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웬디 웰치 Wendy Welch
이야기하기가 제2의 천성이라 할 만큼 천부적인 이야기 구연가이자, 민속 문화 전문 칼럼니스트이자, 버지니아주 애팔래치아 산맥의 작은 마을 빅스톤갭에서 헌책방'테일스 오브 론섬 파인'을 구리고 있는 서점 주인. 미국 뉴펀들랜드 대학교에서 민속학과 민족지학을 공부했고, 민족지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업을 위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살다가, 스코틀랜드 발라드 가수인 남편 잭을 만나 몇 년간 스코틀랜드에 거주했다.
다시 고국으로 돌아와 정부 관련 기관에서 혹독한 직장생활에 시달리다가 더 이상 남의 의도에 의해 휘둘리는 '제 살 까아먹는 삶'을 살 수 없다고 결심, 안락한 직장을 박차고 나왔다. 남편 잭과 오래전부터 꿈꿔온 '나만의 책방 차리기'를 실현하기 위해 버지니아 주 와이즈 카운티에 자리한 작은 마을 빅스톤갭에 있는 에드워드풍 저택을 매입하고, 몇천 권밖에 안 되는 장서로 헌책방 '테일스 오브 론섬 파인'을 시작했다.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촉발된 경기 침체와 전자책의 활성화, 작은 마을 특유의 텃새 등등의 난국을 극복한 지금, '테일스 오브 론섬 파인'은 빅스톤갭의 사랑받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웬디 윌치는 헌책방을 꾸려가는 한편, 버지니아 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을 가르치고 틈틈이 남편과 함께 노래와 이야기 구연 공연을 하고 있다.
■ 소감
구리도서관에서 우연히 '책방'이라는 책 제목에 끌려 빌려서 읽게 되었습니다. 아내에게 먼저 권했는데 50페이지 정도 읽다가 빠져들지 않는다며 그만두고 말더군요. 하지만 10페이지 정도만 읽어도 스토리 속으로 빠져드는 스타일이라서 금세 저자의 삶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의 보편화와 함께 전자책이 많이 읽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도 90% 이상의 사람들이 폰을 보며 무언가를 읽고 있습니다. (물론 게임이나 동영상 시청을 제외하고) 책을 들고 읽는 사람은 희귀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도 다를 바 없이 전자책 시장이 확대되고 인터넷 상거래를 통해 서적을 구매하는 것이 일상화되면서 오프라인 서점은 점차 입지가 좁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예전에는 책을 사려면 교보문고나 종로서적 등 대형서점에 들러서 둘러보면서 관심 있는 책을 샀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책을 구매합니다. 사실 저 같은 경우는 도서관을 주로 이용하고 꼭 소장해야겠다는 책만 구입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저자인 웬디와 남편 잭은 시골에 저택을 구입하고 그곳에 헌책방을 열 생각을 합니다. 우리나라의 시골처럼 미국도 모두가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시골에서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 뭔가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할 때 텃세가 심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부부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친화력과 손재주를 이용해서 헌책방의 내부를 꾸미고 사람들과 조금씩 융화되어 갑니다.
책의 곳곳에 부부가 고민했던 흔적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충분한 서적을 확보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구하고 지역 주민들과 어우러지기 위해 했던 활동들이 도리어 지역 주민들에게 교류의 장소를 제공하고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없어서는 안 될 장소로 거듭난 것입니다.
이 책이 아니면 미국의 시골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조금은 엉뚱해 보이는 발상이지만 결국은 필요한 사업이었습니다. 각 가정마다 여러 가지 사유로 책을 판매하거나 기증합니다. 사후에 기증하는 물품 속에는 그 사람의 생존했을 때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미국과는 문화적인 차이가 있는 한국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쫓기듯이 바쁘게 살고 있지만 이런 책방에서 차 한 잔 하면서 여유 있게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대화를 나눌 장소가 있다면 지방에서의 삶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 책에서 발췌
도입) 누군가에게 책 한 권을 파는 일은 단순히 종이와 잉크, 풀로 이루어진 340 그램짜리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전혀 새로운 누군가의 인생을 파는 것이다. 사랑과 우정, 유머, 밤바다 위에 떠 있는 배들... 진정한 책 한 권에는 이렇게 세상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크리스토퍼 몰리, <유령 서점 The Haunted Bookshop>
25페이지) 사람들이 '중요한' 일을 하며 살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내가 진정 이 일을 즐기고 있나?" 자문하면 "그렇다"라고 답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그럼에도 대부분은 똑같은 일을 계속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141) 감소 인구의 대부분은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그 단단한 벽에 자기 몸을 내던지는 피 끓는 젊은이들이다. 산골짜기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 든든한 배짱을 길러줬을지 모르나, 그들의 눈을 그렇게 빛나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꿈이다.
