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로버트 J. 고든
1940년 미국에서 태어나 하버드 대학교를 우등 졸업하고 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NBER 연구위원, 보스킨위원회Boskin Commission 위원을 역임했으며, 시카고 대학교를 거쳐 현재는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스탠리 G. 해리슨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플레이션, 실업, 경제성장에 관한 세계적인 전문가이며, 저서로 <생산성 상승, 인플레이션, 실업Productivity Growth, Inflation, and Unemployment>과 유명한 교과서인 <거시경제학Macroeconomics> 등이 있다. 미국경제학회의 Distinguished Fellow, 계량경제학회The Econometric Society의 펠로이며, 2016년에 <블룸버그>가 선정하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50인The Most Influential에 이름을 올렸다. - 소감
구리도서관에 들려서 어떤 책을 읽을까 망설이던 차에 '최경영의 경제쇼'에서 게스트들이 책을 추천하는 시간이 있었다. 마침 한 분이 이 책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 The Rise and Fall of American Growth>를 추천했다. 1000페이지 가까이 두꺼운 것 빼고 아주 재미있는 미국 경제사 책이라고 하기에 바로 대출했다. 두껍고 무거운 책으로 사람들의 손때가 거의 묻지 않아 새 책 같았다.
처음에는 두꺼운 페이지에 부담도 되었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니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지는 책이다. 딱딱한 경제학 교과서가 아닌 경제사를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실들을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어 소설책까지는 아니지만 지루하지 않게 읽어진다. 1870년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세계 경제의 중심에 있는 미국의 경제사를 1940년을 기점으로 나눠서 설명한다. 컴퓨터의 발달을 시작으로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를 논하는 현재가 1940년대 이전에 비해 혁신성이나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다는 부분은 이전에 생각해보지 못한 신선한 분석이었다. 내연기관, 전기, 냉장고, 수도, 합성섬유 등 이후의 큰 변화를 몰고 온 혁신적인 발명은 대부분이 1940년대 이전에 이뤄진 것이었다.
경제사라는 것이 역사이기에 다양한 분야가 종합되어 있다. 의식주, 말과 철도, 전신, 무선전화, 질병, 직장, 여성의 근로환경, 차, 컴퓨터, 의학, 불평등 등이다. 이 책을 통해 미국이란 나라가 어떻게 발전하고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 큰 그림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여러 사례들은 이전에 어렴풋이 알았던 것이나 전혀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해 주었다.
한글 제목은 좀 자극적이다.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 책을 읽어보면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면서 저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도 제안하고 있다. 그중에 최저임금에 대한 얘기도 언급되어 있다. 좀 더 쇼킹한 제안은 마약을 합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약사범에 대해 구금을 하더라도 마약 사용이 줄어들지 않아 효과가 떨어지므로 불법 마약사범들을 교정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다른 방향으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잘 이해는 안 되지만 그 큰 비용을 고려하면 그것이 맞는 소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육체는 비록 특정한 장소에 구속되어 있지만 우리의 마음은 책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해 세상 어느 곳이든 여행할 수 있다. 그 여행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지루할 틈이 없다. 책을 통해 얻은 통찰을 삶에서 실천하는 사람은 성장하는 사람이다. - 책에서 발췌
13) 내가 가장 아끼는 책은 제임스 크로넌 James Cronon의 <자연의 대도시, 시카고와 대서부>로, 나는 1991년에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앉은자리에서 다 읽었다.
32) 급속한 생산성 증가를 겪는 산업(제조업 등)과 생산성 증가가 거의 없거나 아예 없는 산업(주택 건설이나 교육 등)이 공존할 때 발생하는 문제는 '보몰 병Baumol's disease'의 패러다임으로 요약된다.
55) 1869년에 대륙횡단철도를 하나로 잇는 황금못golden spike의 못질은 미국의 진보와 미래에 대한 기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의식이었다. 이 역사적 사건을 통해 영국이 발명했지만 영국보다 훨씬 더 큰 땅덩어리의 미국에서 활개를 펼친 철도와 미국이 발명한 전신은 하나로 결합된다.
126) 시카고 육류포장산업의 끔찍한 생산과 고용 상태를 드러낸 업튼 싱클레어Upton Sinclair(사회 비리를 고발하는 작품을 많이 쓴 미국의 소설가)의 1906년도 소설 <정글>이었다. 싱클레어는 소시지 공장의 비위생적인 상태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면서, 심지어 어쩌다 직공이 통에 빠져 사망해도 그대로 소시지와 섞여 제품으로 만들어진다는 믿어지지 않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부패한 고기 등 상한 식품의 냄새를 덮기 위해, 식료품 생산자들은 맛과 향과 음식의 색깔을 좋게 해주는 첨가제를 사용했다.
