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올리버 색스(Oliver Wolf Sacks)는 잉글랜드의 신경의학자이며 박물학자였으며 동시에 대중적인 작가이기도 했다. 1960년 옥스퍼드 퀸스 칼리지에서 의학 학위를 취득하였다. 2007년 7월부터 컬럼비아 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역임했다. 그는 1970년대부터 신경학 관련 에세이를 많이 쓰며 대중적 작가가 되었다. 2015년 안암이 간으로 전이되며 타계한 올리버 색스는 신경학에 관한 많은 저서를 남겼으며 러시아의 신경학자 알렉산더 루리아의 영향을 받았다.
- 저자에 대한 상세한 기사는 시사인의 <부서진 인간에 귀 기울였던 '올리버 색스'>기사를 참고하시면 좋겠다.
- 그리고 올리버 색스의 2009년 TED 강연 <What hallucination reveals about our minds>도 유튜브에 올라와 있으니 참고하세요.
추천지수 : ★★★★★
이 책을 읽고 나서 마음이 아팠다. 왜냐하면 주변에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사람들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서 바라봤지 왜 그들이 그런 상황에 처했는지 알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다. 신경정신과 의사로서 저자가 경험했던 무수한 환자들 중에서 일부를 소개한 것이지만 어렵지 않게 그들의 증상과 우리의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관련지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대부분의 병명이나 증상은 처음 접하는 것들이었다. 우리에게 그런 증상이 있었다면 먼저 이비인후과를 갈 것이고 그다음은 정신과 그리고 제일 마지막이 신경학과가 아닐까 싶다. (책에 이런 사례가 있었다) 신경학이라는 것이 우리 몸에 나타나는 이해하기 어려운 증상을 우리의 뇌의 각 부분을 진단해서 원인을 찾고 치료하는 분야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이 분야에 대해 문외한인 나에게는 사례들 하나 하나에서 저자가 원인을 밝혀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몇 가지 기억나는 사례들을 보면 아래와 같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하는 남자는 책은 제목이기도 한데 눈으로 보는 듯 하지만 청각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남자가 나온다. 아내가 눈앞에 있지만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다. 왼쪽을 보지 못해 오른쪽으로 돌아야만 나머지 반쪽의 반을 볼 수 있는 사람,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채로 걷는데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례, 나이 90이 되어서 갑자기 회춘한 듯이 수다쟁이가 된 노인, 5분 전에 한 얘기도 기억하지 못해 끊임없이 수다를 떠는 사람, 도파민 과잉으로 투렛 증후군에 사로잡힌 여자 등
책은 크게 4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 1부에서는 '상실'로 인한 증상들을 소개하고,
- 2부에서는 '과잉'으로 인한 증상들,
- 3부에서는 '이행'으로 어떤 상황에서 기억에 없던 과거의 상황이 떠오르는 상황들이 나오고
- 4부에서는 '단순함의 세계'로 지능은 낮지만 암기력이나 숫자 및 그림에 있어 천재성을 보이는 사례들이 소개된다.
기억에 남는 사례 세 가지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 '큐피드병'이라고 소개된 90세가 넘은 할머니의 이야기다. 원래는 조용하고 소극적인 사람이었으나 갑자기 적극적이고 말수가 늘어나고 활기가 넘치는 사람으로 변했고 그런 현재의 모습에 만족해한다. 그 원인을 추적해보니 젊어서 매춘을 했을 때 매독균이 그녀의 뇌 특정 부위에 영향을 주어 그런 증상을 보이는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에서 우리의 생각대로라기 보다는 유전자에 의해 우리가 살고 있다고 하는 것처럼 우리의 감정과 인지능력이라는 것이 우리의 뇌가 관장하고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된다. - '살인'이라고 소개된 부분이다. 자신의 부인을 잔인하게 살해했으나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다. 보호소에서 4년을 보내며 정원을 거닐며 안정감을 찾는 등 정상으로 돌아와 퇴소했다. 퇴소 후 자전거를 타고 가다 마주오는 차를 피하려다 거꾸로 넘어져 뇌를 다치게 되는데 치료하는 과정에서 악몽이 시작되었다. 기억에 없다고 생각했던 아내를 살해했던 기억이 선명하게 그의 기억에 되살아난 것이다. 다행히 치료를 통해 안정을 찾아간다.
우리의 뇌는 잊혀졌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여전히 뇌 속에 보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자폐증을 가진 예술가'에서 올리버 색스가 자폐증을 앓는 아이에게 그림을 그려보라고 했을 때 그림을 관찰하고는 다시 보지 않고도 마치 기억 속에 복사가 된 듯이 그 이미지를 상당히 치밀하게 그려낸다. 우리는 그림을 그려도 몇 번이고 사물을 봐가면서 그려야 하는데 이 아이는 풍경, 물고기 등을 한 번만 보고 기억해서 그린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접하기 힘든 상황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과 그런 사람들의 내면을 좀 더 이해하려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신경과학이라는 학문이 사람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참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이 분야에 있는 의사들은 환자를 잘 이해하려는 공감능력과 환자를 진찰하고 지켜보는 가운데 원인이나 처방에 대한 힌트를 찾아내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댓글