1770) 어떤 사람에 대해 알고 싶으면 그 사람의 집 서재를 조사해보면 된다. 한 인간의 소장 도서들을 보면 그 사람의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여정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174) <내가 사랑한 야곱 Jacob have I loved>
218) 솔직히 말하면, 열정이 도움이 되긴 된다. 그러나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노동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행복을 좇으라"는 말에는 숨은 뜻이 있다. 알고 보면 그 말은 "행복을 좇으면, 그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는 뜻이다.
240) 위의 젊은 여자에게는 억지로 물건을 떠안기는 영업을 하기 싫어 <헤아려본 슬픔A Grief Observed>에서 C.S 루이스가 비슷한 말을 했다고 언급하는 선에서 그쳤다.
241) 내게 독서의 기쁨을 재점화해준 마법의 책은 팻 콘로이Pat Conroy의 <해변의 음악Beach Music>이었다. 문장이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답고 표현 하나하나가 무척이나 흥미로운 데다 함축적이어서, 대충 눈으로 훑다가도 작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곱씹어야 했다.
246) 매들린 맹글Madeleine L'Engle의 소설 <끝없는 빛의 고리A Ring of Endless Light>에서 10대 소녀인 주인공은 자신이 뭔가에 온전히 집중했을 때 가장 만족스럽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247) <무조건 행복할 것The Happiness Project>을 쓴 그레첸 루빈Gretchen Rubin 역시 뭔가에 빠져들 때 행복희 안개가 자신을 감싸지만 그것을 깨닫는 순간 안개는 흩어져버리고 만다고 했다.
249) 판타지소설 작가 테리 프래쳇과 닐 게이먼은 'L-스페이스library space'라는 개념을 창조해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설명했다. 이 신비한 공간은, 시간이 자연의 법칙을 거슬러 쉬고 굽어지고 오그라듦에 따라, 거기에 있는 책들을 전부 합친 것보다 훨씬 방대한 양의 지식을 갖는다. 그런데 가만 보면 서점도 그와 비슷한 성질을 띠며, 오히려 더 놀라운 것들을 가능케 하기도 한다. B-스페이스는 책으로 한 겹 덮인 벽으로 외부 세계의 부산함을 차단해줌으로써 안에서 책을 고르는 사람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신적 갈증을 달랠 수 있도록 해준다.
261) 책은 촉각의 차원에서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물건이다. 세라 넬슨Sara Nelson은 회고록 <책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고So Many Books, So Little Time>에서, 자신은 책을 읽은 장소들을 다 기억하며 책을 손에 쥘 때마다 그때, 그곳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책의 냄새도 기억을 소환한다.
270) 다들 <화씨 451Fahrenheit 415>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처럼 변한다. 자기 이야기를 다 쏟아내지 못하면 죽고 마는, 살아 있는 책 같은 존재들 말이다.
271) 어쩌면 책방 주인들이 세상을 위해 하는 가장 좋은 일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파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273) 어렸을 때는 똑똑한 사람들을 우러러봤다. 나이가 든 지금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을 우러러본다. -에이브러햄 조슈아 헤셀
285) 그렇게 실컷 놀다가 도서관 문을 나서면 매번 뭔가 아쉬웠고, 중요한 걸 놓친 것 같은 초조함이 느껴졌다. 저 안에서 수많은 이야기와 주인공과 사상들이 내게 비밀을 전해주기 위해 어서 발견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315) 19세기 독일의 시인이자 저널리스트였던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는 "책을 불태우면 결국 사람도 불사르게 될 것이다"라고 정확하게 예견했다.
378) 시대를 초월한 작가들이 계속 살아남는 이유는, 앨런 베넷이 희곡 <히스토리 보이스The History Boys>에서 가장 잘 설명한 것 같다. "책을 읽다가 경험하는 최고의 순간은 내게 특별하게 느껴지는, 나한테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느껴지는 것을 만났을 때다. 그것은 생각이나 감정이 될 수도 있고, 사물을 보는 시각일 수도 있다.
379)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에서 안톨리니 선생이 홀든 콜필드에게 한 말도 이를 잘 표현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간들이 저지르는 짓에 충격을 받고 당황하고 좌절한 사람이 네가 처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거다. 그런 사람이 너 혼자가 아니라는 걸 깨달으면 흥분되고 정신도 번쩍 들 거야(중략)"
텔레비전은 힘든 일을 대신해준다. 우리는 머리를 쓸 필요도 없이 그냥 보고만 있으면 된다. 어떤 작가들은 그런 텔레비전과도 같지만, 시대를 초월한 최고의 작가들은 독자들에게 해석의 주권을 준다.
385) <샬럿의 거미줄Charlotte's Web>
387)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 사랑받는 발라드 모음집(1~5권)The English and Scottish Popular Ballads, Volume 1~5>
389) <분노의 포도The Grapes of Wrath>
존 스타인백은 한 가족을 문학적 렌즈로 클로즈업한 다음 다시 줌아웃해 한 세대 전체를 옭아맨 불운을 탐구한 작품을 탄생시켜, 읽는 이들을 깊은 사색에 잠기게 했다.