251) 여덟 살이었던 찰리 채플린은 하루 저녁에 세 군데 큰 음악당을 돌며 공연했다. 10년 뒤인 1915년에 전 세계 사람들은 수천 개의 극장에서 매일 밤 그를 볼 수 있었다. 여러 곳에서 동시에 채플린을 볼 수 있는 이런 경이적인 공연 장치로 구경하는 방식의 놀라운 변화를 만들어낸 것은 바로 영화였다. 사람들은 영화를 자동화하고 표준화하고 교환하게 만들어 연예를 산업화했다. - 제르벤 바커Gerben Bakker, <영화는 어떻게 엔터테인먼트를 산업화했나>(2012) 중
259) 1847년에 이미 전신은 "인간의 교류를 원활히 해주고 인간과 인간, 국가와 국가를 조화시켜주는" 매체로 인정받았다. 1860년대 말, 한 작가는 "모든 문명국들을 거의 동시적으로 연결하여... 모든 사악한 편견과 습관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단절된 고리를 이어주는" 그날을 기대했다. 예찬은 한두 사람으로 그치지 않았다. "과학이 승리할 때마다, 억압받는 자들의 사슬은 헐거워질 것이다."
321) 시카고 도축장의 위생 상태와 근로 조건을 폭로한 르포 형식의 소설 <정글>은 노동운동에서 <톰 아저씨의 오두막Uncle Tom's Cabin>과 같은 선풍을 일으키기 위해 만든 작품이었다.
409) 추가되는 교육의 기회비용은 지역과 계층에 따른 다양한 교육적 성과를 설명해주는 핵심 개념이다. 기회비용은 도시의 제조업 중심지에서 가장 높았다. 이런 곳에서는 아이들을 제조업이나 의류업 착취공장에 보내기 위해 아예 초등학교 이상의 교육은 전혀 시키지 않았다.
431) 신용은 용광로melding pot를 활성화시키는 위대한 촉매제로 간주되었다.... 커다란 시장 기반을 조성함으로써, 신용은 대량생산을 용이하게 만들고 단위 비용을 크게 절감했다. 20세기 미국 경제의 활력은 이런 대응에서 비롯된 것이다.
449) 1920년대에 허버트 후버Herbert Hoover는 1921년부터 1929년까지 상무부 장관을 지내는 동안 너트, 볼트에서부터 자동차 타이어와 배관 부품에 이르기까지 많은 공업제품을 표준화했다. 1913년에 헤니 포드가 도입한 조립라인만큼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부품 규격의 표준화는 1940-1945년 사이에 미국이 '민주주의의 병기창Arsenal of Democracy으로서 무기 생산을 크게 확장시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쾌거였다.
491) 미국의 소득 불평등은 1890년대부터 1920년대까지 심해졌다가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 때 크게 완화되었다. 골딘과 로버트 마고Robert Margo는 1945년부터 1975년까지의 시기를 '대압착기The Great Compression'라고 불렀다. 대압착기가 끝난 이후 소득 불평등은 점점 심화되어 지금까지 그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상류층과 가난한 시민들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데는 많은 원인이 있다.
530) 미국의 통치는 그와 정반대의 형태로 다수의 지방 행정 단위에 가로막혀 있기 때문에 가장 부유한 시민들은 가난한 지역으로 재정적 자원을 이전시킬 의무를 쉽게 피할 수 있다. 이런 구조는 특히 지방 학교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지방 학교들은 일차적으로 그 지역의 재산세에서 재정을 조달받는다. 따라서 재정적 불평등은 교육적 자본 투입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그 결과는 부유한 학군과 가난한 학군의 성적 격차로 나타난다.
577) 2014년 9월 20일 자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요즘 비행기의 값싼 좌석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불평등 시대를 개탄하는 내용으로 전국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토마스 피케티Thomas Piketty의 <21세기 자본>을 펼쳐볼 여유가 없다. 항공사는 이코노미 좌석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을 채워넣으려고 갖은 궁리를 다 하지만, 승객들은 투덜거리면서도 이것이 싼 요금에 대한 당연한 급부라고 여긴다. 그러나 앞쪽 좌석들에는 몇 년 전의 1등석 같은 고급 벨벳 천을 씌워놓았다.
635) 그렇다면 컴퓨터 칩 성능의 증가율은 왜 1990년대 말에 비약적으로 올랐다가 2006년 이후 주저앉았을까? 경제학자이자 구글의 수석 경제학자인 할 배리언 Hal Varian은 이메일로 보내준 답을 통해 데스크톱과 랩톱의 기술 변화는 중지된 상태라고 설명하면서, "데스크톱에 슈퍼 속도를 내는 칩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666) 로버트 버드Robert Bud는 이렇게 썼다. "20세기 중반은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회적 혁명 하나가 완결되는 시점이라 볼 수 있다. 사회생활의 중요한 요소이었던 감염병이 사실상 근절되었으니 말이다."
