 상태에서 아내 엘렌느 리트만을 교살했다. 법정에서는 면소 판결을 받았지만 후견인의 보호 아래 감금 상태에 있다가, 1990년 세상을 떠났다. <마르크스를 위하여>, <자본론을 읽는다>, <레닌과 철학> 등 여러 저서를 써 서구 지성계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에콜노르말 쉬페리외르에서 가스통 바슐라르의 지도로 헤겔 철학을 연구해 석사학위를 받았으며(1947), 뒤에 파리 고등사범학교 철학과 교수를 지냈다. 1940년 2차 대전에 징집됐다가 전쟁이 끝날 때까지 포로수용소에서 지냈는데, 이때 심리 치료를 받기 위해 처음 입원을 한다. 1948년 프랑스 공산당에 입당한 뒤 당을 여러 차례 비판했지만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당직을 유지했다. 구조주의 경향을 띤 마르크스주의 이론가로 평가받지만 자신은 구조주의자임을 부정했다. 초기에는 마르크스주의의 과학성을 확립하기 위한 작업을 벌였다. 마르크스의 초기 저작 중 <포이어바흐에 대한 테제>에서 <독일 이데올로기>에 이르는 시기에 인식론적 단절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마르크스의 초기 저작에 근거하여 마르크스주의를 인간주의나 역사주의, 경험주의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거부하였다. 정신분석학에서 원용한 중층결정 또는 구조적 인과성이라는 개념에 기초해, 마르크스주의의 일원적인 토대-상부구조론에 이의를 제기했다. 1967년 무렵부터 자신의 철학적 견해를 이론주의적 편향이라고 자기비판을 전개했으면서도 이론을 통한 계급투쟁의 관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1970년대 말에는 당의 프롤레타리아 독재론 포기, 혁명 전략, 조직 원칙에 대한 비판을 진행한다. 1980년대에는 자신의 후기 작업을 새롭게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해 '우발성의 유물론'이라는 새로운 철학적 전통을 사고할 것을 제안했으며 마키아벨리, 스피노자 등을 마르크스의 철학을 구성하기 위한 계기로 삼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1960~70년대 이후 프랑스뿐만 아니라 서구 마르크스주의 전반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이론가 중 한 명으로 지금도 활발한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 소감
다른 책에서 추천받은 책이어서 기록해 두었다가 이번에 빌려보게 되었습니다. 표지 사진에 있는 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알튀세르의 모습이 영락없는 전형적인 철학자의 모습으로 왜 추천을 했을까 궁금했습니다. 일반적인 철학서처럼 딱딱하지는 않겠지라는 기대로 처음에 저자 소개란을 읽었지요. 자신의 아내를 죽인 철학자, 그리고 이어지는 마르크스, 스피노자 등의 사상가들의 이름들은 처음부터 부담이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철학' 시간이 있었지만 처음 접해보는 철학자들의 이름과 그들이 주장했다는 말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철학이나 철학자들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학문이고 읽기 어려운 말들을 하는 사람들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매주 책을 1권 이상 읽기로 다짐하고 블로그에 기록한 지 만 2년이 지나고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책의 내용의 난이도나 페이지수는 더 이상 부담되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어떤 책일까라는 호기심이 앞서게 되고 설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 소개부터 약간의 부담이 되었는데 내용으로 들어가니 이전에 읽었던 책들과 조금 달랐습니다.
초반은 그래도 괜찮았는데 중반부에서는 여러 가지 철학적 용어들과 철학자들의 사상이 나오고, 구조주의가 어떻고, 유심론, 유물론이 어떻게, 이데올로기 등등 개념을 잘 모르는 것들이 이어졌습니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은 법입니다. 일단 어려운 철학책을 어려운 용어와 함께 체험해 보는 정도로 만족하고 저자인 알튀세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간접 체험하는 정도로 만족합니다.
소화하기 쉬운 것도 읽고 때로는 씹기 힘든 음식도 먹어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주일간 끙끙대며 의무감 반으로 읽었습니다. 소설처럼 읽기보다는 철학서는 역시 곱씹어보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해하는 과정도 필요하겠다는 후기를 남깁니다.
● 책에서 발췌
161페이지) 어느 날 내가 라로슈미예에서 말로(1901~1976, 프랑스의 작가로 드골 정부에서 문화부장관직을 역임했다)의 <희망>(스페인 내전을 다룬 앙드레 말로의 소설)에 나오는 몇 구절을 외할머니에게 읽어드렸을 때 "불싸한 어린것들!"이라며 자신의 동정심을 억제할 줄 몰라 하셨던 외할머니에 대한 추억이었다.
215) 그러나 분명 나를 감동시킨 것, 그것은 엘렌느의 두 손이었는데, 그것은 결코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손 역시 힘든 일로 딱딱해졌으며 고통과 노동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러나 그 속에는 찢겨지고 허물어진,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따뜻한 손길이 느껴진다.
231) 이미 모든 위대한 철학자들이 이 세계를 변형시키기 위해서건 그것을 역행시키기 위해서건, 아니면 위험하다고 판단된 변화의 위협에 맞서 현존하는 형태로 이 세계를 보존하거나 강화시키기 위해서건 간에 세계사의 흐름에 개입하기를 원했다는 사실을 밝혔던 것이다.
235) 왜냐하면 다른 모든 활동과 마찬가지로 철학이란, 각자 자기 자신의 유아론 속에 갇혀있는 세상의 모든 주체들의 순수한 내면일 뿐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 사실에 대해 이전에 의심을 품었다 해도 나는 그 사실을 끔찍한 현실, 직접적으로는 정치 현실을 통해, 그러나 우선은 철학 자체 안에서 분명 배우게 됐던 것이다.
266) 국가만 억압장치를 갖는 것은 아니다. 즉 모든 이데올로기적 장치는 억압장치를 갖는다. 내가 이 일화들을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언제나 '나 자신을 명확히 보기 위한 것'이라는 동일한 이유에서 그러하다.
287) 즉 관념론자란 기차가 어느 역에서 출발하며 그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아는 사람이다. 관념론자는 그 사실을 미리 알고 있으며 기차에 올라탈 때는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안다. 그런데 유물론자는 반대로 그 기차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움직이고 있는 기차에 올라타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289) 헤겔이 말했듯이 인간은 자신이 알아볼 수 있는 것만 알 뿐이다.
290) 에밀의 교육이론, 즉 개인의 자연스런 발전 단계를 절대 앞지르지 말고 존중해야 하며 어린아이의 성장에서 시간의 작용을 존중해야 한다는(시간을 벌기 위해 시간을 잃을 줄 알아야 한다는) 그 놀라운 교육이론에 대해서도 루소는 마찬가지 아니었던가?
360) 그 뒤 나는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고 생각한다. 즉 그것은 자신을 부풀리고 '과장'하는 주도권을 쥐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상대방의 욕망과 리듬을 존중하고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것, 그러나 받아들이는 것을, 하나하나의 선물을 인생의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배울 줄 아는 것, 그리고 전혀 자만하지 않고 전혀 강요하지 않은 채 똑같은 선물을, 똑같은 기쁨을 상대방에게 줄 줄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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