393) <그린 셰도, 화이트 웨일Green Shadows, White Whale>
짤막한 소설 사이사이에 에세이와 회고가 섞여 있는 <그린 셰도, 화이트 웨일>은 전설적인 감독 존 휴스턴의 어쩐지 못 미더운 지도하에 젊은 시나리오 작가 브래드버리가 <모비딕>을 영화로 재탄생시키려 끙끙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396) <홈스테드Homestead>는 어느 작은 마을에 사는 몇 세대에 걸친 여성들의 이야기 - 그들이 살고 죽고 사랑하고 시련을 받아들이는 - 를 절제된 문장으로 그린 작품이다. 건조하지만 애정이 느껴지는 거리감에, 다 읽고 나면 내가 왜 이렇게 등장인물들에게 감정을 이입했는가 의아해진다.
399) <성 안에 갇힌 사랑I Capture the Castle>은 아이와 성인의 중간에 있는 청소년이 겪는 사랑의 고뇌와 아픔을 그린 이야기를 최초로 하나의 장르로 정착시킨 작품으로 화자인 순진한 처녀가 혼란스럽지만 대담하게 이야기를 서술해나간다. "나는 사랑하고 있다. 나는 사랑했다. 나는 사랑할 것이다." 문학사상 가장 아름다운 마지막 문장으로 꼽아도 이의가 없을 문장이다.
400) 바소의 <'백인'의 초상Portraits of 'The Whiteman'>에는 인간관계에 대한 그 어떤 연구보다 풍부한 지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바소는 이 책에서 보이지 않는 장벽을 넘어 타인과 연결되길 갈망하는 서로 상이한 집단들을 묘사하고 있다.
403) 클라이드 에드거튼Clyde Edgerton의 <레이니 Raney>는 남부 처자와 북부 남정네의 신혼 이 년 이 개월 이틀을 그린 소설로, 너무 웃겨서 배가 찢어지게 웃다가도 가슴 한켠이 아련해지는 그런 책이다.
405) <두 도시 이야기A Tale of Two Cities>는 복수심에 불타는 뜨개질하는 부인이 아니라도 추천할 이유가 많은 작품이다.
406) 이 모든 작품들 중 루이스가 개인적으로 가장 아낀 작품은 <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Till We Have Faces>이다. 이 소설은 큐피드와 프시케의 신화를 재해석한 이야기로, 사랑이 무엇이며 사랑이 다른 인간에게 무엇을 하는가에 대해 심오하게 탐구한 작품이다. 루이스는 우리가 신을 향한 사랑, 가족을 향한 사랑, 조국을 향한 사랑, 다른 사람을 위한 사랑이라고 정의 내린 것의 실체를 사정없이 파헤친다. 그리고 그 실체가 너무 적나라해서, 다 읽고 나면 정신이 멍할 정도다.
408) <허영의 시장Vanity Fair>
410) 이디스 워튼의 1911년작 단편 <싱구Xingu>는 여자들의 오찬 모임을 소재로 한 이야기로, 지적인 척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꼬집은 희극이다. 다른 여자들과 많이 다르지만 굳이 맞추려 하지 않는 태도 때문에 모임에 잘 섞여들지 못하는 로비 부인은, 독자가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영웅도 되고 악당도 된다.
411) 윌라 캐더가 명작 단편 <가든 로지The Garden Lodge>를 발표한 것은 1905년이었다. 주인공 캐럴라인 노블과 유명 오페라 가수 사이의 못다 핀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예기치 못한, 그리고 반갑지 않은 자아성찰을 불러온다. 431) 적은 것에도 만족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마음가짐이다. 재산이 늘면 돌봐야 할 것도 늘어난다. 그러니 만족을 아는 마음은 숨겨진 보석과 같다. - 아크헤나텐(고대 이집트의 18대 파라오)
433) 처음에 책방을 연 것은 제 살 깎아먹는 생활을 그만두고 우리가 지향하는 삶을 살기 위해, 우리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정한 리듬에 따라 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책방은 상처받고 지친 몸과 마음을 끌고 흘러들어온 공동체에서 우리가 정식으로 그 일원이 될 수 있게 해 주었다.
'독서습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서습관181_대답과 질문의 차이 및 장르를 만들어 가자는 책_탁월한 사유의 시선_최진석_2017_21세기북스(191118) (0) | 2019.11.23 |
---|---|
독서습관180_2차대전의 참상을 무인도 아이들을 통해 보여주는 책_파리대왕_윌리엄 골딩_1999_민음사(191108) (0) | 2019.11.10 |
[178]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_후회 없는 죽음 위해 가치있는 삶이란 (0) | 2019.11.03 |
독서습관177_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_순간의 힘_칩 히스&댄 히스_2018_웅진지식하우스(191025) (0) | 2019.10.27 |
독서습관176_효과적인 실력 향상 방법은 지속적인 독서_초격차_권오현_2018_샘앤파커스(191020) (0) | 2019.10.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