671) ART, 즉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법antiretroviral therapy은 현대 의학의 또 하나의 혁명이었다. ART는 바이러스가 복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집합적으로 작용하는 약을 병행 투여하는 요법이다. ART는 AIDS를 치료하지는 못하지만, HIV를 신체 내에서 수면상태로 유지시켜 AIDS로 발전하지 못하게 억제한다. 지난 20년 동안 계속 진화해온 ART는 HIV 진단을 사망선고가 아닌 만성적이고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만들면서 약의 부작용을 완화시켰다.
687) 1970년대 말과 1980년대부터 병원들은 영리 위주의 기업으로 변신했다. 1981년에 발표된 한 연구보고서는 영리를 추구하는 개인 소유의 종합병원이 그렇지 않은 병원보다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그들의 일일 경비가 23% 더 높다고 지적했다. "보험 제도를 통해 경비를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병원들은 다른 곳에서나 구할 수 있는 고가의 장비를 계속 늘려간다. (중략)"
707) 최근에 이룩한 획기적인 변화들은 치료보다는 주로 질병 관리의 분야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그것도 대부분 많은 비용을 들여야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질병 치료의 개선으로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알츠하이머와 그 밖의 여러 형태의 치매에 취약한 연령대로 들어가는 미국인들의 수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연구와 치료법 개발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면 기대수명을 꾸준히 늘일 수는 있겠지만, 그걸 지출을 한다고 해서 선진국 가운데 가장 비싼 의료체제를 갖추고도 기대수명의 순위는 낮은 미국의 위상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723) 전문직 종사자들 중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고 사양산업이 주로 남성 위주의 직종이라는 사실은 많은 여성들이 직업 안정성과 장래성에서 남성들보다 유리하다는 의미를 갖는다.
739) 성장세를 둔화시키는 또 다른 원인은 줄어드는 교육 수준의 상승이다. 고등학교 졸업자의 비율은 이미 오래 전인 1970년에 평탄면에 도달했다. 4년제 대학 졸업자의 비율은 느리나마 꾸준히 증가했지만 최근에 대학을 졸업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졸업장에 어울리는 직업을 얻지 못하고 있다. 대학 등록금이 빠르게 치솟고 최근에 졸업한 사람들의 빚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대학 졸업자의 수는 더 이상 늘지 않던가 아니면 줄어들 가능성이 많다.
868) 일자리가 대량으로 사라지는 사태는 없었지만, 직업 분포의 상위와 하위에서 많은 일자리가 생기고 중간 수준의 일자리는 비는 등 일자리의 '구성'이 바뀌었다. 이런 변형을 '양극화 가설polarization hypothesis'이라고 하는데, 얼마 전부터 노동경제학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경영인이나 전문직 등 상위 일자리는 흔히 '비반복적 추상non-routine abstract' 직업이라 불린다. 조립라인의 제조업 노동자나, 경리직원, 접수계원, 서기 같은 중간 수준의 일자리는 '단순 반복routine' 직업이라고 하는 반면, 하위에 속한 사람들의 일자리는 '육체노동manual' 직업이라고 한다. 중간의 반복적 일자리가 사라지면 중간 수준의 노동자들은 비숙련 육체노동자들과 경쟁하게 되고, 따라서 육체노동자의 공급이 수요에 비해 상승하게 된다.
880) 교육은 현재의 소득에 직접 영향을 줄 뿐 아니라 다음 세대의 불평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교육을 많이 받은 부모의 자식들은 그렇지 않은 자식들보다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 일반적으로 대학 교육을 받은 남성과 여성이 결혼하여 학력에 어울리는 많은 돈을 벌고, 혼전이 아니라 혼인 후에 아이를 갖는다. 그들은 아이를 직접 가르치고,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교육을 덜 받은 부모보다 더 풍부한 어휘를 사용하여 아이와 대화를 한다. 교육을 많이 받은 부모는 금전적 여유가 있어 아이를 박물관에 보내고 스포츠 활동을 시키고 음악 레슨을 시키고 다양한 종류의 책을 접하게 해 주어 아이들의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917) <표 P-1> 역풍과 더딘 생산성 성장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 방향
1) 조세 제도의 누진성 2) 최저임금 3) 근로소득 지원세제 4) 구금 및 마약 합법화 5) 영유아 교육
6) 공립학교 재정 지원 7) 취업 후 학자금 상환 8) 퇴행적 규제 9) 이민 10) 세제 개혁
920) 1980년대 언제쯤 나와 아내는 미시건 주 남서부의 어느 호텔에서 아침을 맞고 있었다. 그곳 로비에서 손님들이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회전식 서가가 있었다. 거기서 나는 오토 벳맨의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고전 <힘겨웠던 그 시절: 그때는 정말 끔찍했었다>를 발견했다. 그 책에는 폭발한 기관차 보일러부터 물과 분필 가루를 탄 우유에 이르기까지 위험하기 짝이 없었던 19세기의 일상이 소상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벳맨의 책은 다른 어떤 자료 이상으로 2000년에 발표한 논문 <신경제는 과거의 위대한 발명에 부응하는가?>에 결정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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